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조선족 문화 말살" vs "중국사회 진출 도움"…중국어 교육강화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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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 문화 말살" vs "중국사회 진출 도움"…중국어 교육강화 논란

조채원
기사승인 : 2020-09-14 16:43:22

중국 교육 당국이 이번 학기부터 중국 내 조선족 초등학생, 중학생들도 조선어가 아닌 중국어 국정 교과서로 중국어를 가르치라는 지침을 내렸다. 중국은 한족과 55개 소수민족으로 구성된 국가로, 소수민족 학교를 제외한 대다수 학교 학생들은 중국어만으로 기술된 국정 국어교과서인 '어문(語文)'으로 중국어를 배운다.

▲인민교육출판사가 펴낸  1학년 1학기 어문 교과서 [당당왕 캡처]


중국 내 다수 매체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달 30일 올해 새학기부터 소수민족 초등학교와 중학교 1학년의 중국어 교재를 '민족어'가 혼용된 교재에서 중국의 통일 교재로 바꾼다고 밝혔다.

중국 조선족자치주 내 일부 학교에서 이러한 정책이 시행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조선족 사회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조선어 교육 위축이 민족 정체성의 말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한편, 중국어 실력 강화가 소수민족들의 중국 사회에 진입에 도움을 주는 측면도 있다는 평이 나온다.

조선족 학교 중국어 학습, 뭐가 어떻게 달라지길래

조선족 학교에서 사용하던 기존 '한어' 교과서는 옌볜교육출판사가 펴낸 것이다. 본문이 대부분 중국어로 구성되어 있기는 하지만 일부 한글 설명이 포함돼있다. 책의 표지나 삽화 중 한복을 입은 인물이 등장하거나 사물놀이, 그네뛰기 등 조선족 전통문화를 담은 부분도 있다.

▲ 2014년판 옌볜교육출판사의 1학년 1학기 한어 교과서와 그 내용. 중국어 단어에 대한 조선어 설명이 있다. [옌볜교육출판사] 


반면 인민교육출판사가 만든 '통일 교재'는 중국의 한족 학교에서 전국적으로 사용하는 국가표준 교과서다. 교재 이름 역시 '한족의 언어'를 의미하는 한어가 아니라 국어를 의미하는 '어문'이며 같은 1학년 교과서더라도 조선족의 한어 교과서보다 높은 수준의 중국어를 다룬다.

조선족 학교에서는 '쌍어교육'(이중언어교육)'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어 조선어 수업은 그대로 진행된다. 그러나 전체적인 수업 시수는 변하지 않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중국어로 진행되는 수업 비중이 커지는 셈이다.

저항하는 몽골족, 반응 엇갈리는 조선족

이러한 조치는 올해 네이멍구자치주와 조선족자치주를 대상으로 시행됐다. 그런데 '교과서 저항'이 표면화한 네이멍구자치주와는 달리 조선족 사회에서는 여러 가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선 몽골족의 입장과 마찬가지로 정책적으로 소수민족의 언어와 전통 문화를 말살해 민족 정체성을 무너뜨리려는 시도라는 비판이 일었다. 또한 중국 정부에서 "몽골족의 경우 2021년에는 도덕과 정치, 2022년부터는 역사 과목도 중국어 표준 교재를 채택하기로 했다"고 밝힌 만큼 조선족의 어문 교과서 채택 조치가 중국어 뿐만 아니라 다른 과목으로까지 확대될 것을 우려한다.

그러나 제도적인 '중국어 교육 강화'가 실질적으로 소수민족의 중국 사회 진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소수민족 학생들의 경우 해당 자치주를 벗어나거나 한족 학생이 대부분인 대학에만 진학해도 중국어 실력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중국어 교육을 강화하는 데 찬성하는 조선족 한 모(21) 씨는 "기본교양과목에서 한족 학교에서만 가르치는 고문(古文)들이 시험에 나오면 소수민족 학생들은 어려움을 겪는다. 한족이 대부분인 대학 사회에서 '조선족 학교를 다녀서 안 배웠다'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 내 국영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조선족 김 모(33) 씨도 마찬가지다. 그는 "한족들은 일상에서나 비즈니스 자리에서 한시(漢詩)나 사자성어를 인용하며 대화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이해하지 못해 직장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다는 기분이 들었다"며 조선족 학교에서 조선어 수업의 비중이 조금 줄더라도 중국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중국어 교육이 강화될 필요성을 느낀다고 말했다.

'중국어 강화' 정책 배경은

이러한 정책 변화의 배경은 중국 중앙정부가 강조하는 '민족 단결 교육' 정책의 연장선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시진핑 지도부는 최근까지도 홍콩에서 벌어지는 반정부 시위를 막기 위한 근본적 대책으로 애국주의 교육을 강조해왔다. 중국어 강화 교육 역시 '중화민족'으로의 단결 차원의 조치라는 것이다. 중국 내 소수민족 분쟁이 자주 불거지는 신장웨이우얼(新疆维吾尓 신강위구르)과 시짱(西藏 티베트) 자치구에선 이미 2017년, 2018년부터 같은 제도가 도입된 바 있다.

중국 내 여론 역시 '민족 통합'의 관점에서 형성되는 분위기다. 중국 정부는 최근 불거진 '민족 말살' 논란을 의식한 듯 "다른 과목은 기존처럼 민족어로 수업을 계속하며, 쌍어교육 정책의 원칙은 유지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중국의 관영 언론 글로벌타임스는 "다민족 국가인 중국에서 공통의 언어와 문자를 쓰는 것은 소수민족의 문화를 약화시키지 않을 것"이라면서 "공통 언어 사용을 촉진한다고 해서 모든 민족이 단일 문화 시스템을 지향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이는 지역방언 간 장벽을 뚫고 의사소통과 상호이해를 심화시키는 한편, 문화적 융합을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KPI뉴스 / 조채원 기자 cc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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