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플라스틱, 이젠 '소비의 수도꼭지' 잠글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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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이젠 '소비의 수도꼭지' 잠글 때"

강혜영
기사승인 : 2019-04-08 13:52:31
김미경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플라스틱 캠페인 팀장 인터뷰
"기업의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규제 등 구조적 변화 뒷받침돼야"
▲ 김미경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플라스틱 캠페인 팀장 [그린피스 제공]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가운데 사용을 줄이고 싶어도 줄이기 힘든 것들이 있다. 바로 생필품을 비롯한 대부분의 물건을 구매할 때 따라오는 플라스틱 포장재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의 김미경(32) 플라스틱 캠페인 팀장은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변화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김 팀장은 정부가 일부 플라스틱 품목의 사용을 규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기업들이 일회용 플라스틱을 사용한 제품들을 대량 생산하는 시스템을 개선해 플라스틱 제품 소비를 감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UPI뉴스가 그를 만났다.

-심각한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힘든 이유는 뭔가

"모든 플라스틱이 문제가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주위를 둘러보면 플라스틱이 아닌 제품들이 거의 없다. 많은 제품이 대부분 플라스틱으로 돼 있는데, 일회용 제품이 있고 다회용 제품이 있다. 이 중 일회용, 즉 한번 쓰고 버리는 플라스틱이 환경 문제를 유발한다. 플라스틱은 계속해서 썩지 않고 환경계를 순환하다 결국 우리의 식탁으로 돌아온다. 분리수거하면 마법처럼 사라진다고 생각하는 플라스틱이 사실은 바다로 흘러 들어가서 해양생물을 위협하기도 한다.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한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사용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기업들의 책임이 크다. 소비자들이 한번 쓰고 버릴 수밖에 없는 제품을 구매하고 싶어서 구매하는 것이 아니다. 기업들이 대량 생산 시스템을 유지,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플라스틱을 소비하고 싶지 않아도 선택권이 없다. 한국에서는 특히 일회용 용기를 사용하는 배달 업체들이 문제가 되고 있다. 기업들이 바뀌지 않으면 큰 변화는 일어나기 힘들다."

-정부가 비닐봉지와 일회용 컵을 규제하고 있는데

"일부 품목만 규제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 재활용 대란이 있고 나서 급하게 대책을 내놓다 보니 컵이랑 봉투만 규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그런데 왜 빨대는 규제 안 해?'라는 말이 나온다. 생활 속에서 쓰는 일회용 플라스틱이 너무나 많은데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정책의 실효성을 체감하기 어려운 거다.

시민들은 이미 일회용 플라스틱이 문제라는 것을 알고 있다. 최근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에서 벌인 설문조사를 통해서도 국민들이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매우 심각한 사안으로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런데 정부는 시민 인식보다 너무 낮은 수준의 규제를 펼치고 있다. 설문 조사 결과 환경부의 플라스틱 쓰레기 감축 노력에 대해 응답자 60%가 '잘 못하고 있다'고 답한 반면, '잘 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5%에 그친 것이 이를 보여준다."

 

▲ 환경부의 플라스틱 쓰레기 감축 노력 평가 [그린피스 제공]

-그렇다면 근본적인 해결책은 뭔가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의 소비량을 근본적으로 줄이는데 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 수도꼭지에서 계속 물이 흘러나오고 욕조가 넘치는데 눈앞의 물기만 닦아 낸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수도꼭지를 잠그려는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이를 위해 기업에서 생산하는 플라스틱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 플라스틱 전체 생산량의 3분의 1, 플라스틱 쓰레기의 절반이 제품 포장재다. 소비자들이 아무리 줄이고 싶어도 줄일 수 없는 것들이다. 기업들은 스스로 바뀌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기업의 플라스틱 사용을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 그런데 현 정책에서는 포장재에 대한 규제가 빠져있다. 과대 포장 비율만 정하는 수준이다.

기업에서 사용하는 플라스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시스템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포장재를 어떻게 줄일 것인가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개인이 플라스틱 소비를 줄이려는 노력과 함께 정부의 기업 규제와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 개선 등 구조적인 변화가 뒷받침돼야 한다. 국제적으로도 네슬레, 유니레버, 코카콜라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에 플라스틱 소비량 감축과 재사용 리필 시스템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갈 길이 멀다. 그럼에도 굳이 우선순위를 매긴다면

"모든 정책의 출발점은 정확한 실태 파악이다. 그런데 현 정부는 플라스틱 사용량에 대한 기본적인 데이터베이스도 구축하지 않고 있다. 환경부가 제시한 장기 로드맵에도 데이터베이스 마련에 대한 내용은 전무하다. 쓰레기가 재활용된 비율도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고 있고, 비닐봉지 등 플라스틱 사용량 역시 추산치다. 실태부터 파악한 후에 정책을 펴야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올 수 있다.

따라서 컵이나 빨대 등 일회용 제품뿐만 아니라 기업이 제품 포장에 사용하는 일회용 플라스틱을 포함해 플라스틱 소비량에 대한 포괄적인 데이터베이스를 우선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언제, 얼마만큼 줄일 것인지에 대한 감축 목표와 구체적인 로드맵을 짜고 정부와 기업이 협의를 통해 규제도 해나가야 한다."

-소비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면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에서는 온라인으로 '나의 마지막 플라스틱'이라는 콘셉트로 일회용 플라스틱을 사용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온 분들이 플라스틱과 결별을 선언하는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다. 오프라인으로는 '그린피스 불(不)편의점' 행사를 하고 있다. 한번 쓰고 버리는 문화를 되돌아보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아나바다' 운동처럼 바꿔 쓰고 고쳐 쓰는 이벤트를 지난달에 이어 매달 진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서울 지역에서 일회용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고 장을 볼 수 있는 식료품점을 찾아 지도화하는 활동도 하고 있다."

 

▲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지난 3월 30일 플라스틱제로 캠페인의 일환으로 2019년 '월간 그린피스 불편의점' 이벤트의 첫회를 진행했다. [그린피스 제공]


그린피스는 전 세계 55개국에서 활동 중인 국제환경단체로,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해결해야 하는 환경문제의 우선순위를 정해서 캠페인을 벌인다. 서울사무소에서는 2017년부터 플라스틱 캠페인을 시작해 생활 속에서 플라스틱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정부 규제와 플라스틱 소비의 시스템 변화를 촉구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KPI뉴스 / 강혜영 기자 kh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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