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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아파트 '주차난'…대책은 없나

장기현
기사승인 : 2019-02-01 16:19:51
자동차 급증했는데 관련법은 23년간 제자리
이중·불법주차로 주민 갈등 증폭
"공유경제 등 다양한 시도 필요"

"다행히 오늘은 일찍 와서 이중주차라도 할 수 있었어요"

1월30일 오후 10시께 서울시 노원구 한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주민 김모(45)씨의 말이다. 그는 "6개월 전에 이사 와서 가장 불편했던 것이 주차"라며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해 몇 바퀴 돌다가, 결국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는 단지 밖 길가에 차를 댄 적도 있다"고 호소했다.
 

▲ 지난 1월30일 오후 10시께 서울시 노원구의 한 아파트 주차장. 빈 공간을 찾을 수 없을 만큼 꽉 차있다. [장기현 기자]


30년 전에 완공된 이 아파트는 주차장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어린이놀이터를 주차공간으로 용도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이중주차를 포함 50개의 주차면을 확보할 수 있다. 현재 찬반 투표가 진행 중이다. 일부 아기를 키우는 부모들을 중심으로 "아이들이 뛰어놀 공간은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협소한 주차공간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대다수 사람들은 찬성 쪽으로 기울었다.

김씨도 찬반 투표에서 찬성표를 던졌다. 그는 "아이들이 노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차들이 난립한 곳에서 아이들이 다치면 그게 더 큰 문제"라고 했다.

 

김씨가 살고 있는 노원구의 아파트는 2100세대가 거주하지만 주차면 수는 900여개로, 세대당 주차면 수는 0.5개가 채 안 된다. 두 가구 당 한 자리의 주차 공간도 확보되지 못한 셈이다. 그래서 이곳은 오후 10시가 넘어가면 주차 공간을 찾기 어렵다. 주민들은 빽빽한 이중주차와 인도를 가로막는 이른바 '개구리 주차', 심지어 아파트 통로와 단지밖 4차선 대로의 양옆에 주차를 하고 있다.

 

이처럼 오래된 아파트는 고질적으로 주차공간이 부족해 주민들의 민원이 지속적으로 나온다. 특히 이중주차 때문에 차량이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거나 무리하게 차량을 이동시키다 접촉사고가 나는 등 주민 간의 갈등도 자주 발생한다. 불법주차도 만연하게 이뤄져 소방차 진입을 방해하는 등 다양한 문제가 일어난다.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하루에도 꽤 많은 주차 관련 민원을 받는다"며 "가장 큰 문제는 하루에 10건 이상씩 발생하는 '불법주차'"라고 말했다. 이어 "이중주차는 최소한 소방차가 들어올 공간은 만들 수 있지만, 불법주차는 위급상황 발생시 대책이 없다"고 토로했다.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법'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12월 말 기준 전국의 자동차 등록 대수는 2253만대를 넘어섰다. 이는 2007년 1643만대에서 600만대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처럼 1인 가구 및 1가구 2~3차량의 증가 등에 따라 10년 동안 자동차 수는 꾸준히 늘어났다. 하지만 차량이 늘어난 만큼 주차면은 늘지 않으면서 주차장 부족 현상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 서울시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공개한 어린이 놀이터의 주차장 전환공사 전후 예시 [장기현 기자]


현재 시행되고 있는, 아파트 등 주택단지의 적정 주차면 수를 결정하는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은 1996년 제정됐다. 서울에서는 전용면적 85㎡ 이하인 주택단지의 경우 주차대수를 전용면적의 합계로 나눈 값이 75분의 1을 넘어야 한다. 전용면적이 85㎡를 초과하면 그 비율이 65분의 1을 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전용면적 84㎡ 주택 100가구의 아파트는 112대 이상의 주차면을 갖추면 된다. 즉 세대당 주차면 하나는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1가구 2~3차량이 많아지면서 세대당 한 자리의 주차면도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특히 이 제도가 시행된 1996년 이전에 건설된 아파트들은 이 기준에 턱없이 부족한 주차장을 가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차난 해결 위해 다양한 시도 필요"

정부는 심각한 주차난과 이로 인한 갈등을 줄이기 위해 22년 만에 주택단지의 주차대수 산정 기준을 새로 마련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월 차량 이용이 늘어난 환경을 감안해 지역과 주택유형, 면적별로 주차대수 산정 기준을 세분화하는 안을 연내에 새로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1년이 지난 아직까지 세부안은 나오지 않았다.


▲ 1월30일 오후 10시께 서울시 노원구 한 아파트 단지 밖 왕복 4차선 도로. 양쪽으로 무단주차 차량이 즐비하다. [장기현 기자]

국토부 주택건설공급과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말에 연구 용역을 완료했고, 결과를 가지고 어떻게 개정할지 검토하고 있다"며 "개정이 결정되면 올해 안에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어 "지역별 편차가 크기 때문에 주차대수가 늘어나는 방향으로 갈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부연했다.

노후 아파트들은 추가적인 주차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재건축이다. 재건축을 통해 지하주차장을 만드는 등 한번에 주차난을 해결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재건축 요건을 강화하면서 이 아파트들은 미뤄왔던 주차장 확장 공사에 들어갔다. 강남구 대치동 선경아파트는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녹지, 놀이터, 테니스장의 절반 정도를 주차장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과거의 아파트들은 '주차 등 주거 환경이 나빠지면 재건축하면 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며 "이전까지는 유일한 답이었을지 몰라도 이제는 다른 방법을 생각해볼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도시재생 관련해서 새로운 시도들이 많이 되고 있는데, 시흥시의 경우 학교와 MOU를 체결해서 학교 지하에 주차를 하는 방식도 나왔다"며 "이런 시도로 주차난이 쉽게 해결되지 않더라도 이런 방식의 시도는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5월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대표발의한 주차장법 개정안은 아파트, 상업시설, 공공기관, 교회, 학교 등이 유휴 주차장을 개방할 때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주차장 시설비와 운영비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유경제 방식을 적용해 주차난을 해소하고 경제효과를 기대하는 법안으로, 이전에 나온 주차난 해소 방안들과 달리 새로운 건설사업이 추진될 필요가 없다. 많은 주목과 기대를 받았지만, 현재 국토위에 계류 중이다.

 

KPI뉴스 / 장기현 기자 jk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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