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3~1944년에 총 30번…뉴딜과 2차 대전 참전 관련 설득
라디오 청취자 80% 이상이 지속적으로 들은 것으로 파악돼
이재명 대통령이 새로 시작하는 유튜브 프로그램 '대통령의 Y'가 5일 오후 9시 공개된다. 이와 관련해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재임 1933~1945년)의 노변정담(爐邊情談, Fireside chats)이 관심을 모은다. '대통령의 Y' 준비 과정에서 노변정담을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노변정담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9월 30일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더 국민들께 가까이 다가가 공감하고 소통하겠다"며 그 방안으로 기자 회견, 토론회, 현장 방문, 유튜브 생방송과 함께 루스벨트식 노변정담을 거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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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일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공동 언론 발표중인 이재명 대통령.[뉴시스] |
노변정담은 루스벨트가 대통령 재임 중 진행한 대국민 라디오 방송이다. 따뜻한 난롯가에서 허물없이 나누는 이야기라는 뜻이다. 루스벨트가 직접 붙인 이름은 아니다. CBS 워싱턴 지국장 해리 부처의 손에서 탄생한 명칭이다. 노변담화(爐邊談話)로도 불린다.
루스벨트는 대중을 설득해 동의를 얻고, 그것을 토대로 자신의 정책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데 능숙했던 인물로 꼽힌다. 루스벨트를 '20세기의 가장 탁월한 커뮤니케이터'라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
1920년대에 라디오는 새로운 대중 매체였다. 세계 최초의 상업 라디오 방송이 1920년 11월 미국에서 시작됐다. 1930년대에 미국 정치인들에게 라디오는 대중에게 전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수단이었다. 특히 여성, 30세 이하 젊은 층, 교육을 많이 받지 못한 이들이 상대적으로 신문보다 라디오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루스벨트는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라디오를 활용했다. 뉴욕 주지사로 재임하던 1932년 4월 '잊힌 사람들'이라는 제목의 라디오 방송 연설을 통해 경제 위기 극복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런 경험을 통해 루스벨트가 이웃 사람들과 대화하는 듯한 느낌의 라디오 방송 연설이 대중에게 정책을 설명하고 지지를 얻는 데 효과적이라는 믿음을 갖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한 믿음을 바탕으로 대통령 취임 후 노변정담을 시작한다.
루스벨트는 1933년 3월 12일, 첫 번째 노변정담을 진행했다. 대통령에 취임한 지 8일 후였다. 주제는 은행 위기였다. 이를 시작으로 1944년 6월까지 총 30번의 노변정담이 이뤄졌다.
연평균 3회 미만이었으니 횟수가 많았다고 볼 수는 없다. 당분간 2~3주 간격으로 방송될 예정인 이 대통령 유튜브 '대통령의 Y'와 비교하면 더욱 그러하다.
노변정담은 밤 9시에서 11시 사이에 이뤄졌다. 45분 가까이 이어진 사례도 있지만, 30분을 넘기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미국사 연구자 김서형의 논문에 따르면, 30번에 걸친 노변정담은 큰 틀에서 두 가지 정책에 대한 정치적 설득을 목적으로 했다. 하나는 뉴딜 정책(대공황 극복을 위한 경제·사회 개혁 정책), 다른 하나는 2차 세계대전 참전과 관련된 전쟁 정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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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랭클린 D.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 [위키피디아] |
1930년대 초 미국 경제는 대공황으로 침체의 늪에 빠진 상태였다. 루스벨트는 뉴딜 정책 관련 노변정담에서 대공황 극복을 위한 새로운 정책 시행의 배경과 목적을 대중에게 설명했다. 또한 전쟁 정책 관련 노변정담을 통해, 참전을 원치 않는 분위기가 강했던 미국 사회에서 참전의 정당성에 동의하는 여론을 확산하고자 했다.
루스벨트는 뉴딜정책으로 댐·도로 건설 등 공공사업으로 일자리를 만들고, 은행 예금 보호와 증권시장 감독을 강화해 금융 신뢰 회복을 꾀했다. 농업·산업의 회복을 지원하는 한편, 노령연금과 실업보험 등 사회보장제도의 기틀도 마련했다.
노변정담은 미국인 다수의 관심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라디오 청취자의 80% 이상이 노변정담을 지속적으로 들은 것으로 파악된다. 1984년에 출간된 한 책에는 당시 분위기가 이렇게 묘사돼 있다. "너무나 많은 사람이 루스벨트의 노변정담을 듣고 있던 나머지 (중략) 밤에 시카고 골목길을 걸어가면, 열린 창문으로 루스벨트의 노변정담을 한마디도 놓치지 않고 들으면서 갈 수 있을 것이다."
KPI뉴스 / 김덕련 기자 kd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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