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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I 시선] '한반도 평화'까지 만류하는 정치인들

이원영
기사승인 : 2019-12-03 15:08:35

북미회담을 총선 전에는 하지 말라 하고, 심지어 한미동맹을 위협하기 때문에 북미 간 종전선언을 하면 안 된다고 하고.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미국 당국자들에게 한 말이라고 뒤늦게 알려진 내용이다. 귀를 의심케 하는 말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이 정말 대한민국의 미래와 안위를 생각하는 정치인들이 맞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 지난 9월 안상수 한국당 의원이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를 만나고 있는 모습. [JTBC 캡처]


언론들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실상은 이랬다. 올 9월 한국당 의원 7명과 바른미래당 의원 1명, 민주당 의원 1명이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 관저를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한국당 안상수 의원이 해리스 대사에게 "북한과 종전선언을 하면 안 된다"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이유가 참으로 가관이다. "종전선언을 계기로 종북좌파들이 남한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철수와 유엔군 사령부 해체를 주장하게 될 것이며 이는 미국 이익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쯤 되면 거의 미국정부 대변인 급이라 해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닐 듯싶다.

 

안 의원은 또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한국 국민 대부분이 동의하지 않는다"고도 주장했다고 한다. 그가 말하는 '한국 국민 대부분'은 도대체 어디에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종전선언을 바라지 않는다는 안 의원에게 되묻고 싶다. 그러면 뭘 원하는지. 시도때도 없이 일촉즉발 전쟁이 예견되는 그런 첨예한 대립 구도에서 불안한 삶을 원하는 것인지. 어떤 이유를 대더라도 평화보다 더 좋은 전쟁은 있을 수 없다.

 

이에 앞서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7월 한국을 방문한 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난 자리에서 "총선을 앞두고 북미회담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도 뒤늦게 알려졌다. 간단히 말해 북미대화로 한반도 평화무드가 형성되면 총선에서 한국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우려다.

남북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 무드를 조성하고, 북미 간에 오래된 적대관계를 청산하는 것이 민족적 염원일 터인데 단지 총선에서 불리하다는 이유로 이를 저지 또는 연기하라고 미국 측에다 '부탁'하는 정치인들을 주권국가 국민들의 자랑스러운 대표로 여겨야 할까.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보다는 어떻게 하면 자신들의 정치적 지분을 잃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속좁은 정치인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허탈할 뿐이다.

 

북미회담을 적극 추동하고, 북미 간 종전선언을 압박해 평화를 선도하는 정당으로서 국민들에게 점수를 얻을 생각은 하지 않고 어찌 협상을 말리고, 종전선언을 하지 말라고 하는 유아적 발상으로 자신들의 이익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까. 아무리 보수정당 지지자라고 하더라도 한반도 평화를 거부하고 미루자는 정치인에게 박수를 치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정치인들이 갈수록 유연성을 잃고 자신들의 장막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극단으로 가야만 그나마 버틸 수 있는 자리가 있다고 느끼기 때문 아닐까.

 

나이들수록 점점 완고해지고, 정치인들이 갈수록 극단으로 과격해지는 이유도 따지고 보면 자신의 설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음에 대한 위기의식을 반영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알아주지 않으니 불안하고, 존재감은 없어지고, 그래서 더 편협해지고, 타협은 실종되고.

 

기억력 저하, 동작 둔화, 적응력 감소, 의존성 심화, 고집 등은 치매의 전조 증상으로 보이는 행태들이다. 그 중에서 가장 유념해야 할 전조 증상은 '자기 중심적인 완고함'이다. 상대방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고 오직 자신의 경험, 생각만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우기는 그런 성격은 치매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노인 정신의학 전문의로 수 천명 노인의 뇌사진을 판독해온 와다 히데키 의사는 뇌의 '전두엽'이 파괴될수록 망령과 고집이 강해지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한다. 전두엽은 대뇌의 앞부분에 위치한 것으로 사고·의욕·감정·성격·이성을 담당한다.

 

완고한 영감, 고집쟁이 노인이란 말은 전두엽이 파괴되기 시작한 노인이란 뜻이다. 두뇌를 두루 쓰지 못하고 한쪽만 쓰게 되니 다른 뇌세포는 점점 퇴화한다. 한 가지 생각에 집착해 다른 사람의 생각을 유연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은 뇌세포의 한 부분만 쓰는 사람이다. 치매를 부를 가능성이 매우 농후한 타입이다.


뇌세포를 풍부하게 쓰지 않고, 한쪽만 쓰면서 나머지 뇌세포를 죽이고 있는 '치매 증후군' 정치인들이 많아지면 결국 국민과 나라만 불쌍하게 된다. 이런 정치인들은 어서 좀 쉬게 만들어주는 게 유권자들의 도리가 아닐까.

KPI뉴스 / 이원영 기자 lw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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