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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앨까? 만들까?…'휴지통 딜레마'에 빠진 쓰레기 공화국

김이현
기사승인 : 2018-10-17 09:36:35
"버릴 곳 없어 투기"vs"투기하니까 철거"
청소구역 늘어나도 환경미화원 숫자는 줄어
정부-지자체 예산 공방…"제 역할 해야"

지난 11일 오후 서울 성북구 성신여대 인근 골목. '쓰레기 무단투기 시 끝까지 추적‧고발한다'는 안내판 밑에 쓰레기 더미가 쌓여 있다. 골목 안에서 담배를 피우던 한 남성은 담뱃불을 끈 뒤 바닥에 꽁초를 버렸다. 꽁초가 내던져진 곳은 이미 수많은 쓰레기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 지난 11일 성북구 성신여대역 인근 골목에서 한 남성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김이현 기자]

 

길거리가 몸살을 앓고 있다. 쓰레기가 구석구석을 점령했기 때문이다. 길거리 쓰레기통이 사라지자 쓰레기가 있는 곳은 '버려도 되는 공간'이 됐다. 꽁초를 버리기 시작하면 금세 꽁초 더미가 되고, 일회용 컵을 올려놓으면 그 옆은 또 다른 쓰레기들이 줄을 선다. 거리낌 없이 쓰레기를 버리는 이들은 "주변에 쓰레기통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시에 따르면 길거리 쓰레기통은 지난 1995년 총 7600개였다가, 2015년 5100개로 약 33% 감소했다. 1995년 쓰레기 종량제 실시 이후 인근 상가·가정 등의 무단투기, 청소·관리 인력 부족 등에 따른 것이다. 이후 쓰레기통을 찾기 힘들다는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민원에 따라 2018년 현재 6526개로 늘어나는 등 다시 증가 추세다.

 

▲ 1995년 쓰레기 종량제 시행 이후 길거리 쓰레기통과 환경미화원 숫자 현황 [그래픽 김상선]

 

하지만 환경미화원 수는 1995년 8683명에서 2018년 2480명까지 줄었다. "버릴 곳이 없어서 투기한다"는 시민과 "투기하기 때문에 쓰레기통을 철거한다"는 정부의 입장에 환경미화원의 고충이 커지고 있다. 청소구역은 늘어나는데 치울 인원은 줄어드는 것이다. 지자체별로 단속원을 배치해 쓰레기 무단투기 행위를 단속하고 있지만 역부족인 실정이다.

 

▲ 지난 11일 성북구 성신여대역 인근 골목에 있는 하수구가 담배꽁초 등 각종 쓰레기로 가득 차 있다. [김이현 기자]

 

특히 하수구 주변은 심각했다. 버려진 담배꽁초와 담뱃갑, 일회용 컵이 하수구에 가득했다. 성신여대역 인근 주민 A(75)씨는 "흡연자들은 골목에 와서 흡연한 후 꽁초를 그냥 버리고,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구석에 쓰레기를 던지고 간다"면서 "악취가 날 때는 다른 길로 돌아서 집에 간 적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 지난 11일 성북구 성신여대역 인근 골목에 설치돼 있는 쓰레기 무단투기 단속 카메라(왼쪽) 주변이 쓰레기로 어지럽혀져 있는 모습(오른쪽) [김이현 기자]

 

해당 골목에는 쓰레기 무단투기 단속 카메라가 설치돼 있었고, "무단투기 시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음성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단속 카메라 밑에는 쓰레기가 버려져 있었다. 근처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B(21)씨도 골목에서 흡연 후 구석에 꽁초를 버렸다. C씨는 "마땅히 버릴 곳이 없다"면서 "하수구나 박스 같이 한 곳에 쓰레기를 모아 버리는 게 그나마 낫기 때문에 쓰레기가 모여 있는 곳에 버리는 것"이라고 했다.

쓰레기 무단투기를 막아보기 위해 지난 2016년 정부와 지자체가 시범사업에 나선 적이 있다. 쓰레기통 설치 여부 논란이 팽팽한 상황에서 일회용컵과 담배꽁초 등 길거리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환경지킴가게'를 지정했다. 유동인구가 많은 거리의 카페나 편의점 등을 지정해 외부의 쓰레기를 버릴 수 있게 한 것이다.

 

시범사업 당시 신진수 환경부 자원순환국장은 "길거리 쓰레기를 줄이고 재활용을 확대하는 이번 사업은 시민사회의 자발적 참여를 통한 새로운 민·관 협업의 본보기"라며 "환경부는 시범사업의 성과를 평가하여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 2016년 '환경지킴가게'로 지정돼 외부의 쓰레기를 버릴 수 있었던 14개 매장.(


그러나 시범사업 구역으로 지정된 대학로 대명길에 환경지킴가게는 현재 단 한 곳도 운영되지 않고 있다. 실내 매장에 외부에서 들고 온 쓰레기가 너무 많이 쌓이고, 외부에 설치한 쓰레기통 주변이 자연스럽게 흡연구역으로 변하면서 민원이 빗발쳤기 때문이다.

종로구청 환경과 관계자는 "이론과 현실의 괴리가 있어서 현재는 하지 않는 사업"이라면서 "각종 민원이 쌓이다 보니 매장주들의 참여율도 낮아지게 되면서 중단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시민들의 요청에 따라 중앙버스차로나 대로변에 쓰레기통을 추가로 설치하고 있다"고 했다.

한 환경미화원은 "청소 구역과 인구는 늘어나는데 치우는 인력은 줄어들고 있다"면서 "환경미화원은 지자체 조례에서 정해진 숫자가 있기 때문에 요청해도 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아울러 "특히 원룸 밀집지역이나 대학로 주변은 투기가 심각하다. 환경미화원 증원과 함께 종량제 봉투 사용을 적극 홍보해 시민들의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 지난 11일 성북구 성신여대역 대학로 주변 골목에 각종 쓰레기가 쌓여 있다. [김이현 기자]

 
서울시 관계자는 "환경미화원과 관련된 업무, 채용 등 모든 사항은 지자체 소관"이라면서 "환경미화원 처우 개선 요구가 꾸준히 나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관련 부처에서는 예산 지원이 확정되지 않은 채 개선하라는 업무지시만 내리고, 지자체는 환경미화원 예산만 무한대로 늘릴 수 없으니 정부에서 지원을 해달라는 등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이사장은 "서울시와 지자체의 갈등은 행정에 있어서 어느 것을 우선순위에 두느냐의 문제"라면서 "적절한 장소에 쓰레기통을 배치하고 이를 마땅히 치울 수 있는 인원을 두는 것이 당연하다. 예산과 비용 문제만 이야기하는 것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무리 선진국이라도 쓰레기통의 분리 배출이 완벽히 이뤄지는 곳은 드물다.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를 통해 시민의식을 함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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