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읽고도 이해 못하는 '어려운 한자어'…실질문맹률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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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도 이해 못하는 '어려운 한자어'…실질문맹률 높아

김들풀
기사승인 : 2020-09-24 13:06:48
[우리말 바르게] ④ 어려운 한자어 많은 공공언어
읽고 이해하는 '문해율' 25%…쉬운 단어 과제로
한글은 우수하다. 일찍이 벽안의 이방인이 알아봤다. 미국인 호머 헐버트가 뉴욕 트리뷴을 통해 한글의 우수성을 알린 게 1889년이다. 헐버트는 "한글은 완벽한 문자"라고 극찬했다. "최소 문자로 최대 표현력을 갖는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한글의 주인'은 그 가치를 망각하고 사는 듯하다. 바른 한글 사용을 선도해야 할 정부부터 그러하다. 정부부처의 공공문서엔 오염된 언어 투성이다. '공문서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쉬운 우리말을 사용해야 한다'는 국어기본법을 정부가 앞장서 위반하는 꼴이다. 이런 행태가 국민과의 소통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음은 물론이다.

UPI뉴스는 43개 정부 부처의 공공언어 실태를 취재, 분석해 기획보도 [우리말 바르게]를 연재한다.

▲ 법무부가 추진 중인 '민법 일부개정법률안' 개정 사항 내용 예시. [출처: 법무부]

우리나라 문해율이 OECD 국가 중 하위권이라면 믿겠는가?

이는 사실이다. 한국교육방송공사(EBS)가 지난 2월 <미래교육 플러스>에서 방영한 내용에 따르면, 우리나라 학생들은 글자를 읽고 쓰는 기본문맹률은 1%에 가깝지만 문장을 읽고도 이해하고 해석하지 못하는 실질문맹률은  75%에 달한다. 즉 글을 읽고 뜻을 이해하는 '문해율'이 25%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성인들 역시 과거 OECD(국제성인문해조사, IALS)가 조사한 결과도 마찬가지다. 

문해율(文解率, literacy rate) 또는 문자해득율(文字解得率)은 글자를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의 비율을 말한다. 문해율의 반의어는 문맹률(文盲率, illiteracy rate)이다.

한국 교육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충격적인 결과에 정부는 평생교육 확대 등 다양한 개선 조치가 취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실질문맹률에서 OECD 국가 평균을 훨씬 못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런 가운데 정부 부처가 국민에게 발표한 공식문서에 등장한 표현들을 보면 아직도 어려운 한자어를 많이 쓰고 있다.

'2020년 공공문서 사용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43개 정부 부처가 평균 1000어절당 무려 43개를 사용했다. 그것도 정부와 서울시가 권장하는 행정 순화어 목록만 적용한 결과다.

해당 보고서는 UPI뉴스와 한국어인공지능학회가 함께 정부 부처·청·위원회 43곳 주요 문서를 수집해 조사, 분석한 공공언어 실태 조사 보고서다.

43개 기관 중 한글로 표기했으나 어려운 한자어를 많이 쓴 기관은 '새만금개발청,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 보건복지부' 순이며, 어려운 한자어를 적게 쓴 기관은 '환경부, 국가인권위원회, 식약처' 순이다.

소통에 문제가 되는 대표적인 어려운 한자어는 "개진, 개소, 견지, 괴리, 금어기, 적기, 상시, 통상현안" 등이 많이 쓰였다. 당연히 뜻을 잘 이해하지 못할 어휘들이다.
▲ 43개 정부 부처 공문서에 어려운 한자어를 그대로 쓴 기관 순위. [출처: 공공언어 실태조사 보고서]

반면 지자체들은 어려운 행정용어 순화를 위한 조례안 제정을 통해 시민들과 소통 능력을 높이고 있다. 서울시와 경주시, 강서구, 성북구, 광명시, 순창군 등이다.

또 정부 부처 중 법무부가 어려운 법률용어를 쉬운 우리말로 바꾸는 데 앞장서고 있다. 2017년부터 2년여 동안 개정작업을 거쳐 지난해 '알기 쉬운 민법 개정안'이 국무회의 통과했다.

이를테면 어려운 한자어 표현인 '해태(懈怠)한'은 '게을리 한'으로, '상대방(相對方)과 통정(通情)한 허위(虛僞)의 의사표시(意思表示)'는 '상대방과 짜고 허위로 한 의사표시' 등이다.

쉬운 우리말로 바꾸기가 가장 어렵다는 법률용어도 이런 마당에 다른 기관들도 마음만 먹는다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닐 것이다.

우리말 대부분이 한자어로 구성되어 있다는 한계를 지적하며, 독서를 권장하는 주장도 있다. 틀린 말도 아니다. 하지만 좀 더 적극적으로 문해력을 높이려면 어려운 말을 쉬운 우리말로 바꿔야 한다. 본디 말과 글의 목적은 소통에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우리가 자랑스럽게 여기는 문맹 퇴치에 공로가 있는 개인이나 기관에 주는 '유네스코 세종대왕 문해상 (UNESCO King Sejong Literacy Prize)'은 우리 정부가 앞장서서 제정한 상이다.

U{I뉴스 / 김들풀 전문기자 itnews@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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