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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전쟁'으로 번진 미중 무역분쟁 2라운드

온종훈
기사승인 : 2019-08-12 16:53:39
양측 모두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는 치킨게임
재선 노리는 트럼프와 내우외환 시달리는 시진핑
장기화 불가피해…기축통화국 미국이 절대적 유리

미국과 중국 간의 통화 전쟁, 즉 화폐 전쟁이 한창 진행되던 지난 8일. 왕춘잉(王春英) 중국외환관리국 대변인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재무부는 중국이 환율 평가절하에 관여하지 않는 것 자체를 환율 조작이라고 언급했는데 이는 정치 조작이자 모독이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이날 아침 인민은행이 고시한 기준 환율(중간 환율)은 달러당 7.0039위안이었다.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이미 5일부터 나흘간 달러당 7위안 선을 넘었지만 중국당국이 통제하는 중간 환율이 7위안을 넘어선 것은 2008년 5월 이후 11년 만이다. 왕 대변인은 발언은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지 만 이틀이 지난 후 나온 것이다.


바야흐로 무역분쟁에서 통화전쟁의 양상으로 바뀌는 미중 간의 격돌에서 시진핑의 중국이 본격적인 반격에 나서는 모양새다.

▲ 셔터스톡


트럼프의 공격 vs 시진핑의 반격…강(强) 대 강(强)으로 대치

위완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상향 돌파하면서 평가절하된 것을 의미하는 '포치'(破七)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 위안화의 시장 환율이 달러당 6위안대에서 7위안대로 올라선 5일 미국 재무부는 종합무역법에 의거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시차를 감안하면 불과 수 시간 만에 전격적으로 조치를 단행한 것이다. 1994년 이후 25년 만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서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재무장관 스티븐 무누신은 결정을 내렸다. 재무무의 공식멘트는 "므누신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권한으로 오늘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결정했다"였다.


1988년에 제정된 종합무역법은 지적재산권 보호와 불공정무역관행 시정 조치 등을 통해 무역적자 해소를 도모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적으로 하고 있다.


결국 환율조작국 지정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부터 해온 대중 무역적자 해소를 위한 일련의 조치들인 △보복관세 부과 △금리 인하(7월 0.25%인하) △환율조작국 지정의 3종 세트의 완결판이다.


전 세계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블랙먼데이(5일)는 위완화의 시장 환율이 7위안을 돌파하면서 한국과 일본, 중국 등 아시아시장을 시작으로 유럽으로 이어졌으며 종국에는 지구를 한바퀴 돌아 미국에서 마무리됐다. 이후에도 외환시장에서는 위안화는 달러당 7위안대에서 내려오지 않았으며 달러화와 엔화는 상대적 강세를 보였다. 각국 중앙은행들은 금리 인하와 구두개입 등으로 자국의 통화를 방어하며 미중간의 격돌에 대비하고 나섰다.

금융시장은 6일과 7일에는 미국과 중국 양국 당국이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한 조치들이 약발이 먹히면서 이전의 낙폭이 다소 회복되는 조짐이 보였다.


위완화의 고시환율이 7위안을 넘은 8일에도 금융시장은 "중국 당국이 기대치보다는 낮게 기준환율을 설정했다"는 평가와 함께 호조를 보였다. 중국이 위안화 환율을 가파르게 상승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안도하는 분위기에다 때마침 발표된 7월 중국 수출이 3월 이후 가장 좋은 3.3% 증가한 것도 시장의 상승에 일조했다.

연준의 추가 금리인하, 9월 추가 보복관세가 고비

미중의 통화전쟁은 미국 입장에서 대중 무역적자 해소를 위한 자국 상품은 수출을 늘리고 타국 상품의 수입은 줄이는 중상주의적 보호무역주의가 시작점이다.


금융시장이 블랙먼데이의 충격에서 완연히 벗어나기 시작한 8일 트럼프는 트위터에 연방준비제도(Fed)에 상당한 수준의 금리 인하를 또다시 요구했다. 전날에도 "우리의 문제는 중국이 아니라 연준"이라며 "연준은 더 많이 더 빨리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말한데 이은 것이다. 결국 환율시장조작국 지정을 전후로 거의 매일 연준의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은 6일 폭스뉴스에 출연해 "연준이 기준금리를 연말 이전에 최소 0.75%포인트 또는 1%포인트를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화정책은 연준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행정부가 관여할 수 없다는 '불문률'을 정면으로 깨면서까지 트럼프의 의지를 거칠게 전달했다.

트럼프의 인하 압박은 갈수록 도를 더하고 있다. 연준은 7월 11년 만에 금리를 인하했으나 이 정도 수준으로 만족할 수 없다며 이제는 캐터필러, 보잉, 존 디어 등 구체적인 기업 이름까지 거명하며 이들의 경쟁력 회복을 위한 '금리 인하론'을 펴고 있다. 백악관 인사들은 아예 연준이 통상 해온 0.25% 단위의 금리인하가 아니라 0.5%씩 내리자는 '더블샷' 인하까지 주장하고 있다.


중국도 강하게 맞대응하고 있다. 9월 1일부터 예정된 추가 보복 관세에 대응해 희토류의 무기화를 공식 선언했다. 중국희토류산업협회는 9일 성명을 통해 "우리의 산업 지배력을 미국과 무역전쟁에서 무기로 쓸 준비가 돼 있다"며 "미국 정부의 관세 부과에 대한 중국 정부의 맞대응을 결연히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미중간의 갈등에서 희토류의 무기화 시사는 간간이 있었지만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의 80% 이상을 생산하는데, 미국은 대부분의 희토류를 중국에서 사들인다. 희토류는 경제뿐 아니라 국방·안보 차원에서도 필수 원료다.

중국산 수입품 3000억달러 규모의 수입품에 대한 이번 보복관세로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 전체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게 된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4~5차례의 보복관세에다 9월 새로운 관세까지 부과하게 되면 미국은 관세수입만도 연간 1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스토롱맨의 대결…장기화하는 미중 통화전쟁

글로벌 공급망이 지구적 차원으로 연결된 현대 사회에서 국가간 경제 전쟁은 어느 일방의 승리나 패배로 끝나기는 힘들다. 패권을 지키는 것도 어렵지만 승리해서 새로운 패자로 등극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

미중간의 통화전쟁이 이같은 양면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하를 통해 미중 무역 전쟁에서 마침표를 찍고 싶어하지만 연준은 경기과열과 물가상승을 이유로 상당히 유보적인 입장이다. 지난달 금리 인하시에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향후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보험성 인하'를 전제하면서 시장과 트럼프의 기대와 달리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중국 또한 마찬가지다. 당장 트럼프 행정부의 보복관세에 대응해 희토류의 무기화 등 공식화했지만 위안화의 고시환율을 7위안으로 올렸지만 그렇다고 실제 시행이나 환율을 더 끌어올리는데 부담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


여기다 도널드 트럼프와 시진핑은 자국 이기주의에 몰두하고 있는 국수주의자들이다. 이른바 '스토롱맨'이다.


트럼프는 내년 11월30일로 예정된 대통령선거에서 재선하기 위해 대중국 무역적자 축소에 가시적인 결과를 내야 하고 시진핑은 중화민족의 부흥이라는 '중국몽' 구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미국에 호락호락 밀릴 수 없는 처지다. 가뜩이나 중국은 최근 홍콩 등 내부문제와 성장둔화에 따른 부동산 버블과 지역경제 문제까지 겹쳐 말 그대로 내우외환에 있다.

이때문에 주요 2개국(G2)으로 세계의 시장과 공장 역할을 하는 두 국가의 정면 충돌은 두 스트롱맨에게는 피하고 싶은 파국이다. 다만 그 임계점 아래에서는 양측은 강수와 강수를  둘 공산이 크며 치킨 게임이 장기화할 수 있다. 다만 달러 기축통화국인 미국이 이 통화전쟁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온종훈 기자 ojh1111@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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