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인터뷰] 백광제 연구원 "아파트 공급부족? 오히려 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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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백광제 연구원 "아파트 공급부족? 오히려 초과"

유충현 기자
기사승인 : 2024-02-20 17:15:54
교보증권 재직…집값 폭락 예측 보고서로 부동산 시장 강타
"정부 개입은 하락속도 늦출 뿐…장기적 방향 변하지 않아"
"2020년부터 멸실 뚝 끊겨…수도권, 6만 호 초과공급 상태"

지난해 11월 초 한 국내 증권사에서 나온 보고서로 국내 부동산 커뮤니티가 발칵 뒤집어졌다. 집값이 현 수준에서 30% 정도 하락할 수 있고 최고점 대비 '반토막' 날 수도 있다는 내용이었다. 작성자는 백광제 교보증권 수석연구원이다. 

 

당시만 해도 부동산 시장의 하락 전환을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기에 다들 놀랐다. 비판도 쏟아졌다. 하지만 석달 여가 지난 지금 시장은 백 연구원이 예측했던 방향으로 가고 있다. 

 

연초부터 정부가 '1·10 대책' 등 여러 부양책을 꺼냈지만 백 연구원은 "장기 전망에는 변화가 없다"고 단언했다.

 

▲ 백광제 교보증권 수석연구원이 20일 서울 여의도 교보증권 사옥에서 UPI뉴스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유충현 기자]

 

그는 수도권 아파트가 6만 호 이상 '초과공급' 상태에 있다며 정부를 비롯해 주류 전문가들이 말하는 '공급부족론'과 정반대의 주장을 내놓고 있다. 나아가 올해 서울·수도권 집값이 5% 이상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UPI뉴스는 20일 서울 여의도 교보증권에서 백 연구원과 약 1시간 가량 국내 부동산 시장에 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ㅡ 보고서가 나왔을 때 감정적인 반응도 있던데.

 

"온라인에 있는 반응을 챙겨보진 않았다. 다만 지인들이 걱정하더라. '맞는 의견이라도 너무 강하게 주장하지 말라'고들 했다. 그래서 언론 인터뷰 섭외에 잘 응하지 않았다." 

 

ㅡ 보고서가 나온 뒤로 거시경제 지표에 변화가 있었고 정부 정책도 새로 나왔다. 당시 분석의견을 지금도 변함없이 유지하고 있나.

 

"전망에 활용했던 여러 근거지표가 있다. 정부의 현재 부동산 부양책 정도로는 방향성을 바꿀 수 없다고 판단한다. 정부의 개입으로 하락의 속도가 조금 늦춰질 수는 있지만 궁극적인 흐름이 바뀌긴 어렵다."

 

ㅡ 하반기부터 금리 인하가 이뤄지면 집값이 다시 오르지 않겠느냐는 주장도 있다.


"중요한 부분은 현재 주택의 임대수익률이 매우 낮다는 점이다. 위험자산인데도 불구하고 은행예금이나 국채 같은 안전자산보다 수익률이 낮은 '역전 상태'에 있다. 이런 상태는 '버블'이다. 기준금리가 적어도 연 2% 아래로 내려가기 전에는 해결되기 어렵다."

 

ㅡ 보통 부동산 투자는 임대수익률보다 가격상승에 따른 차익을 기대하는 것 아닌가.

 

"그런 접근방식을 저는 '투기'로 분류한다. 투자라는 것은 목표로 하는 자산의 수익률과 위험부담을 고려해 안전자산 수익률보다 얼마나 높은지를 근거로 삼아야 한다. 내재수익률이 낮은 상태에서 막연히 매매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믿고 베팅하는 것은 투자가 아니다."

 

▲ 백광제 교보증권 수석연구원이 20일 서울 여의도 교보증권 사옥에서 UPI뉴스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유충현 기자]

 

ㅡ 올해 상반기 '역전세난'이 확산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른 많은 전문가들이 '역전세난 이슈는 끝났다'고 말하는 것과 대비된다.

 

"역전세 여부는 2년 전 시점과 비교해야 한다. 작년 저점 대비 전세가격이 올랐다고 해도 그게 2년 전보다 낮으면 역전세다. 서울의 전세가격 고점은 2022년 6월이었다. 올해 6월 이후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물건들은 고점 대비 엄청나게 가격이 떨어진 상태다."

 

ㅡ 서울·수도권 아파트가 '초과공급' 상태에 있다고 봤다. 정부를 비롯한 여러 부동산 연구기관에서 일제히 '공급부족'을 우려하는 것과 정반대 의견이다. 

 

"많은 분들이 단순하게 입주·분양·인허가 물량을 평면적으로 보면서 공급이 많다거나 적다고 말한다. 그런데 실제 공급은 '멸실'의 마이너스(-) 효과를 포함해야 한다. 2019년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됐다. 이후로 멸실이 뚝 끊기면서 공급과잉이 발생했다. 이게 누적되면서 2023년 기준으로는 서울·수도권에서 6만 세대 이상 초과공급 상태다."

 

ㅡ 작년 연말쯤부터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조금 떨어졌다. 수요가 살아날 가능성은.

 

"신규취급 대출보다 기존 대출을 봐야 한다. 2019년 '고정금리 5년+변동금리' 방식으로 집을 구매한 이들이 많았다. 올해부터 변동금리로 전환되는 시기다. 2019년에는 워낙 금리가 쌌다. 대략 2% 정도가 많았다. 그런데 이게 현 수준에 맞춰지면 2배 가까이 오른다. 소위 '영끌'을 해서 최대한 빚을 낸 경우라면 상환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

 

ㅡ 부동산을 매개로 한 여러 문제가 구조적으로 누적돼 있다. 어떻게 될 것 같나.

 

"사실 좀 무섭다. 과거 IMF(국제통화기금) 사태 극복 과정에서 카드를 무분별하게 발급했던 것이 4, 5년 후 '카드대란'으로 돌아왔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로 불가피하게 매우 큰 규모의 통화 완화가 있었다. 지금 4, 5년째에 접어드니 걱정이 크다. 부실을 정리하지 않는 한 정상화는 어렵다."

 

ㅡ 시장과 투자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핵심 메시지는.

 

"제가 '다주택자들 망하라'고 고사를 지내는 게 아니다. 그럴 이유가 없다. 저는 그저 객관적으로 현재 주택 가격이 내재수익률보다 지나치게 높다고 말하는 것이다. 고점 대비 하락하긴 했지만 아직 집값은 제대로 조정을 받지 않았다. 지금은 최대한 보수적으로 보고 지키는 포지션에 서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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