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왜 지금 '알폰스 무하'인가…여의도 무하 vs 마곡 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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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알폰스 무하'인가…여의도 무하 vs 마곡 무하

제이슨 임
기사승인 : 2025-11-25 09:58:04
'인류애'를 좇은 위대한 철학자이자 아르누보의 위대한 별
여의도 무하展, 문화재급 11점 등 국내 최초 70여점 총 143점
마곡 무하展, 포스터·판화·드로잉·유화 등 300여 점

19세기 말 유럽을 휩쓴 미술 사조가 있다. 아르누보(Art Nouveau)다. 아르누보는 산업화의 차갑고 기계적인 시대 분위기를 거부하고 자연의 곡선과 유기적 장식을 예술과 생활 전반에 되살리려고 한 종합 예술 운동이다. 건축·가구·보석·패션·포스터·제품 디자인까지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확산한 이 흐름의 중심엔 아르누보의 별 '알폰스 무하(Alphonse Mucha)'가 있다. 그는 긴 곡선과 꽃·여성상을 결합한 '무하 스타일'로 오늘날에도 광고·그래픽·비주얼 디자인에 살아 있다. 예술에 문외한이라도 그의 작품이 낯설지 않은 이유다. 그런 알폰스 무하의 예술세계를 조명하는 전시가 늦가을 서울 두 곳에서 동시에 펼쳐지고 있다.

▲ 알폰스 무하 자화상.  [액츠매니지먼트]

 

알폰스 무하는 누구인가


무하스타일은 눈에 익다. 그는 1894년 유명배우인 '사라 베르나르'를 위한 포스터 <지스몽다>를 그려 프랑스에서 일순간 시대의 아이콘이 됐다. 그는 포스터에 국한하지 않았다. 보석·무대·건축 장식까지 넘나들며 단순한 화가가 아닌 예술계 아이콘이 됐다. 오십대엔 화려한 명성을 뒤로하고 조국 체코로 돌아가 20여 년간 대작 '슬라브 서사시'(1912~1926)에 몰두하며 민족 정체성과 인류애를 기록했다. 그는 장식의 거장에서 출발했지만 나중엔 민족을 뛰어넘는 보편적 가치인 '인류애'를 좇은 한 명의 위대한 철학자였다. 그런 점에서 그의 예술은 단순히 아르누보의 상징으로 귀결하기 어렵다. 그러기에 곳곳에 남은 그의 예술혼은 아직도 인류의 나아갈 바를 밝히는 현재진행형이다.

여의도 vs 마곡, 무하를 읽는 두 개의 시선


그런 위대한 예술가의 전시 두 개가 서울에서 나란히 열리고 있다. 두 전시의 기획 의도, 구성 방식엔 뚜렷한 차이가 있다.  

 

▲ 알폰스 무하의 '황도 12궁'(1896) ⓒ Mucha Trust 2025 [액츠매니지먼트]

 

우선 여의도 '더현대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알폰스 무하: 빛과 꿈'은 무하 생애를 총체적으로 조망하고 조명하는 대규모 회고전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체코 정부와 EU로부터 해외 반출을 허가받아 이번 전시에 공개하는 국가 문화재급 원작 11점이 포함됐다. 또 총 143점의 오리지널 작품 가운데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70여 점의 역작을 비롯해 프라하·런던에서 운송한 유화 18점, 국내에서 처음 공개되는 무하의 유품과 미공개 자료, 육성 해설 영상이 망라한 '무하 하우스(Mucha House)'도 관객을 맞아 그야말로 역대급 전시다. 사후 70년이 지나 공식적인 미술저작권이 만료돼 그의 작품들은 '퍼블릭 도메인'이 됐다. 전시나 관련 굿즈의 제작이 다소 자유롭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전시의 역대급 라인업에 전문가들은 이번 전시를 꼭 봐야 하는 '머스트시'(MUSTSEE)로 부르고 있다.

▲ 알폰스 무하의 '자연의 여신'. [액츠매니지먼트]

 

이 전시는 무하의 작품과 유산을 국제적으로 관리 운영, 보존·연구·전시 등을 전담하는 무하의 공식 재단인 '무하트러스트'가 전면에 나섰다는 점도 특별하다. 전시를 기획한 무하 재단의 도모코 사토와 손자인 존 무하가 개막일에 직접 여의도 전시장을 찾았다.


전시 구성은 총 여섯 개 섹션. 무하 스타일, 파리 시절, 보석 디자인 협업, 민족 서사로 이어지는 그의 전 생애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전시는 내년 3월 4일까지 이어진다. 

 

▲ 마이아트뮤지엄

 

또 다른 전시는 강서구 마곡 '마이아트뮤지엄 원그로브점'에서 열리고 있다. 타이틀은 '아르누보의 꽃: 알폰스 무하 특별개관전'이다. 전시 방향을 요약하면 '무하의 장식미와 그래픽 감수성을 공간전시 형식으로 구현한 테마형 기획전'이다. 작가의 회고나 역사적 서사를 중심에 둔 여의도 전시와 달리 이 전시는 무하의 시각적 스타일과 조형 언어를 직접 체험케 하는데 집중했다. 무하가 남긴 아르누보의 미학적 이미지, 이를테면 곡선, 꽃 모티프, 장식적 여성상, 황금빛 패턴이 일상 속 시각문화로 확장된 과정을 풀어냈다. 포스터·판화·드로잉·유화 등 300여 점이 무대에 올랐다. 사라 베르나르를 위한 포스터 시리즈와 대표적 장식 패널들이 동선의 핵심이다. 광고·패키지 디자인·미디어 비주얼·상업 예술로 확산한 아르누보의 문화적 흐름을 따라갈 수 있다. 

 

더현대가 역사적 사상가로서의 무하를 소개한다면, 원그로브 전시는 역사적 사상가보단 현대 그래픽 디자인의 근간을 만든 스타일리스트로서의 무하에 초점을 맞췄다. 요약하면 원작,사상,생애를 압축한 회고전을 보고싶다면 '여의도'에서,  무하의 아르누보 미학과 대중성에 기반한 전시가 보고싶다면 '마곡'에서 감상하면 된다. 마곡 전시는 다음 달 7일까지 이어진다.

 

▲ 마이아트뮤지엄

 

왜 지금 '알폰스 무하'인가


우리는 현재 주장, 해석과 정보가 끝없이 충돌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모든 것이 빠르게 소비되지만 서로 다른 관점은 끝내 하나로 합쳐지지 못한 채 흩어진다. 주장은 선명하지만 방향은 흐리고 소음만 많다. 이 겹겹 상황에 알폰스 무하를 소환한 것은 우연이 아닌듯하다. 무하의 예술은 표면의 장식성으로 기억되지만 그의 선은 사실 식물의 흐름, 계절의 리듬, 인간의 얼굴이 가진 원형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본래의 것'을 향하는 것이다. 곡선의 화려함은 장식이 아니라 원점으로 되돌아가려는 '정신적 궤적'이란 얘기다. 혼돈의 시대 무하는 우리에게 "너희는 무엇을 잃어버렸는가. 너희가 보려는 것이 아니라, 본래 있어야 했던 것을 보라"고 말하는 듯하다.

▲ 알폰스 무하의 '백일몽'(1897) ⓒ Mucha Trust 2025 [액츠매니지먼트]

 

늦가을의 낙엽처럼 서울에 내린 두 전시는 그런 방향을 잃은 우리에게 '본래'를 끄집어낼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KPI뉴스 / 제이슨 임 아트전문기자 Jasonyim@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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