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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성열의 AI경제] 지식재산(IP) 융복합 산업이 온다

KPI뉴스
기사승인 : 2026-07-30 10:14:18
웹툰·기술·상품·관광 넘나들며 증식하는 지식재산
사후 활용 넘어 기획 단계부터 확장 경로 설계해야
부처별 칸막이 허물고 'IP 커니어링' 생태계 구축을

'지식재산(IP) 창업'이란 말이 있다. IP가 쉽게 말해 '돈 되는 아이디어'인 만큼, 번뜩이는 무형의 영감 하나로 비즈니스를 시작한다는 뜻이다. IP 창업은 우리가 흔히 알던 스타트업뿐 아니라 대학과 연구소의 랩(연구실)에서, 문화예술 현장에서도 얼마든지 이루어질 수 있다. 아이디어가 과학기술 연구개발(R&D)의 독창적인 논문이냐, 대기업과 중소기업 생산현장의 업무개선 제안이냐, 문화예술계의 창의적인 콘텐츠냐에 따라 산업화의 유형이 달라질 따름이다.


특허나 실용신안으로 등록될 아이디어가 있고, 영업비밀로 보호될 창의적인 영감도 있다. 상표와 디자인으로 인정받을 수도 있고, 저작권이나 초상권·인격권처럼 개인의 권리도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과거 이처럼 따로따로 생겨나고 관리하던 IP가 탄생부터 수익화까지 전주기(全週期)에 걸쳐 서로 섞이고 동시에 덩치를 키우는 융복합화 사업 모델이 떠오르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을 IP의 융합(Convergence) 모델화(Engineering), 줄여서 'IP 커니어링(Coneering)'이라고 부른다.

IP 커니어링은 글로벌 IP 패권의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 융복합화는 유형의 상품이든, 무형의 콘텐츠든 어느 쪽에서 출발해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멋진 신형 전기자동차는 옛날처럼 영화에 간접광고(PPL)로 등장시켜 판매대수를 늘리는데 그치지 않고 애니메이션이나 피규어 모델로 제작해 문화상품으로의 확장을 꾀한다. 반대로, 매력적인 웹툰의 스토리와 등장인물은 넷플릭스 드라마로 각색하는데 만족하지 않고 의류나 청량음료 같은 소비재 상품으로 덩치를 키운다. 이처럼 유형의 상품과 무형의 서비스가 서로 시장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1, 2, 3차 IP 상품으로 증식하도록 처음부터 설계하고 최후 복합유통까지 관리하는 게 IP 커니어링의 개념이다.

IP 커니어링은 단순히 'IP 창업의 전주기 지원'과는 다르다. 창업 초기부터 상장법인화까지 전체 사업 모델의 성장을 돕는 정책은 현재도 여러 부처가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대기업 선단경영 방식의 양적 산업경제 시스템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창의적인 소형 스타트업 중심의 질적 산업경제 시스템으로 체질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IP 창업 전주기 지원은 지식재산처, 중소벤처기업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산업통상부, 금융위원회 등 중앙부처와 전국 26개소의 광역 지역 지식재산센터(RIPC) 및 지방자치단체의 협업 구조로 이루어진다. 현행 IP 지원체계는 부처별로 따로 놀고 연계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전문가들은 디딤돌-나래-글로벌IP스타로 이어지는 성장단계별 관리를 자동화하고, 부처 간 협업을 제도화할 것을 권하고 있다. 또 IP 가치 평가와 보증대출을 연계하는 디지털 시스템을 구축하고, 7년차 스타트업 등 성장기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트랙도 신설하라고 주장한다. IP 창업 전주기 지원은 이처럼 막 시작한 IP 스타트업의 출생부터 성장까지를 알뜰하게 돌봐주는 제도이지만, 여전히 IP의 종류에 따라 트랙이 뚜렷하게 구분돼 있다. IP 간 경계를 넘나드는 융복합이 안 된다는 얘기다.

IP 커니어링에는 특히 콘텐츠 분야에서 관심이 크다. 콘텐츠는 한 작품이 얼마나 매력적인 스토리텔링과 캐릭터를 갖추었냐가 성공을 좌우했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은 이제 단일 작품의 흥행만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보장하지 않는다. 하나의 이야기가 어떤 구조로 확장될 수 있는지, 어떤 산업과 결합할 수 있는지, 어떤 기술과 연결될 수 있는지, 어떤 소비 경험으로 전환될 수 있는지가 새로운 경쟁력의 기준이 되고 있다. IP 커니어링은 지식재산을 단순한 이야기나 상품이 아니라 융복합 가능한 산업 시스템으로 설계하는 기술을 뜻한다. 원천 IP가 웹툰, 웹소설,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게임, 공연, 전시, 굿즈, 관광, MICE, 교육, 지역 산업, 환경 기술, 디지털 플랫폼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도록 기획 단계부터 구조를 설계하는 전문적 방법론이다. 전통적인 원소스멀티유스(OSMU)나 2차 저작물 개발을 넘어, IP를 하나의 확장 가능한 건축물로 보고 그 안에 서사(敍事, 스토리텔링) 구조, 캐릭터 체계, 세계관, 팬덤, 데이터, 비즈니스 모델, 기술 활용, 유통 전략, 리스크 관리까지 통합적으로 배치하는 고도의 산업 설계라 할 수 있다.

글로벌 IP 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한 번의 성공이 아니라 '반복 가능한 확장성'이다. 성공한 IP라 하더라도 확장 방향, 권리 구조, 파트너십, 기술 적용, 시장 진입 전략을 잘못 설계하면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 반대로 출발은 작더라도 구조적 설계가 탄탄한 IP는 다양한 산업과 결합하며 긴 생명력을 확보한다. IP는 더 이상 완성된 작품의 사후 활용 대상이 아니다. 이제 IP는 기획의 첫 단계부터 산업적 확장을 전제로 설계되어야 하는 전략 자산에 해당한다. IP 확장 가능성을 사전에 분석하고, 각 산업과의 결합 지점을 설계하며, 권리와 수익 구조, 제작 방식, 기술 활용, 팬덤 전환 전략까지 체계적으로 준비할 때 비로소 IP의 가치는 오래 지속된다.

IP 커니어링은 원천 IP의 확장성과 부가가치를 극대화한다. 기존의 IP 활용 방식은 작품이 성공한 뒤 그 인지도를 바탕으로 다른 장르나 상품으로 옮겨가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방식은 사후적이고 단편적일 수밖에 없다. 반면 IP 커니어링은 처음부터 확장 경로를 설계한다. 어떤 캐릭터가 굿즈로 전환될 수 있는지, 어떤 세계관이 게임이나 체험형 콘텐츠로 확장될 수 있는지, 어떤 배경과 설정이 관광이나 지역 산업과 결합할 수 있는지, 어떤 메시지가 교육이나 공공 캠페인으로 활용될 수 있는지를 기획 단계에서 검토한다. 이 과정에서 IP는 하나의 콘텐츠를 넘어 산업 간 연결을 가능하게 하는 중심축이 된다.

미래의 콘텐츠 경쟁은 이제 서사의 품질에 달려있지 않다. 누가 그 이야기를 더 정교한 시스템으로 설계하고, 더 넓은 산업과 연결하며, 더 오래 지속되는 가치로 전환할 수 있느냐에 좌우된다. 창작은 여전히 출발점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창작을 산업으로, 서사를 기술로, IP를 시스템으로 확장하는 새로운 설계가 필요하다. IP 커니어링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와 교육, 정책적 지원을 촉구한다.

 


 

▲ 노성열 논설위원

 

● 노성열은

30여 년 경력의 경제부 기자로 산업계와 인공지능(AI)을 주로 취재했다.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 부처 및 경제 단체를 출입하면서 삼성, 현대, SK 등 대기업과 중소벤처업계 현장에서 발생하는 뉴스를 다루어왔다. 일본, 법제도, AI를 포함한 첨단 과학기술 등이 주 관심분야다. 언론계뿐 아니라 학계에도 진출해 지식재산권(IP) 인식 제고와 공학교육 개혁에 매진하고 있다.


△KAIST 공학석사,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일본지역학 석사, 고대 법대 및 한국외국어대 일본어학과 학사 △1991년 문화일보 입사 △북리뷰팀, 법조팀, 산업팀장, 전국(지방자치)부 부장 △한국지식재산기자협회(KIPJA) 회장(2024~)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외부협력 총장 보좌역(2024.6~) △영국 옥스퍼드대 VOX(Voice From Oxford) 한국지부 대표(2024~)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과학과 기술' 편집위원(2023~) △국가녹색기술연구소 정간물 편집위원(2024~) △식품의약품안전처 정책자문위원(2020~2022)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데이터미래전략위원회 미래정책분과 자문위원(2021~2023)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인공지능 활성화 방안 연구' 총괄위원(2023) △주요 저서: 뇌 우주 탐험(이음, 2022), 인공지능 시대 내 일의 내일(동아시아,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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