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2000원 핫도그와 9900원 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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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원 핫도그와 9900원 피자

김기성
기사승인 : 2023-10-30 14:21:16
슈링크플레이션, 스킴플레이션 등 꼼수 인상 활개
코스트코, 핫도그 세트 25년째 2000원 유지
피자몰, 9900원 피자로 영업이익 3배 성장

물가가 다시 들썩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소비자 물가지수는 올 들어 지난 7월까지 상승세가 둔화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그러나 8월 이후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고 최근 맥주와 햄버거 가격이 잇따라 오르면서 물가상승의 방아쇠를 당기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확산하는 꼼수 인상

이런 저런 이유로 가격을 올리지 못하는 업체들은 제품 용량을 줄이고 있다. 동원F&B가 양반김, 참치캔의 중량을 줄였고 해태제과는 만두, 농심은 양파링, 서울우유는 비요뜨의 중량을 줄였다. ‘슈링크플레이션’(shrink, 줄이다+ inflation, 물가상승)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용량을 그대로 두는 대신 품질을 낮춘 사례도 등장했다. 롯데칠성음료는 델몬트 오렌지와 포도 주스의 용량과 가격은 건드리지 않았다. 다만 과즙함량을 100%에서 80%로 낮췄다. 대표적인 ‘스킴플레이션(skimp, 인색하다 + inflation)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런 물가 상승 추세 속에 주목받는 품목이 있다. 수십 년째 가격과 용량을 지켜오고 있는 코스트코의 핫도그와 이랜드 피자몰 얘기다.

 

▲ 코스트코 2000원 핫도그 세트(왼쪽)와 이랜드 피자몰 9900원 피자 [각사 홈페이지]

 

한국에서 25년째 변함없는 코스트코의 2000원 핫도그 세트

창고형 할인매장 코스트코를 가면 10명 가운데 8명은 먹는다는 제품이 있다. 바로 2000원짜리 핫도그 세트다. 빵과 소시지로 구성된 핫도그에 탄산음료까지 더해져 한 끼 식사로도 모자람이 없다. 1998년 코스트코가 한국에 진출한 이후 25년 동안 한 번도 크기나 가격이 바뀌지 않았다.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1985년 핫도그 세트를 내놓은 이후 1달러50센트의 가격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 거의 40년 가까이 가격을 지켜오고 있는 것이다.

유통매장의 가성비 좋은 먹거리는 미끼상품일 가능성이 높다. 코스트코의 핫도그 세트를 판매하는 푸드코트도 매장 입구가 아니라 쇼핑을 마치고 나가는 출구 쪽에 있다. 미끼상품이라는 얘기다. 그래서 손해보고 팔고 있을 개연성이 높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작년에 분석한 것을 보면 코스트코의 핫도그 세트는 현재 가격의 2.8배인 4달러13센트는 받아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십 년째 가격이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고객들에게 큰 호감을 주고 있다. 이러한 호감은 코스트코의 다른 물건도 가격이 쌀 것이라는 믿음을 더해주고 있다고 한다. 코스트코의 짐 시네걸 창업자는 후임 CEO에게 핫도그 가격만큼은 절대 건드리지 말라고 경고한다는 얘기도 있다.

다시 주목 받는 피자몰의 9900원 피자

우리나라에도 수십 년째 가격을 고수하고 있는 제품이 있다. 이랜드 그룹의 피자브랜드인 피자몰 얘기다. 피자몰은 1994년 개점하면서 피자 가격을 9900원으로 정했다. 당시에도 시중 브랜드 피자는 1만8000원에 달해 가격파괴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런데 그 가격 그대로 30년째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옥수수피자 등 여러 종류의 라지 사이즈(33Cm) 피자를 30년 전 가격 그대로 팔고 있다.

피자몰은 한 때 유사 매장이 급증하면서 위기도 겪었으나 최근 피자 프랜차이즈들이 무턱대고 가격을 올리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현재 주요 피자 프랜차이즈의 피자는 라지 사이즈 기준으로 3만 원에서 4만 원 사이에 판매되고 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피자 물가는 1년 전에 비해 12.3%, 2년 전에 비해서는 무려 23.6%가 올랐다.

당연히 소비자들은 비싼 프랜차이즈 피자를 외면하고 피자몰에서 줄을 서서 개점을 기다리는 '오픈런'까지 연출하고 있다. 가성비 좋은 피자를 사겠다는 의도겠지만, 이와 더불어 30년째 가격을 올리지 않은 피자몰을 성원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프랜차이즈 피자 영업 악화에도 피자몰은 성장세 뚜렷

이처럼 제품 가격을 유지한 업체에 대한 소비자들의 성원은 기업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주요 피자 프랜차이즈 본사의 지난해 실적을 보면 한국피자헛은 2억5000여만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로 돌아섰고 미스터피자도 적자 규모가 41억 원으로 늘어났다. 도미노피자는 11억4000여만 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93%나 급감한 것이다.

그러나 피자몰의 매출은 2021년 130억에서 2022년 150억으로 늘었고 올 들어서는 3분기까지 190억 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익 측면에서도 올 1분기에 흑자로 돌아섰고 3분기 영업이익은 1년 전에 비해 3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코스트코, '싸다는 인식' 심어주면서 한국에서 승승장구

코스트코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유통시장은 글로벌 업체들의 무덤으로 불린다. 전 세계 유통 챔피언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월마트’와 ‘까르푸’가 유독 한국시장에서는 사업실패를 맛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코스트코는 살아남았을 뿐 아니라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이 위기에도 불구하고 작년에 경남 김해와 서울 고척점을 신규로 열었고 앞으로 청라, 익산, 제주 등에서도 점포 개설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코스트코 양재점은 전 세계 코스트코 매장 가운데 매출액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2021년 16개의 매장으로 매출이 5조 원을 넘어선데 이어 작년에는 5조5353억 원의 매출에 8332억 원의 영업이익을 남겼다. 코스트코가 이처럼 한국 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소비자들에게 ‘싸게 판다’는 인식을 심어줬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비자들이 이런 믿음을 가지게 된 데는 2000원짜리 핫도그 세트가 큰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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