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이어진 부처 탈출…남는 건 방통위와 공수처뿐
'찐강남' 쏠림과 공급 폭탄…'준강남' 과천 집값 운명은
정부가 법무부 세종시 이전을 추진하면서 과천시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2012년부터 핵심 중앙 부처가 순차적으로 과천을 떠난 데 이어 법무부까지 이전 대상에 포함되면서 행정도시 정체성이 증발할 거란 우려 때문이다.
여기에 과천 경마장과 국군방첩사령부 부지 등에 약 9800가구를 공급하는 계획도 지역 주택시장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대출·세제 규제로 투자 수요가 위축되고 강남권 선호가 강해지면서 과천 집값이 보합권에 머무는 상황에서 대규모 공급까지 예고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준강남'이라는 입지적 가치가 유효한 만큼 폭락보다는 일시적 조정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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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천 지식정보타운 내 행정 상업지구 조감도. [과천 지식정보타운 홈페이지 캡처] |
정부는 최근 '2차 중앙행정기관 이전 방안'으로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 등 수도권 소재 중앙행정기관을 세종시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이 중 가장 큰 지역 반발이 있는 곳은 법무부가 자리한 과천이다. 법무부는 1983년 정부과천청사에 입주한 이래 40년 넘게 과천에 본부를 두고 있다. 계획대로 2027년 이전이 시작되면 법무부는 44년 만에 과천을 떠나게 된다.
과천시는 즉각 반발했다. 신계용 과천시장은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고 "20년 전 일방적인 청사 이전과 수도권 주택 가격 안정화를 이유로 정권 교체 때마다 과천의 희생을 강요했다"며 "행정도시로서의 자족 기능이 완전히 파괴되는 조치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과천청사는 한때 대한민국 경제·행정을 총괄하는 핵심 기지였다.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고용노동부 등 6개 핵심 부처와 공정거래위원회가 입주해 있었다.
그러나 세종시 조성 계획에 따라 이 기관들은 2012년 1단계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농림축산식품부·공정거래위원회가 이전했고 2013년 2단계로 산업통상자원부·환경부·고용부가 과천을 떠났다.
2013년 과천청사에 신설 입주했던 과학기술정보통신부마저 2019년 세종으로 이전을 완료했고, 국방 및 방산 특화 정책에 따라 방위사업청 역시 2023년부터 대전으로 이전을 시작해 2027년 완전 이전을 앞두고 있다.
법무부마저 이전하면 과천청사에 남는 주요 중앙기관은 방송통신위원회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정도에 불과하다.
법무부가 실제 이전하기까지는 법적 절차가 남아있다. 현행 행복도시법상 '세종시 이전 제외 기관'으로 명시된 법무부를 목록에서 삭제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정부는 공청회와 부처 협의를 거쳐 올해 4분기 중 '중앙행정기관 이전계획'을 최종 확정·고시한 뒤, 2027년 상반기부터 단계적 이전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과천시 입장에서는 대규모 공급 계획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과천 렛츠런파크(마사회 경마장)와 관문체육공원 일대 부지 등에 9800가구를 조성할 계획이다.
2020년 문재인 정부는 8·4 대책의 일환으로 정부과천청사 앞 마당(유휴부지)에 4000가구 규모의 공공주택을 지으려 했으나 시민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당시 청사 앞마당은 시민들의 휴식 공간이자 과천시의 미래 발전을 위한 '마지막 자족 용지'라는 이유로 강력한 저지 운동이 일어났고, 정부는 발표 10개월 만에 철회했다.
이번에 추진될 공급 계획은 청사 부지가 아닌 경마장 일대 등 제3의 개발 부지라는 점이 다르다. 법무부가 빠져나간 청사 용지는 첨단 산업이나 공공 기능 유치 공간으로 활용하고, 주택 공급은 별도로 진행되어 순차적으로 신규 단지가 들어설 전망이다.
과천시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집값 하락이다. 핵심 행정기관들이 연달아 빠져나가면서 지역 상권 침체와 행정 도시로서의 프리미엄 감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실거주 중심 정책과 동탄과 수지 등 쏠림 현상 속에서 과천 부동산 경기는 약보합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거래가 드문 가운데 지난해 상승했던 일부 단지에서는 하락 거래도 빈번히 포착된다.
"투자자들이 1주택을 선택해야 한다면 '준강남' 과천보다 '찐강남' 소형 아파트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것이 지역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이다.
대구, 평택, 인천 등의 미분양 사례처럼 일시적 '공급 과잉'이 집값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과천의 입지적 경쟁력이 단단하다고 입을 모은다. 서초구와 맞닿아 있는 지리적 이점과 지하철 4호선, GTX-C 노선 등 교통 호재는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2012년 6개 부처가 이전할 때도 '폭락설'이 제기됐었지만, 과천은 입지 프리미엄을 바탕으로 강남 수준에 집값을 맞춘 바 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법무부 이전은 주택 수요 감소 요소가 될 수 있어 단기적으로 악재인 것은 맞다"면서도 "강남 생활권이라는 입지가 변하지 않고, 공급 역시 인프라를 갖춘 신축 단지들이 순차적으로 들어서는 것이기 때문에 폭락보다는 약간 조정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KPI뉴스 / 설석용 기자 ssyasd@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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