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이종우의 인사이트] 바이든은 왜 반도체 패권을 선언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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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인사이트] 바이든은 왜 반도체 패권을 선언했나

UPI뉴스
기사승인 : 2021-04-17 18:35:06
1980년대 중반 세계 반도체시장은 일본이 지배하고 있었다. NEC가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상위 10개사 중 일본 기업이 6개나 올라가 있었다. 그 덕분에 시장 점유율도 50%를 넘었다. 10년전 미국은 IBM, 모토롤라, 인텔 같은 기업이 포진한 반면 일본은 히타치제작소가 유일했던 것과 정반대 모습이다.

이 힘을 토대로 1984년 일본 기업들이 반도체 가격을 원가 밑으로 떨어뜨리는 치킨 게임을 주도했다. 공급자를 줄여 시장을 재편하려는 의도였는데, 삼성전자의 주력 제품이었던 64K디램의 가격이 원가의 20%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하락하기도 했다.

이 게임이 역설적으로 일본 반도체 회사의 몰락을 가져온 계기가 됐다. 1986년 미국 상무부가 반도체를 덤핑으로 팔 경우 일본산 전자제품에 대해 고액의 보복 관세를 물리겠다고 위협해 둘 사이에 반도체에 관한 기본 룰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일본이 반도체 저가 수출을 중단하고, 미국 내 시장 점유율을 50% 이하로 유지하며, 미국 반도체의 일본 시장 점유율은 반대로 20%로 높이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이 협정과 버블 붕괴로 인한 일본 경기 침체 때문에 일본 반도체가 끝없이 추락해 50%를 넘던 점유율이 2019년에는 7%로 떨어졌다. 많은 일본 반도체 회사들이 문을 닫거나 다른 나라에 팔려 나가는 사이 미국은 1990년대에 인텔이 1위로 올라섰고, IT성장과 인터넷 보급을 주도하면서 시장 영향력을 키워 나갔다.

최근 또 한번의 반도체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에는 미국과 중국이 주역이다. 첨단산업에서 격차를 벌려 중국이 미국을 따라 오지 못하도록 하려는 게 분쟁이 벌어진 원인이다. 지금 중국 반도체를 잡아 놓지 않으면 알리바바를 비롯한 중국의 인터넷기업들이 미국과 대등한 지위에 오르고, 인공지능(AI)와 얼굴 인식 기술에서 미국을 뛰어 넘은 것 같은 일이 반도체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반도체 생산을 다른 나라에 의존하는 게 얼마나 불안한 일인지 실감한 것도 미국을 자극한 요인이었다.

작년까지 분쟁은 미국 정부가 중국 기업을 직접 제재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지금은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이 반도체 자체 생산을 늘리고, 중국을 막기 위한 블록을 만드는 형태로 전략이 바뀌었다. '반도체 자국주의'가 강화된 건데 현재 반도체 생산 구조를 보면 왜 전략이 달라졌는지 이해할 수 있다. 지금 미국은 전세계 반도체 생산의 12%, 소비의 34%를 담당하고 있다. 미중 양국의 투자 추세가 변하지 않을 경우 2030년이 되면 미국의 생산 비중은 10%로 낮아지는 반면 중국은 24%로 높아진다. 이 경우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공급망에 흡수될 수 있기 때문에 미국 정부가 서둘러 반도체 지원에 나선 것이다.

중국도 맞대응하고 있다. 리커창 총리가 "10년 동안 단 하나의 칼을 갈겠다"고 얘기를 할 정도로 반도체에 집착하고 있는데,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로 높이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조만간 미국, 중국을 포함해 많은 주요국들이 반도체 경쟁에 뛰어들 것이다. 공급이 늘어나겠지만 다행히 과거처럼 상대방이 죽을 때까지 가격을 낮추는 경쟁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반도체 국제 분업이 돌이킬 수 없는 대세이고, 블록 내에서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게 반도체 분쟁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 이종우 이코노미스트

●이종우는

애널리스트로 명성을 쌓은 증권 전문가다. 리서치센터장만 16년을 했다. 장밋빛 전망이 쏟아질 때 그는 거품 붕괴를 경고하곤 했다. 2000년 IT(정보기술) 버블 때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용감하게 외쳤고, 경고는 적중했다. 경제비관론자를 상징하는 별명 '닥터 둠'이 따라붙은 계기다.

그의 전망이 비관 일색인 것은 아니다. 거꾸로 비관론이 쏟아질 때 낙관적 전망을 내놓은 경우도 적잖다. 2016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 결정 직후 비관론이 시장을 지배할 때 정작 그는 "하루 이틀이면 진정될 것"이라고 낙관했고, 이런 예상 역시 적중했다.

△1962년 서울 출생 △1989년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1992년 대우경제연구소 입사 △2001년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 △2007년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 △2011년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 △2015년 아이엠증권 리서치센터장 △2018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저서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이종우 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이종우 이코노미스트(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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