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IT업계 갑질·폭행 피해자들 "노동부 뒷짐이 禍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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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업계 갑질·폭행 피해자들 "노동부 뒷짐이 禍키웠다"

남경식
기사승인 : 2018-11-13 18:47:52
"7~8가지 위조 서명, 노동부 조사 안해"
"기자회견하자 압수수색 실시"

한국미래기술 양진호 회장의 직원 폭행 동영상으로 IT업계 전반에 걸친 갑질 및 폭행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고용노동부가 안일하게 대처해 피해를 더 키웠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3일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IT노동자 직장 갑질·폭행 피해 사례 보고' 세미나에서 갑질 및 폭행 피해 당사자들은 입을 모아 "노동부가 뒷짐을 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민주노총 한국정보통신산업 노동조합이 주최한 '위디스크 양진호 회장 폭행사태'로 본 IT노동자 직장 갑질.폭행 피해 사례 보고 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문재원 기자]


농협정보시스템에서 2년간 8770시간을 근무하며 과로로 면역력이 저하돼 폐를 잘라냈고, 롯데하이마트 쇼핑몰 관리자로 일하던 중 폭언·폭행을 당한 양도수씨는 "농협정보시스템에서 야근한 것에 대해 노동부에 진정을 냈지만, 노동부는 1년 넘게 묵혀두기만 했다"며 "노동부가 조사를 엉망으로 해서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리를 했다고 검찰 관계자가 말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산 시스템 구축 전 서류로 작성한 근무시간의 2/3는 회사가 제 서명을 위조해서 쓴 것이다"며 "누가 봐도 서명이 다르게 된 것이 7~8개인데 노동부는 이 부분을 왜 조사를 안하는 것인지 분통이 터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도수씨는 노동부에 대한 불신이 커져 롯데하이마트 관리자에게 폭행을 당한 건에 대해서는 노동부에 신고하지 않았다. 양씨는 "찾아가서 말해도 소용이 없을 것 같아서 혼자서 사법적인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미래기술 양진호 회장이 그랬듯, 수십명 앞에서 양도수씨를 폭행한 두 직원은 지방으로 좌천되는 징계를 받았으나, 6개월여만에 원래 직급으로 복귀했다. 결국 피해자는 회사를 떠나고, 가해자는 제자리로 돌아온 것이다.

 

▲  김환민 한국정보통신산업 노동조합 팀장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린 '위디스크 양진호 회장 폭행사태'로 본 IT노동자 직장 갑질.폭행 피해 사례 보고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공단기, 영단기 등 인터넷강의 업체로 유명한 '에스티유니타스'에서 웹디자이너로 일하다 과로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장민순씨의 언니, 장향미씨도 노동부의 행태를 비판했다.

장향미씨는 "지난해 12월 고용노동부 강남지청에 신고를 했지만, 그해 근로감독을 나가는 일정이 다 끝나 이듬해 2월 이후에 나갈 수 있다"고 답이 돌아왔다며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4월에 기자회견을 열었더니 그날 압수수색이 이뤄졌다"면서 "할 수 있는데 안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들끼리는 노동부가 기업부 같다고 이야기한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관계당국인 고용노동부가 노동자들의 피해 신고에 대해 늑장으로 대처함에 따라, 피해자들은 선뜻 피해사실 공론화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온라인쇼핑몰 11번가 예병학 노조위원장은 "회사에 찍히면 밥줄이 끊길 수 있다는 열패감으로 고분고분하게 된다"며 "갑질 및 폭언 제보를 받고 있지만, 업계 분위기 때문에 회피하는 분위기다"고 설명했다.

IT노조 김환민 직장갑질 팀장은 "정부 공무원이 제보자의 신원을 회사에 유출한 적도 있다"며 "회사 내에서 강간도 당하는 등 엄청난 폭행들이 벌어지고 있는데 피해자들이 2차 피해를 두려워해 공개적인 자리에 못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법률원 장재원 변호사도 "노동청이 대법원의 법리 해석을 따르지 않는 경우도 많다"며 "근로감독관이 판례가 많은 기준을 무시하겠다고 직접 말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IT업계의 열악한 근로환경이 지속됨에 따라 국내에 들어온 해외 IT기업도 이를 당연시 여기게 되는 문제도 지적됐다.

오라클 한국지사 안종철 노조위원장은 "세계적인 IT기업이 한국에서만 이러고 있다"면서 "그만큼 한국의 노동환경이 비상적식이고 불합리하기 때문이며, 외국 자본은 이를 철저하게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세미나를 민주노총 IT노조와 함께 주최한 이철희 의원은 "현장에서 절규하는 목소리에 적극 대응하고, 효과적인 제도적 개선책을 만들도록 힘을 보태겠다"며 "행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채근하겠다"고 말했다.

노웅래 과방위원장은 "법사위에 계류 중인 직장 내 괴롭힘 방지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피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KPI뉴스 / 남경식 기자 ngs@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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