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한미약품그룹 최대주주되는 OCI그룹, 통합 후 주도권 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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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그룹 최대주주되는 OCI그룹, 통합 후 주도권 쥘까

안재성 기자
기사승인 : 2024-02-29 18:04:58
OCI홀딩스, 한미사이언스 지분 27%로 최대 주주 등극
한미 일가 OCI홀딩스 지분율은 OCI 일가에 못 미쳐
"OCI, 연구개발 투자 '인색'…부광약품 인력 다수 떠나"

최근 제약업계에서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이 화두인 가운데 통합 후 주도권은 OCI그룹 측이 쥐게 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통합 작업으로 서로가 양측의 지주회사 지분을 취득할 예정인데, OCI그룹 측이 취득하는 지분율이 한미약품그룹보다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2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은 지난달 12일 현물출자와 신주 발행 취득 등을 통해 그룹 간 통합을 완료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내용에 따르면, OCI그룹 지주사인 OCI홀딩스는 한미약품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지분 27.0%를 취득한다. 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인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 겸 전략기획실장 등은 OCI홀딩스 지분 10.4%를 취득한다.

 

취득지분율은 OCI 측에 유리하다. 통합 작업이 마무리되면 OCI홀딩스는 한미사이언스의 압도적인 최대주주가 된다. 현 1대 주주인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12.56%)의 2배가 넘는다. 송 회장과 함께 이번 통합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임주현 사장의 지분(7.29%)을 합쳐도 19.85%로 OCI홀딩스에 미치지 못한다.

 

반면 임주현 사장이  OCI홀딩스의 지분율 8.6%로 1대 주주가 되지만 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 지분을 다 합쳐도 10.4%에 그친다.

 

OCI 오너 일가이자 현재 OCI홀딩스 1·2대 주주인 이화영 유니드 회장(7.41%)과 이복영 SGC 회장(7.37%)의 지분을 합치면 14.78%다. 사실상 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의 지분율로는 OCI홀딩스에 지배권을 행사하기 어렵다.

 

이화영 회장와 이복영 회장은 OCI그룹 측에서 이번 통합을 주도한,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의 삼촌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두 삼촌은 이우현 회장에게 우호적"이라며 "이우현 회장이 원하는 방향대로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런 종류의 법인 통합에서는 취득지분율이 높은 쪽이 후일 경영의 주도권을 잡기 마련"이라며 "한미약품그룹 측이 급하다보니 불리한 조건을 받아들인 듯하다"고 진단했다.

 

이번 통합에서 특히 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 측은 상속세 납부 재원 마련 목적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故) 임성기 전 한미약품 회장이 미처 상속 준비를 충실히 하지 못한 상태에서 갑자기 사망하는 바람에 유산을 상속받은 부인과 자녀들은 5000억 원이 넘는 상속세를 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재원 마련을 위해 OCI그룹과 통합을 서둘렀다는 이야기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가 통합을 두고 집안싸움까지 일어난 것과 달리 OCI그룹 오너 일가 쪽은 조용하다"며 "자신들이 유리한 조건이라 향후 주도권을 쥐게 될 거란 기대감 때문인 것 같다"고 관측했다.

 

그는 "취득지분율 외에 통합 후 경영에서 누가 주로 자금을 대는 지도 주도권 경쟁에서 중요한데, 이 역시 OCI그룹 측이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한미약품그룹은 화성 팔탄공장, 평택 바이오플랜트 등 대규모 설비 투자 영향으로 최근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한미사이언스의 유동성 비율은 24.9%, 한미약품은 50.0%에 불과해 유동성 비율이 100~300%에 이르는 경쟁사 대비 취약한 수준이다.

 

반면 OCI그룹은 현금 창출 역량이 뛰어나다. OCI홀딩스의 지난 2022년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1조 원을 웃돈다. EBITDA는 영업이익(EBIT)에 감가상각비용을 더한 개념으로 현금흐름을 추정하는 지표로 쓰인다. 

 

IB업계 관계자는 "흔히 OCI그룹과의 통합으로 한미약품그룹의 어려운 자금사정이 나아진다는 점에만 주목하는데, 돈을 내는 사람의 목소리는 그만큼 크기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한미약품그룹 임직원들이 OCI그룹 측 눈치를 봐야할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한편 두 그룹 통합에서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기대하는 시선도 있지만, 큰 효과는 거두지 못할 거란 지적도 존재한다.

 

한미약품의 26개 파이프라인 중 비만·대사는 5건, 항암제는 14건이다. 이와 달리 OCI그룹 내 제약회사인 부광약품의 6개의 파이프라인 중 조현병·양극성장애, 파킨슨병, 치매 등과 관련한 파이프라인이 4건이다.

 

얼핏 다각화에 도움이 되는 듯하지만, 회의적인 의견을 내놓는 사람들은 "지난 2022년 OCI그룹에 인수된 후 부광약품의 R&D 능력이 약화됐다"고 지적한다.

 

부광약품 임원 A 씨는 "제약·바이오산업의 R&D는 막대한 돈을 쏟아 붓고도 실패하는 사례가 잦다"며 "그래도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계속 연구해야 하는데, OCI그룹은 이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A 씨는 "OCI그룹은 부광약품을 인수한 뒤 비용 절감을 내세워 여러 R&D 프로젝트를 좌초시켰다"며 "이에 절망한 연구인력 다수가 회사를 떠났다"고 한숨을 쉬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OCI그룹은 통합 후 파이프라인 다각화를 꾀하기보다 부광약품을 매각하려 할 수 있다"고 관측하면서 이유로 실적을 꼽았다. 부광약품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364억 원으로 전년(2억 원) 대비 적자폭이 100배 이상 커졌다.

 

▲ OCI홀딩스 로고. [OCI홀딩스 제공]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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