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릉 일대는 신라 박 씨에게 신성한 곳이었을 것
제4대 탈해왕 석 씨 세력의 상징적 산은 토함산
완주 아원고택, 함안 무진정 등지에서도 촬영
MBC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이 인기다.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촬영지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늘었다. 가상의 입헌군주제 국가를 배경으로 한 이 드라마의 주요 촬영지를 그곳의 역사와 함께 살펴보자.
'21세기 대군부인' 주인공은 평민 신분인 재벌가 여성 성희주(아이유 분)와 왕의 둘째 아들로 태어난 이안대군(변우석 분)이다. 담장을 사이에 둔 두 사람의 담벼락 키스는 세간의 화제가 됐다. 담벼락 키스 장소는 사적 경주 오릉(五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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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에서 남녀 주인공의 담벼락 키스 장면. [MBC] |
경주 오릉은 경북 경주시 탑동에 있는 5기의 능묘다. 삼국사기에는 무덤 주인공이 신라 시조 박혁거세와 그 왕비인 알영 부인, 그리고 제2·3·5대 왕이라고 기록돼 있다. 신라 초기 왕들과 왕비의 무덤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제4대 왕릉은 이곳에 없다. 이는 제1·2·3·5대 왕은 박 씨이고 제4대 왕인 탈해왕(탈해 이사금)은 석 씨인 것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경주 오릉 일대는 신라 왕위를 돌아가면서 맡은 박·석·김 씨 중 박 씨의 주요 기반이자 신성한 지역이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박혁거세 탄생 설화가 전해지는 경주 나정 등 박 씨 관련 유적 추정지 여럿이 오릉 근처에 있다.
탈해왕릉은 경주 북쪽 소금강산에 자리한 것으로 비정된다. 경주 동쪽 토함산은 석 씨 세력의 상징적인 산으로 얘기된다. 탈해왕 사후 그를 토함산의 신으로 모셨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토함산도, 탈해왕릉도 경주 중심부의 약간 아래쪽에 있는 오릉에서 꽤 떨어져 있다.
드라마에서 이안대군 사저로 활용된 곳은 전북 완주 아원고택이다. 경남 진주에 있던 250년 된 고택의 사랑채와 안채, 전남 함평의 조선 말기 서당 등을 옮겨 와서 새롭게 구성한 건축물이다.
이곳은 이번 드라마 방영 전부터 그룹 방탄소년단(BTS) 팬들 사이에서 성지로 통했다. BTS가 '2019 서머 패키지 인 코리아' 영상과 화보를 이곳에서 촬영했기 때문이다.
국왕이 태어난 탄일(誕日) 축하 행사의 하나로 화려한 미디어아트가 펼쳐진 장소는 경기도 수원 화서문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 화성의 서쪽 문이다.
성문을 보호하기 위한 반달 모양의 옹성이 문 앞쪽에 있고, 옹성 북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는 공심돈이 성벽을 따라 연결돼 구조가 독특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심돈은 초소 역할을 하던 곳으로, 층마다 바깥을 향해 총이나 활을 쏠 수 있도록 구멍이 나 있다.
남녀 주인공의 팽팽한 심리전이 인상적이었다는 평가를 받는 국궁장 장면은 경북 예천진호국제양궁장에서 촬영됐다. 2021년 도쿄올림픽 남자 양궁 2관왕 김제덕을 비롯한 다수의 선수가 땀을 흘리며 세계를 제패할 실력을 기른 곳이다.
그중에서도 이 양궁장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릴 수밖에 없는 선수는 여자 양궁 국가대표였던 김진호다. 양궁장 명칭의 일부인 '진호'가 이 선수를 가리키기 때문이다. 김진호는 1979년 베를린 세계선수권 5관왕, 1983년 LA 세계선수권 5관왕, 1984년 LA올림픽 동메달,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3관왕 등에 빛나는 '원조 신궁'이었다.
스포츠와 남북 관계의 역사를 돌아볼 때도 심심찮게 소환된다. 1978년 방콕아시안게임 개인전 금메달을 획득한 여고생 김진호는 시상식에서 3위를 한 북한 선수에게 악수를 청했다. 돌아온 건 악수 거부와 얼음장 같은 반응이었다. 분단과 한국전쟁으로 강화된 지나친 적대 위주의 남북 관계가 스포츠에 투영된 사례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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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궁장에서 마주 선 '21세기 대군부인'의 두 주인공. [MBC] |
주인공 성희주와 이안대군이 즐긴 낙화(落火)놀이 촬영지는 경남 함안 무진정이다. 조선 중종 때 관료인 조삼(1473~1544)이 여생을 보내기 위해 지은 정자다.
낙화놀이는 밤하늘에 흩어지는 불꽃을 관상하는 민속놀이다. 줄불놀이라고도 한다. 무진정 일대에서는 매년 석가탄신일에 연등과 연등 사이에 참나무 숯가루로 만든 낙화를 매달고 불을 붙여 꽃가루처럼 물 위에 날리는 낙화놀이 행사가 열린다.
이 놀이를 석가탄신일에, 함안에서만 즐긴 것은 아니다. 한국민속대백과사전에 따르면 대전, 충북 등지에서도 이 놀이를 즐겼다. 정월 대보름에 액막이 성격으로 행하기도 했고, 선비들이 시를 즐기는 시회(詩會)를 할 때 낙화놀이를 즐기기도 했다.
남녀 주인공의 궁중 혼례 장면 촬영지는 충남 부여 백제문화단지다. 국내 최초로 재현된 삼국 시대 백제 왕궁인 사비궁 등이 있는 곳이다. 국정의 중심으로 제시된 총리 관저와 국회의사당 장면은 안동 경북도청을 배경으로 촬영됐다. 궁궐 화재 장면 촬영지는 경북 문경 마성세트장이다. 강원도 원주 M83영화종합촬영소에서도 '21세기 대군부인'의 여러 장면이 촬영됐다.
KPI뉴스 / 김덕련 역사전문기자 kd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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