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10년 사법리스크 털어낸 이재용…이제는 삼성 지배구조 바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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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사법리스크 털어낸 이재용…이제는 삼성 지배구조 바꾸나

박철응 기자
기사승인 : 2025-07-17 14:36:51
법적 책임 지는 '등기 임원' 복귀 목소리 커질 듯
삼성물산의 삼바 지분 매각 후 전자 지분 확대 가능성
민사 재판은 남아...참여연대 "사법부 규탄, 정부 나서야"

10년 전 당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과정에서 부정은 없었다는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 내려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사법 리스크 족쇄를 풀게 됐다. 이 회장의 승계를 둘러싼 핵심 쟁점이 법적으로 해소된 것이지만 여전히 지배구조 개선 과제는 남아 있다. 향후 삼성그룹의 새 판을 짜는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대법원은 17일 이 회장이 기소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판결은 사실관계를 심리하는 1·2심과 달리 법 적용의 적절성 여부만 따지는 법률심이라는 점에서 무죄가 뒤집히지 않을 것이란 다수의 예상대로였다.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가운데)이 지난 4월 9일 일본 출장을 마치고 서울 강서구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로 귀국하고 있다. [뉴시스]

 

앞서 국정농단 재판에서는 삼성물산 합병 과정 상 뇌물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지만 부당 합병 혐의 재판에서는 번번이 무죄가 나왔다. 경영상 목적에 따른 합병이었고 합병 비율에도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검찰이 제시한 증거 중 일부가 위법하게 수집됐다는 고등법원 판단도 그대로 인정했다. 

 

그동안 사법 리스크가 삼성 경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이 회장은 재판을 이유로 법적 책임이 없는 미등기 임원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제는 온전한 책임 경영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삼성전자의 위기는 AI용 고부가가치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 개발 과정에서의 실기가 핵심이다. 삼성물산 부당 합병 의혹이 이어진 지난 10년은 HBM의 성장기와 맞물린다.

합병이 있었던 2015년만 해도 삼성전자는 HBM 2세대 제품을 경쟁사보다 먼저 양산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2019년에는 HBM 개발 부서의 인력을 축소하며 속도를 늦췄다. 당시 가격은 비싼데 수요는 많지 않다보니 성장 잠재력을 간과했다는 평가가 많다. 

 

이 회장은 자꾸 지연되는 엔비디아 납품은 물론 보다 앞선 세대의 HBM 개발에 성공해 판을 다시 뒤집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더 이상 변명거리도 없다.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을 통한 성장동력 마련도 절실하다. 2017년 3월 9조3000억 원을 들여 오디오·전장(차량용 전자·전기장비) 회사 '하만'을 인수한 뒤 이른바 '빅딜'은 없었다. 올들어 미국 마시모의 오디오 사업부, 독일 공조업체 플랙트, 미국 디지털 헬스케어 회사 젤스 등을 인수했으나 이를 넘어서는 과감한 투자 결정이 이뤄질 지 주목된다. 

 

'삼성의 위기'는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점점 부풀고 있다. 상대적으로 낮은 지분율로 이 회장이 지배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금융사인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하는 방식 등에서 근본적 결함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가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적극적이고 삼성물산 부당 합병 의혹의 꼬리표를 떼냈다는 점에서 이 회장은 새로운 구조 개편을 시작할 적기를 맞았다고 볼 수도 있다. 

 

지난 5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할 결정이 그 계기가 될 것이란 분석이 많다. 삼성바이오는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부만 남기고 바이오시밀러(복제약) 개발을 하는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주회사 삼성에피스홀딩스를 신설해 소유토록 하는 인적분할이다. 

 

증권가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토록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는 것과 맞물려 해석하기도 한다. 삼성물산이 삼성바이오의 지분 43%를 가진 최대주주이기 때문에 향후 이 지분을 팔아 삼성생명으로부터 전자 지분을 사들이는 방식이 가능해졌다는 얘기다. 활용할 수 있는 자금 규모는 20조 원대로 추정된다. 

 

이 회장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은 1.65%에 불과하고 일가 소유 지분을 합해도 5%를 넘지 않는다. 이 회장이 최대주주인 삼성물산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은 5.05%다. 다시 삼성물산의 역할이 커질 수 있는 셈이다. 

 

참여연대는 이날 판결에 대해 "경제 권력의 방패막이를 자처하고 승계 목적에 대해 앞뒤가 다른 판례를 내놓으면서까지 사회정의를 훼손하는 수치스러운 결정을 내린 사법부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반발했다. 이어 "정부는 국민연금공단이 불법 합병에 가담한 이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만전을 기하고 엘리엇·메이슨 국제투자분쟁(ISDS) 배상 판정에 대해서도 구상권을 행사하는 등 국민 피해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삼성물산의 옛 주주였던 국민연금공단은 지난해 이 회장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아직 구체적인 소송 규모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5000억 원 이상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국제적인 투자 자본인 엘리엇과 메이슨은 ISDS로 끌고가 한국 정부로부터 2300억 원 규모를 지급받게 됐다. 참여연대 등은 책임이 있는 이 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 등에게 정부가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회장은 형사 재판으로부터 벗어났지만 막대한 금전적 손실 가능성이 있는 재판은 진행 형이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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