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칼럼] 왠지 좀 길게 살고 싶은 이공이공 20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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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왠지 좀 길게 살고 싶은 이공이공 2020년

이원영
기사승인 : 2020-01-01 15:20:25
세기에 한 번 오는 쌍둥이 숫자 조합
부드러운 느낌처럼 둥글게 굴러가길
시간 촘촘히 쓰면 같은 시간도 길어져
문득, 2020이란 숫자에 꽂힌다. 시각적으로 일단 보기에 아름답다. 20이라는 쌍둥이 숫자로 이뤄진 것도 새롭고, 직선이나 꺾이는 선이 없는 2와 0으로 이뤄진 숫자 조합도 부드럽다.

▲ 이원영 사회에디터
생각해보니 이런 쌍둥이 숫자로 이뤄진 연도를 맞는 것은 한 세기에 한 번뿐이다. 1515, 1616, 1717, 1818, 1919, 2020년. 평생 한 번밖에 기회가 없는 연도다. 어떤 이는 이런 기분 좋은 조합의 연도에 살아보는 기회도 갖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갑자기 2020이라는 숫자가 주는 느낌을 곱씹으니까, 약간은 특별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전년도 2019라는 숫자가 주는 느낌과 비교하면 그 특별함은 확연하게 다가온다. 세기에 한 번. 일생에 한 번 나와 함께 보낼 2020이라는 숫자가 문득 소중해진다. 그래서일까, 올해는 좀 길게 살아보고 싶다는, 뭐 이런 요상한 생각까지 든다.

길게 살고 싶다고 길게 살 수 있을까. 어차피 물리적인 시간은 작년이나, 올해나, 내년이나 똑 같은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답고, 부드럽고, 기분좋은' 2020년을 좀 길게 누리고 싶다는 생각은 왜 불쑥 솟아날까. 그냥 쓰윽 흘려 보낸다면 아까울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시간 늘리기' 방법은 없을까. 있다. 우리보다 훨씬 많이 '시간'의 의미를 천착한 현인들의 얘기에 답이 있다.

프랑스 철학자 폴 자네는 10살짜리 아이는 1년을 인생의 10분의 1로 느끼지만 50세 중년은 50분의 1로 느낀다고 말한다. 어릴 때는 완전히 새로운 경험으로 점철되는 기억을 갖지만 나이 들수록 새로운 경험이 없이 반복되는 일상이 되면서 지난 일들이 기억 속에서 사라진다고 했다.

프랑스의 철학자 겸 심리학자인 장 마리 귀요는 흥미롭고 다양한 사건들이 일어난 해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단조로운 해보다 더 길어 보인다고 말한다.

또 누구는 같은 10년 동안 머릿속에 찍힌 사진(픽처)의 숫자로 시간의 길이를 설명한다. 20대에는 수많은 픽처가 찍혀 있지만 경험과 감동이 식어가는 나이가 될수록 같은 10년 동안에 머릿속에 남겨둔 픽처는 갯수가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시간을 늘려 산다는 것은 같은 물리적 시간이지만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사진(그림)을 남기고, 얼마나 많은 징검다리를 만드느냐의 차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시간을 늘려 사는 것이 그다지 권장할 만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올해는, 2020이라는 귀여운 외모를 가진 올해와 좀 오래 함께하고 싶다는 느낌은 숨길 수 없다.

나와 함께하는 2020의 시간이 길어진다면? 좋은 소식으로 그 시간이 많이 채워졌으면 좋겠다. 4월 총선에서 '정치꾼'들은 사라지고 '봉사하는 정치인'으로 싹 물갈이가 이뤄졌으면 좋겠다. 특권과 반칙으로 양심을 분노케하는 사람들보다 정의와 평등을 갈구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가진 사람들이 더 많이 베풀고 양보하며 어려운 사람들의 입장을 헤아리는 너그러운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도 이 아름다운 모양과 운율을 가진 2020년에 억울하고 외롭게 삶을 스스로 끝내는 사람들의 뉴스를 더 이상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공이공, 공처럼 둥글게 둥글게 올 한 해가 굴러가기를 소망해본다.

KPI뉴스 / 이원영 기자 lw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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