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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지금이 불황?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류순열 기자
기사승인 : 2019-03-11 08:27:40
양극화한 한국경제...누군가는 엄혹한 겨울, 다른 누군가는 따스한 봄날
단기부양 유혹 떨치고 양극화 해소,'부동산 중심사회' 탈피해야 선진국 진입

 
경제가 불황이라고 한다. 먹고 살기 힘들다는 얘기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누구에게나 불황인 것은 아니다.

 

▲ 류순열 경제 에디터

삼성전자는 작년 초호황을 누렸다. 현금 보유액이 100조원을 넘어섰다. 은행들도 2007년 이후 최대 실적을 냈다. 공항 풍경에도 불황의 그늘은 없다. 작년 내국인 출국자는 2870만명. 전년 보다 8.3% 늘었다. 이들이 해외에서 쓴 카드금액은 21조원. 역시 사상 최대다.  

 

불황의 증거들도 엄연하다. 바닥을 기는 성장률, 줄어드는 일자리, 바늘구멍 같은 취업문, 늘지 않는 소득…. 서민의 삶, 청년의 미래는 우울한 지표들에 갇혀 쳇바퀴를 돈다. 

 

체감경기는 이렇듯 경제주체별로 제각각이다. 같은 하늘 아래서 경제활동을 하는데도 극과 극이다. 누구에겐 먹구름 가득한 겨울인데, 다른 누군가에게는 햇볕 따스한 봄날이다. 평균으로 뭉뚱그려 "경기가 이렇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다. 평균은 양극화한 현실을 가릴 뿐이다. 이른바 '평균의 함정'이다.  

 

3만달러를 돌파한 1인당 국민소득도 마찬가지다. 반가운 소식이지만 선진국이 된 양 들뜰 일도 아니다. 단순 계산하면 4인 가족 기준 가계소득이 12만달러, 1억3500만원 정도다. 이를 체감하는 가계가 얼마나 될 것인가. 3만달러 역시 양극화한 현실은 말해주지 않는, '평균'일 뿐이다. 

 

2%대에서 아래로 처져가는 경제성장률도 그렇다. 걱정스럽지만 그 자체만으로 낙심할 일도 아니다. GDP(국내총생산) 증가율, 즉 경제성장률 자체가 국민 삶의 질을 말해주는 건 아니다. 양극화한 한국경제에서 GDP(국내총생산) 증가율만으로 경제 수준을 평가하는 건 '수박 겉 핥기'일 뿐이다. 무기 구매, 마약, 매춘이 늘어도 GDP는 증가한다. 국민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나쁜 성장'으로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게 다 무슨 소용인가. 

 

우리는 이미 숱하게 '나쁜 성장'을 경험했다. 대표적인 게 부동산 중심 단기 부양책이다. "빚내서 집사라"는 박근혜 정부의 경기 부양책은 최악이었다. 최대한 돈을 빌려 집을 살 수 있도록 마지막 안전 빗장까지 모두 풀어버렸다. 심지어 혈세를 동원해 고소득 다주택자의 추가 주택구입까지 도왔다. 투기를 막아야 할 정부가 앞장서 투기를 조장한 것이다.  

 

그 결과는 지금 보고, 느끼고, 겪는 그대로다. 서민의 삶은 천문학적 가계부채와 감당하기 버거운 주거비에 짓눌려 있다. 일찍이 경제석학 박승은 "가계부채를 늘려 집값을 올리는 정책은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나쁜 정책"이라고 일갈했다.  

 

아파트값이 하락세다. 혹여 문재인 정부도 전철을 밟을 것인가. 그러진 않을 거라고 믿지만 노파심에 한마디 하면, 부디 단기부양의 유혹에 마음 한 자락이라도 빼앗기지 말기 바란다. 선진국 문턱은 '평균'만으로 넘을 수 없다. 지금 치워야 할 장애물은 양극화, 그리고 부동산 중심 경제다.

 

류순열 경제에디터 ryoos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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