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장관 엄포도 국정감사도 안 통하는 벌떼입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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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엄포도 국정감사도 안 통하는 벌떼입찰

김기성
기사승인 : 2023-10-04 15:25:21
중흥그룹, 벌떼입찰로 인천 공공택지 낙찰받아
SM, 호반그룹 등도 계열사 동원해 입찰 참가
‘1사 1필지’ 추진하는 국토부 정책에 반기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벌떼입찰에 대해 엄벌의지를 드러내고 국회는 국정감사에서 관련 기업의 대표를 불러 벌떼입찰 의혹을 다루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지만 건설 대기업의 벌떼입찰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 8월 25일 인천도시공사는 ‘인천 검단 공동주택용지 AA24 블록’ 입찰을 공고했다. 택지 공급금액은 2198억 원으로 1086가구의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땅으로 수천억 원의 시행이익이 예상되는 알짜 공공택지로 알려진 곳이다. 결과는 중흥그룹 계열사가 당첨됐다. 중흥그룹은 이 입찰에 모두 5개 계열사를 동원해 벌떼입찰 효과를 다시 한 번 입증했다.

 

▲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 [UPI뉴스 자료사진]


중흥그룹, 5개 계열사 동원해 공공택지 낙찰 받아

 

중흥그룹은 이 입찰에 대우건설과 중흥토건, 중흥건설, 중흥에스클래스, 새솔건설 5개 계열사가 참여해 새솔건설이 당첨됐다. 결과적으로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10월부터 도입한 ‘1사 1필지’ 제도를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다. ‘1사 1필지’는 1개 필지에 모기업과 계열사를 합쳐 1개 기업만 입찰하도록 제한하는 제도다.

 

물론 중흥그룹이 법을 어긴 것은 아니다. ‘1사 1필지’를 법으로 규정하는 택지개발촉진법 시행령이 개정되지 않은 허점을 파고든 것이다. 시행령 미비로 택지개발촉진법에 따라 진행되는 지방자치단체 도시개발공사 주관 공공택지 입찰에 바뀐 제도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다수의 계열사가 입찰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정부의 ‘1사 1필지’ 의지에도 다수 기업 벌떼입찰

 

중흥그룹은 ‘우리만 그런 건 아니다.’라고 억울해 할 수도 있다. 이번 입찰에서 계열사를 동원해 벌떼입찰에 나선 기업이 자신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SM그룹은 가장 많은 8개 계열사를 동원했고 보성그룹은 6개, 호반그룹도 5개 계열사를 입찰에 동원했다. ‘1사 1필지’제도의 허점을 노린 것이 중흥 만은 아닌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자산이 20조 원이 넘고 재계순위 17위에 달하는 대기업이 ‘1사 1필지’ 제도의 뜻을 무시한 채 벌떼입찰을 감행한 것은 비난받을 소지가 있어 보인다. 또 계열사를 동원해 벌떼입찰에 나선 다른 그룹들의 면면을 보면 벌떼입찰로 사세를 크게 불린 기업들이다. 돈만 벌 수 있다면 정부의 정책 방향이 무엇이든 허점을 놓치지 않겠다는 천박한 자본의 속성을 보는 것 같아 개운치 않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페이퍼컴퍼니가 아니라도 벌떼입찰의 속성은 바뀌지 않아

 

운이 좋아 당첨된 중흥 그룹이나 운이 나빠 떨어진 SM그룹이나 호반그룹 모두 벌떼입찰이 아니라고 항변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 문제가 된 벌떼입찰은 사업 실체가 없는 페이퍼컴퍼니를 동원한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번에 동원된 계열사들은 크든 작든 간에 사업의 실체가 있다는 차이점을 주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왜 벌떼입찰이 비난을 받는지를 생각해 보면 번듯한 계열사를 여럿 동원하는 것도 페이퍼컴퍼니를 내세우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견 건설사 보호 위한 추첨제를 악용한 벌떼입찰

 

벌떼입찰이 등장한 것은 입찰방식이 경쟁 방식에서 추첨 방식으로 바뀌면서다. 경쟁 방식을 택하면 대기업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중견기업의 주장 때문이었다. 추첨을 통해 입찰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균등하게 보장해주자는 뜻이었다.

 

그런데 추첨제가 동원되자 지금 거론되고 있는 중흥, 호반 등의 기업들이 급조된 계열사를 동원해 공공택지 입찰을 싹쓸이 한 것이다. 실제로 2017년 이후 2021년까지 중흥, 호반, 대방, 우미, 제일건설 5개 건설사가 낙찰 받은 LH의 공공택지는 37%에 달했다. 

 

이렇게 낙찰 받은 공공택지에 아파트를 지어 막대한 돈을 긁어모은 것이다. 압권은 호반건설이었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벌떼입찰로 낙찰 받은 공공택지를 아들 회사로 넘겨 1조3천억 원에 달하는 분양이익을 챙길 수 있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벌떼입찰의 불법성에 대한 수사는 현재 진행중

 

어쨌든 제도의 틈새를 노려 중흥그룹은 재계 17위, 호반그룹은 재계 33위의 그룹 반열에 올랐다. 그렇다고 이들 그룹이 벌떼입찰 논란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다. 입찰에 동원된 계열사들이 실체가 없는 페이퍼컴퍼니로 드러나면 추가적인 제재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원희룡 장관도 택지를 낙찰 받은 업체들이 입찰 등록 기준을 충족했는지 등을 조사할 것이고 불법성 여부는 경찰과 검찰 수사에서 밝혀지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런 상황에서 법에 어긋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또 입찰 자격이 있는 계열사라는 점을 들어 다수의 계열사를 동원해 공공택지 낙찰을 시도한 것은 어떠한 이유에서도 합리화될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자신들의 과거를 생각하면 이제는 자신들보다 작은 건설사에게도 행운이 돌아갈 수 있도록(낙찰 받을 수 있도록) 게임의 룰을 지켜주는 것이 옳지 않을까?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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