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보험사 책무구조도 시행됐지만…3분의 1은 '셀프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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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책무구조도 시행됐지만…3분의 1은 '셀프감시'

유충현 기자
기사승인 : 2025-07-03 17:24:43
대상 30개사 중 10곳 CEO-의장 겸직…견제 기능 무력화 우려
"은행 중심 제도, 보험사에 안 맞아"…경영활동 위축 우려도

보험사 임원들의 내부통제 책임을 명확히 하는 '책무구조도'가 본격 시행됐다. 하지만 도입 대상 보험사들 3분의 1은 여전히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 중이라 내부통제에 구멍이 뚫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 정부서울청사의 금융위원회 깃발. [금융위원회 제공]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날부터 자산총액 5조 원 이상 보험사 30곳을 대상으로 책무구조도가 공식 시행됐다. 책무구조도는 금융사 임원이 담당하는 직책별 내부통제 및 위험관리 책무를 명문화한 문서로 만든 '책임 지도'다. 책무기술서(텍스트)와 책무체계도(도표) 작성을 의무화하고 대표이사 등 경영진의 내부통제 책임을 명시하는 제도로, 일명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으로 불린다.

 

해당 보험사들은 시행을 앞두고 내부통제 강화와 조직 개편 등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다. 현대해상, 미래에셋생명, NH농협손해보험 등은 전날 지배구조내부규범을 개정해 공시했다. 이사회의 경영진 감시 의무를 추가한 규정을 마련한 것이다. 

 

기존 임원들의 책무를 변경하거나 내부통제 담당임원을 새로 선임한 곳도 여럿이다. 라이나생명은 전날 브라이스 레슬리 존스 사내이사에게 내부통제 점검 책무를 부여했고 하나생명도 같은 날 이근규 본부장의 책무를 준법감시인으로 변경했다. 

 

현대해상은 이날 홍사경 상무를 위험관리책임자로 선임했다. 지난달에는 미래에셋생명이 채희장 준범감시인을, 신한라이프가 이창현 준법감시인을 각각 선임했다.

 

또 내부통제 강화를 원하는 금융당국 의사에 맞춰 KB라이프, ABL생명, 메트라이프생명 등은 대표이사의 이사회 의장 겸직을 해소했다. 

 

ABL생명은 지난 7일 곽희필 신임 대표에 들어가면서 시예처치앙 전 대표가 겸임하던 이사회 의장 자리를 김치중 사외이사가 맡았다. 메트라이프도 지난 6월 지홍민 사회이사가 의장직을 맡으며 송영록 대표의 겸임 체제를 해소했다. KB라이프는 정문철 대표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다가 지난달 30일 김영선 사외이사로 의장직을 분리했다.

 

하지만 각사 지배구조 공시 내역을 보면 도입 대상 보험사 30곳 중 10곳은 여전히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고 있다. 

 

▲ 자산총액 5조 원 이상 30개 보험사 중 대표이사-이사회 의장 겸직 현황. [각 사 지배구조공시]

 

이사회 의장까지 겸직하는 보험사 대표는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 △이영종 신한라이프 대표 △김대현 흥국생명 대표 △김영만 DB생명 대표 △김중현 메리츠화재 대표 △구본욱 KB손해보험 대표 △이명순 SGI서울보증 대표 △나채범 한화손해보험 대표 △송윤상 흥국화재 대표 등이다. 

 

형식적으로 분리돼 있지만 실질적인 '견제·감독 기능'이 작동한다고 보기 어려운 곳도 있다.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은 2004년부터 20년 이상 이사회 의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대형 보험사 중 유일한 '오너 의장' 체제다. 코리안리 보험도 이례적으로 형인 원종익 이사회 의장과 동생인 원종규 대표 간 '형제경영'으로 유명하다. 

 

금융당국은 이사회가 대표이사를 감독해야 할 기구인 만큼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는 것이 원칙이라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현행 법령에는 이사회 의장이 반드시 사외이사가 돼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면서도 "대표이사는 내부통제 등 전반적 집행과 운영책임이 있고 이사회 의장은 대표이사의 총괄 관리의무 이행을 감독해야 하는데 겸직 시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원활히 작동되지 않을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책무구조도 시행과 관련해 은행권 중심으로 설계된 제도를 보험업계에 일괄 적용하는 방식이 업권 특성과 맞지 않는다는 의견도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은행은 비교적 단순한 여수신 프로세스가 중심이지만 보험은 K-ICS(지급여력) 등과 연계된 복잡한 리스크 기반 구조로 책임 체계를 설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ALM(자산부채관리), CSM(계약서비스마진) 등 장기적이고 복합적인 리스크를 고려할 때 은행권 같은 단순 체크리스트로는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책무구조도 위반으로 대표이사가 처벌받을 경우 향후 대주주 자격에 결격 사유가 발생해 자회사 인수나 신사업 추진 과정에서도 제약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금융사고 우려로 상품 출시나 경영활동에 위축될 소지가 있다"며 "이런 점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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