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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중박' 사과문 초래한 인물 박중양은 이토 히로부미 숭배자

김덕련 역사전문기자 Google구글에서 선호하는 출처로 추가
기사승인 : 2026-08-14 16:34:56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특별전 전시품 검증 미흡 공개 사과
독립운동가 유묵으로 소개됐으나 친일파 작품일 가능성 제기돼
박중양은 한국을 혐오·멸시하고 일본을 찬양한 '신념형 친일파'
일제, 1935년 '식민 통치 25년간 최고 공로자 중 한 사람' 평가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13일 전시품 검증 미흡에 대해 공개 사과했다. 앞서 국립중앙박물관은 10일 해당 전시품을 현재 진행 중인 특별전에서 철수시켰고, 12일에는 관장 명의의 사과문을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한국을 대표하는 박물관이다. '국중박'이라는 줄임말이 낯설지 않게 됐을 만큼 상당수 시민의 일상에서 국립중앙박물관 비중이 높아지기도 했다. 그러한 국립중앙박물관의 수장이 공식석상에서 사과하고 전시품까지 철수시킨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13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에서 열린 특별 강연에 앞서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 전시품의 검증 미흡에 대한 사과문을 읽고 있다. [뉴시스]

 

경위는 이렇다.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이 지난달 1일 막을 올렸다. 10월 25일까지 이어지는 이 특별전의 전시품 중 하나가 '一飯是國恩(일반시국은)' 유묵이다. '한 그릇의 밥도 다 나라의 은혜다'라는 뜻의 문구다. 임진왜란 때 승병을 이끌고 조헌의 의병과 함께 청주전투, 금산전투에서 활약한 영규대사의 어록 중 일부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영규대사의 말을 담은 이 유묵을 "충북 보은 출신 애국지사 박원근"이 썼다고 소개하며 전시했다. 박원근(1912~1950)은 일제 강점기에 사회주의 사상을 바탕으로 항일 투쟁을 전개한 독립운동가다. 치안유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두 차례 옥고를 치렀고, 2009년에 건국훈장 애족장이 추서된 인물이다.

이 유묵의 존재를 뒤늦게 알게 된 박원근의 유족은 특별전에 찾아와 전시품 앞에서 흐느꼈다. 이 사진은 몇몇 언론에 공개되며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유묵에 담긴 '박원근'이라는 서명이 친일반민족행위자 박중양(1874~1959)의 또 다른 이름일 수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사실이라면, 친일파 작품을 독립운동가 유물로 잘못 공표한 대형 사고로 기록될 수밖에 없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정확한 확인을 위해 유묵을 특별전에서 철수시키고, 사전에 충분히 검증하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본이름 이외에 부른 이름인 박중양의 자(字)가 바로 '원근'이다. 성을 붙여 서명하면 '박원근', 즉 독립운동가 박원근의 서명과 같게 된다.
 

다수 언론이 이 사안을 기사로 보도했다. 대개의 기사들에는 박중양의 이력 중 일부가 소개됐다. 누락된 부분이 꽤 있는 만큼 문제의 인물 박중양에 대해 조금 더 살펴보자.

누락된 부분 중 하나는 박중양과 1909년 안중근 의사에게 처단된 이토 히로부미의 관계다. 박중양은 세간에 이토 히로부미의 수양아들이라는 소문이 돌 정도로 총애와 후원을 받았고, 이토 히로부미를 스승이자 인생 모델로 존경하고 숭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중양은 친일파 중에서도 한국을 철저히 멸시·혐오하고 일본을 진심으로 찬양한 이른바 '신념형 친일파'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관비 장학생으로 일본에 간 박중양은 1904년 러일전쟁 시기에 일본군 통역으로 귀국한 후 1945년 광복 때까지 일제를 위해 일했다.

1910년 대한제국 멸망(경술국치) 이전에는 일본군이 항일 의병을 무력화하는 데 적극 협력했다. 일제 강점기에는 충청남도 장관, 충청북도·황해도 지사, 그리고 조선총독부 자문 기관인 중추원 참의·고문·부의장 등을 지냈다.

 

충북 지사이던 1924년에는 속리산의 20세 여승이 박중양에게 끌려가 성범죄를 당한 후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다. 이듬해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박중양은 지사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다.  


그에 앞서 1919년에는 3·1운동을 진압하겠다며 대구에서 자제단이라는 단체를 조직해 단장으로 활동했다. 1940년대에는 한국 젊은이들에게 일본의 침략 전쟁에 학병으로 동참하라고 권했다. 1942년 일본군이 싱가포르를 점령하자, 싱가포르까지 가서 일본군을 위문했다. 이처럼 일본에 적극 협력한 결과 일제 패망 직전인 1945년 4월 일본제국의회 귀족원 칙선의원으로 선임됐다.

일제가 박중양을 어떻게 여겼는지 보여주는 자료 중 하나가 1935년에 나온 '조선공로자명감'이다. 조선총독부가 1910년부터 1935년까지 일제 통치에 협력한 민관 공로자를 직접 선정한 명단인데, 여기서 박중양은 일제의 조선 식민 통치 25년간 최고의 공로자 중 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박중양은 광복 후 조금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1949년 1월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에 체포되지만, 그해 6월 경찰의 반민특위 습격 사건을 계기로 반민특위 활동이 크게 위축되면서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고 풀려난다. 1950년대에는 이승만 대통령 등을 조롱하는 글을 썼다가 검찰에 불려가기도 했다. 1959년 86세로 사망했다.

  

KPI뉴스 / 김덕련 역사전문기자 kd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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