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사진에 담지 못하는 이용덕의 '역상조각' 무대에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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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담지 못하는 이용덕의 '역상조각' 무대에 오르다

제이슨 임
기사승인 : 2025-05-09 14:00:16
'PORTRAIT OF SEEING : 비워진 모습' 6월7일까지 서울 ACS서
'땅, 물, 하늘' 근원적 공간에 새긴 찰나...신작 20여 점 선보여
"본질은 변화, 현상 모두 품어...세상 관조하니 색상마저 본질 수렴"
▲ 이용덕 작가의 개인전 '비워진 모습 PORTRAIT OF SEEING'. [제이슨 임]

 

이용덕 작가는 특별하다. 세계 미술사 유례없는 '역상조각(Inverted Sculpture)'을 세상에 내놓은 작가다. 그의 작품은 사진에 담기 어렵다. 음각을 파 만들어내는 양각 환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전시는 실물을 보려는 관객들로 언제나 북적인다.

지난해 서울대학교를 퇴임하며 "이제 불안했던 40대로 돌아가 작품에 매진하고 싶다"던 그가 두 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전시 제목은 '비워진 모습 PORTRAIT OF SEEING'이다. 지난 7일 서울 중구 ACS(아트조선스페이스)에서 개막했다.


이번 전시에서 관객은 그의 신작 2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환영을 만들어 낸 그의 역상조각은 빛, 시점, 위치에 따라 다른 모습을 드러낸다. 고정된 시각의 전통적 조각 세계의 경계를 허물어버린 것이다. 또 그의 작품세계는 '실존'이라는 현대미술의 주요한 주제를 동양철학뿐만 아니라 물리학의 양자역학적 사고까지 아우르며 다층적인 인식을 유도한다.

 

▲ 이용덕 작가의 개인전 '비워진 모습 PORTRAIT OF SEEING'에 전시된 작품들. [제이슨 임]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땅, 물, 하늘'이라는 근원적인 공간 위에 주체로 보이는 대상의 순간적 존재 형태를 음각했다. 농구하는 사람들, 기타 치는 남자, 책 읽는 사람, 걷는 아이, 팔짱 낀 여자아이, 누워서 글을 쓰는 여인 등이 그런 대상이다. 얼핏 보면 관객은 그런 대상을 작품의 주인공으로 오인할 수 있다.

 

하지만 작가가 던지는 화두는 다른 곳에 있다. 그는 "본질 위에서 벌어지는 모든 건 그저 하나의 일시적인 변화이거나 현상이다. 오래 사물을 관찰해보니 남는 건 결국 수평선이나 수직 혹은 사선이었다"라고 했다. 

 

말하자면 주인공처럼 보이는 대상은 그저 본질 위에 드러난 하나의 현상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또 "작가로서 오랫동안 본질의 통합을 찾다 보니 평균을 향하게 됐다. 너무 극단적인 옳음이나 다름은 추구할 바가 아니다"라고도 했다. 주인공처럼 드러나는 대상 혹은 현상에 흔들리지 말고 본질에 주목하라는 메시지로 읽힌다.  

 

▲ 작업 중인 이용덕 작가. [작가제공]

 

이번 출품작들은 기존과 다른 양상도 보인다. 그 가운데 핵심은 음각에 덧입혀진 색상들이다. 전작과 달리 작품엔 단순한 회색이 드러난다. 작가의 설명에 따르면 실제로 사용한 색상은 '옐로, 레드, 블루' 등 여러 색이 얇게 겹쳐졌다고 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드러나는 현상은 무채색이다.

 

이런 변화에 대한 작가의 설명. "평온한 단계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기 시작했다. 작은 깨달음이지만 현상보다는 모든 건 본질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현상은 애초 평균 같은 본질에 담겨있다. 그래서인지 색상도 단조로워지고 서로 가까운 색으로 바뀌는 듯하다. 결국 모든 건 본질에 수렴한다. 색도 같은 처지다."

그의 이런 변화는 수십 년 이력의 구상 화가들이 차츰 자신도 모르게 추상화로 전향하는 것과도 비견된다. 대가들의 작품에서 느끼던 색상의 단출함이 그것이다. 과한 것은 부족함보다 못하다는 말은 그가 말하는 '평균에 수렴하는, 본질로 향하는'과 일맥상통하는 바일 터다.

그의 전시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여럿이다. "동시대 한국 작가 가운데 역상조각 같은 새로운 기법으로 세계 미술사에 어필한 이가 있습니까"라는 한 미술평론가의 말이 그중 하나다.  

 

▲ 이용덕 작가 개인전 '비워진 모습 PORTRAIT OF SEEING'을 찾은 한 관객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제이슨 임]

 

이 작가는 이달 20일 전시장을 찾는다. '작가와의 대화'를 통해 관객에게 한 걸음 더 다가서겠다고 한다.


현재 그의 작품 200여 점은 세계 곳곳에서 한국 미술의 위상을 뽐내고 있다. 국내에선 서울 '관훈클럽'에서 정주영·정신영 형제상, '포스코사옥'에서 박태준 회장의 '역상조각' 등을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다음 달 7일까지 이어진다.

 

KPI뉴스 / 제이슨 임 아트전문기자 Jasonyim@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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