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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친 모드' 종료…체코-중국 사이 틀어진 이유는

조채원
기사승인 : 2020-09-03 11:53:34
체코 '반중국' 노선에…양국관계 급속도로 냉각
체코, 중국과 경제 협력에 회의적 목소리 높아져

체코가 중국과의 관계의 파국을 알리는 신호탄을 쐈다. 지난 1일(현지시간) 체코 밀로시 비스트르칠 상원의장이 정치인과 기업인 90명을 이끌고 대만을 방문한 것이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우는 중국은 자국과 국교를 수립한 나라가 문화교류 등의 목적을 제외하고 대만과 공식적인 접촉을 갖는 것을 강력하게 반대한다.

▲ 중국의 반발에도 대만을 방문한 밀로스 비스트르칠 체코 상원의장이 지난 1일(현지시간) 타이베이의 입법원에서 연설 도중 대만 의원들의 박수를 받았다. 그는 이날 만다린어로 "나는 대만인이다"라고 말하며 중국의 권위주의적 정치와 공격적 외교 정책을 질책했다. [AP 뉴시스]


비스트르칠 상원의장은 이날 대만 입법원 연설에서 "나는 대만인이다"라고 말하며 대만과 민주주의적 가치를 공유함을 강조했다. 이는 1963년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이 베를린에서 반공산주의 연설을 하면서 "나는 베를린 시민"이라고 밝혔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체코 헌법상 대통령 다음 서열인 상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한 것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부정하는 것이며, 이를 주권 침해 행위로 간주하는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사이 좋았는데…급속도로 냉각된 체코-중국 관계

4년 전까지만 해도 체코는 중국과 꽤 친했다. 경제적 실리를 중시한 밀로스 제만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적극적으로 중국과의 협력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유럽 정상 중 대표적인 친중 인사로 꼽히는 그는 2013년 취임한 다음 해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핵에너지·외교·금융 등 7건의 협력문건을 체결했다. 시 주석도 2016년 3월, 제만 대통령의 초청으로 프라하를 방문해 일대일로 관련 무역·투자·항공·금융 분야의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양국 수도가 자매도시결연을 맺은 것도 이때다.

▲ 2016년 11월 체코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밀로스 제만 체코 대통령과 프라하의 스트라호프 수도원에서 축배를 들고 있다. [AP 뉴시스]


이토록 화기애애했던 체코와 중국의 관계가 어그러지기 시작한 건 2018년, 해적당 소속의 즈데넥 흐리브가 프라하 시장에 당선되면서부터다. '대만 팬'을 자처하는 흐리브 시장은 잇따른 친대만, 친티베트 행보를 보이며 체코 내 반중국 분위기를 주도하는 인사로 떠올랐다. 그는 대만을 방문해 차이잉원 총통과 교류 확대를 논의하고 프라하의 외교사절 모임에 대만 외교관을 초청하는 등 공식 석상에서 대만과의 접촉을 이어왔다. 또한 티베트 독립 봉기 60주년을 맞아 프라하 청사에 달라이 라마의 망명 정부가 사용하던 깃발을 내거는가 하면, 달라이 라마의 후계자를 프라하로 초청하기도 했다.

급기야 지난해 10월, 프라하는 베이징과 자매결연 관계를 파기하는 데 이르렀다. 흐리브 시장이 당시 자매도시결연 합의문에 적시된 '하나의 중국' 인정 조항을 삭제할 것을 수차례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이에 중국 측은 '배신'이라며 체코를 비난했고, 베이징도 프라하와 자매결연을 끊었다.

중국의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즈에 따르면 당시 흐리브 시장의 입장과 달리 중국 주재 체코 대사관은 "체코 정부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냈다. 그러나 지난 1월 프라하가 대만 수도 타이페이와 자매결연 협약을 맺으면서 체코와 중국의 관계는 악화일로에 접어들었다.

경제 보복 우려에도…중국과 협력 필요성에 '회의적'

독일을 방문 중이었던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비스트르칠 상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해 "14억 중국인을 적대시하는 행위"이며 "반드시 막대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노골적인 압박을 가했다. 체코도 왕 외교부장의 발언을 놓고 중국 대사를 초치하는 등 양국의 갈등이 격화하는 상황이다.

▲ 왕이 중국 외교부장 [AP 뉴시스]


체코가 치를 대가는 경제 보복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짙다. 앞서 지난 1월 친대만 인사인 야로슬라프 쿠베라 전 체코 상원의장이 2월에 대만을 방문하겠다고 한 적이 있다. 당시 중국 정부는 서한을 통해 '쿠베라 의장이 대만을 방문할 경우 체코 기업은 중국 시장에서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쿠베라 전 상원의장의 대만 방문은 1월 말 그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무산됐다.

중국의 경제 보복 우려에도 체코 내부에서는 중국과의 경제 협력 자체에 회의적인 목소리가 높다. 2012년 원자바오 총리 시절 '16+1 정상회의'와 시진핑의 일대일로에 이르기까지 체코를 비롯한 중·동유럽의 국가들은 중국과의 경제협력 강화를 통해 투자확대와 수출 진작이라는 실익을 얻길 바랐다.

그러나 현실은 기대와 크게 달랐다. 2016년 체코의 대중국 무역수출액은 19억2100만 달러, 수입액은 177억7000만 달러다. 그런데 2019년 대중국 수출액은 24억700만 달러, 수입액은 282억5000만 달러다. 수출 진작은 커녕 중국 제품의 대규모 유입으로 오히려 무역 적자만 늘어난 셈이다. 또한 2010년대 초반까지도 인권 보호와 민주주의 확산을 외교의 원칙으로 내세웠던 체코의 외교정책을 볼 때, 애초에 체코와 중국의 '절친 모드'가 오래 가길 기대하는 것은 무리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즉, 인권외교 포기 비용 대비 실리외교의 효용이 작아 친중국 정책은 점점 힘을 잃는 추세다.

게다가 미국이 그 틈을 파고들고 있다. 지난달 12일, 체코를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총리와 만나 중국 공산당의 체코 압박을 언급하며, 체코에 대한 미국의 지지와 지원계획도 밝힌 상황이다. 대만 문제를 건드린 체코를 위협하는 중국, 미국의 지지를 업은 체코가 앞으로 어떤 관계를 형성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KPI뉴스 / 조채원 기자 cc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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