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기자의 눈] 피해자는 삶을 잃고 가해자는 지갑 닫는, 무너진 기후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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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피해자는 삶을 잃고 가해자는 지갑 닫는, 무너진 기후정의

정민화 기자 Google구글에서 선호하는 출처로 추가
기사승인 : 2026-10-06 15:40:37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온실가스. 이것을 가장 많이 내뿜는 나라는 중국과 미국이다. 

 

유럽연합(EU)의 '지구 대기 연구를 위한 배출 데이터베이스(EDGAR)' 집계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가운데 중국은 29.51%, 미국은 11.11%를 차지했다. 과연 이들은 기후위기의 책임을 온전히 지고 있을까.

 

▲ 지난 8월 31일 네팔 베트라와티 마을이 대홍수와 산사태로 인해 토사에 덮여 있다. [뉴시스] 

 

2026년 9월 하순 아시아 곳곳에서 폭우와 태풍 피해가 이어졌다. 기상청 기후정보포털의 '주간 기후 이슈'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제25호 태풍 '두쥐안'이 많은 비를 뿌렸고, 태국에서는 폭우로 홍수가 발생했다. 인도와 네팔에서도 홍수와 산사태가 잇따랐다.

 

기후재난은 국경을 가리지 않고 발생한다. 하지만 재난이 남긴 피해의 무게마저 모두에게 공평한 것은 아니다.

 

여럿이 함께 식사한 뒤, 가장 적게 먹은 사람이 가장 많은 밥값을 내야 한다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기후위기라는 식탁에서는 이 황당한 일이 현실이다.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한 국가 대신, 기후변화에 책임이 적은 취약국들이 혹독한 재난 청구서를 뒤집어쓰고 있다.


이처럼 불공평한 현실을 꼬집는 개념이 바로 '기후정의(Climate Justice)'다. 정의는 법정이나 정치에만 있는 말이 아니다. 기후정의는 기후변화의 원인과 결과에 대해 사회적·경제적·세대 간 평등을 보장하고, 책임에 따른 부담과 이익을 공정하게 나누는 것을 의미한다.

 

온실가스의 국가별 배출량은 각국이 에너지 사용과 산업·농업 활동 등을 토대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공통 기준에 맞춰 계산하고, 이를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보고한다. 

 

이렇게 계산된 배출량과 실제 기후재난 피해를 비교해보면 큰 차이가 드러난다. 네팔은 그 불균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네팔은 2025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약 0.08%를 차지했다. 하지만 높은 산과 빙하가 많아 기후변화에 취약하다. 지난 8월 26일 히말라야에서 빙하가 무너지며 거대한 급류가 하류를 덮쳤고, 10월 6일 기준 1455명이 숨지고 최소 5285명이 실종됐다.


파키스탄의 배출 비중도 약 0.98%로 1%에 못 미친다. 하지만 2022년 대홍수로 3300만 명이 영향을 받고 1700명 이상이 숨졌다.

남태평양 섬나라 바누아투의 배출 비중은 약 0.0012%다. 그러나 해수면 상승으로 해안 지역의 침수와 침식 위험이 커지고 있으며, 강한 사이클론으로 반복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 사이클론 해럴드가 덮친 2020년에는 15만9000명 이상이 영향을 받고 1만7000채 이상의 주택이 파손됐다.


이들 나라에는 공통점이 있다. 산악지대나 섬처럼 재난에 노출되기 쉬운 곳인 데다 방재시설과 복구에 쓸 재원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기후정의가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누가 지구를 더 많이 데웠고, 누가 그 피해를 더 크게 입고 있는가. 책임과 피해가 같은 곳에 있지 않은 한, 기후위기는 '정의'의 문제로도 다뤄져야 한다.


국제사회도 이런 불균형을 줄이기 위해 2022년 11월에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 기후재난 피해가 큰 취약국을 지원하는 '손실과 피해' 기금 조성에 합의했다.

 

합의는 했지만, 정작 고배출 국가들은 지갑 열기를 주저하고 있다. 기후위기라는 거대한 계산서는 이미 식탁 위에 놓였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그 가혹한 비용을 온몸으로 치르고 있는 쪽은, 식탁에서 가장 적게 먹은 이들이다.

  

▲ 정민화 편집부 기자

 

KPI뉴스 / 정민화 기자 mhwa@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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