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오픈 사이언스'를 한 단계 넓혀 '오픈 지식'이란 관점 제시
"좋은 연구란 논문을 많이 낸 연구일까?"
포스텍 노준석 교수를 비롯한 전 세계 과학자들이 논문 수와 인용 횟수 같은 숫자만으로 연구자를 줄 세우는 오랜 관행에 물음표를 던지고 연구 성과를 새롭게 바라보는 방법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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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스텍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융합대학원 노준석 교수. [포스텍 제공] |
포스텍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융합대학원 노준석 교수는 14개국 연구자 31명과 함께 1년에 걸친 공개 토론과 논의 끝에 연구 생태계가 나아갈 방향을 제안하는 논문을 국제 학술지 'npj 사이언스 오브 러닝' 온라인판에 게재했다.
오늘날 연구자의 성과는 논문 수, 인용 횟수, 저널 영향력 지수, h-지수 같은 숫자로 평가된다. 그러나 연구 과정에서 나오는 데이터와 코드, 실험 방법, 재현 결과, 심지어 실패한 실험까지, 논문 한 편에 다 담기지 않는 값진 기여들은 이런 숫자에 반영되지 않는다.
연구팀은 이 빈틈을 메우기 위해 논문을 공개하는 데 그쳤던 기존의 '오픈 사이언스'를 한 단계 넓혀 '오픈 지식'이라는 관점을 제시했다.
오픈 지식은 무엇을 발견했는지뿐 아니라 어떤 개념을 세우고 어떻게 검증했으며 어떤 증거가 이를 뒷받침하는지까지, 다른 연구자가 이해하고 검증하고 다시 활용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핵심 제안은 연구 기본 단위를 '완성된 논문'에서 잘게 나눈 '지식 객체'로 넓히자는 것이다. 연구 결과를 한 편의 PDF 파일 안에 묶어두는 대신 아이디어에서 주장, 데이터, 연구 방법, 코드, 결과, 검증, 재사용으로 이어지는 연구의 전 과정을 서로 연결된 지식으로 바라보자는 뜻이다.
특히 이런 지식을 기계가 읽을 수 있는 형태로 제공하면 사람이 논문을 읽는 것을 넘어 인공지능이 새로운 지식을 스스로 찾아 연결하고 활용하는 길도 열린다.
이런 변화가 실제로 일어나려면 평가 방식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 연구팀은 논문 수와 인용 횟수만이 아니라 데이터와 코드의 공유, 연구 결과의 재현 가능성, 다른 연구에서 실제로 쓰인 정도, 연구 공동체에 대한 기여 등을 두루 살펴야 한다고 제안했다.
논문이 출판된 뒤에야 평가가 이뤄지는 지금과 달리 연구 공동체 안에서 지식이 공유되고 검토되는 과정 자체를 검증의 일부로 삼자는 것이다.
연구팀은 연구 문화가 결국 시스템에서 만들어진다는 점도 강조했다. 연구자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으로 보상받는지를 정하는 평가 기준과 인프라가 곧 연구 문화를 빚어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연구 문화의 변화는 연구자 개인에게만 맡길 수 없으며 대학과 연구기관, 연구비 지원기관, 출판사, 산업계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노준석 교수는 "현재 연구 시스템의 한계를 짚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데 의미있는 프로젝트였다"며 "정부와 민간, 산업계, 학계가 각자의 역할을 넘어 함께 협력해야 지속 가능한 연구 생태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장영태 기자 3678jyt@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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