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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실미도 사건 16년 만에 재조사 나선다

탐사보도팀
기사승인 : 2021-05-20 15:24:08
[연재] 실미도 사건 50주기 - ① "실미도는 끝나지 않았다"
오는 27일, 진실화해위원회 2기 조사개시
실미도 유족 "사형수 유해 4구 찾아 달라"
실미도 부대 공작원은 국가유공자인가 살인범인가. 무려 50년 동안 매듭을 짓지 못하고 있는 '실미도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정부 차원의 조사가 곧 시작될 예정이다.

▲ 2017년 8월23일 경기 고양시 벽제동 육군 제11보급대대 제7지구 봉안소에서 열린 실미도 공작원 합동 봉안식에서 한 유가족이 오열하고 있다. [뉴시스]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오는 27일부터 조사활동을 개시한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 18일 "2기 진실화해위가 1차 조사개시를 코앞에 두고 있어서 조사할 사건은 어느 정도 결정된 상태"라며 "실미도 사건은 인권침해 관련 건으로 포함돼 있는데 진실화해위가 활동을 개시하면서 조사할 사건으로 유력하게 꼽히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10년 만에 다시 출범한 2기 진실화해위는 조사개시를 시작한 날부터 3년간 진상규명 활동을 하게 된다. 진실화해위는 과거사정리법에 기초해 여·야가 합의해서 만든 한시적인 독립 국가기관이다. 1기 진실화해위가 2005년 4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4년6개월 동안 진실규명에 나선 사건은 총 8450건에 이른다. 당시 접수된 전체 사건 1만1175건의 76%를 조사한 것이다.

여전히 의혹투성이 실미도 사건

2005년 국방부에서 자체적으로 실미도 사건에 대해 조사한 적이 있었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혹이 많다. 국방부는 2기 진실화해위에서 실미도 사건을 재조사하도록 추진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미도 사건 유족인 임충빈 씨는 "최근 진실화해위 활동개시를 위한 간담회에 참석했을 때 실미도 사건 조사를 위해 진실화해위원장과 국방부 장관이 만나 면담을 했다고 전해 들었다"며 "독립적인 기관에서 조사에 나서는 만큼 고인의 명예회복을 위한 조사가 충분히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 경기 고양시 벽제동 육군 제11보급대대 제7지구 봉안소에 전시된 실미도 부대원의 유품. [뉴시스]

북한침투를 목표로 1968년 4월1일 창설된 북파공작원 훈련소 공군 제2325부대 209파견대. 일명 '실미도 부대'의 존재가 처음 세상에 알려진 것은 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천 부근의 작은 무인도인 실미도에서 3년 4개월 동안 혹독한 훈련을 받던 공작원 24명은 1971년 8월 23일 기간병 18명을 살해하고 실미도 탈출을 시도했다.

이들은 서울 진입 과정에서 군경과 교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경찰 2명과 민간인 6명이 사망했다. 피해를 입은 것은 공작원 24명도 마찬가지였다. 실미도를 탈출해 서울로 진입한 공작원 중 20명이 사망했고 단 4명만 살아남았다.

생존 공작원 4명은 군법회의에서 사형선고를 받아 이듬해인 1972년 3월10일 처형됐다. 당시 사형 집행된 이들은 김병염,김창구,이서천,임성빈이다.

실미도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정부는 이 사건을 '군 특수범의 난동 사건'으로 규정하고 '실미도 부대'의 실체를 철저히 은폐했다. 생존 공작원 재판과정도 비공개로 진행됐고 사형 집행 이후 시신은 암매장됐다. 그러나 예비역 육군 준장이던 신민당 국회의원 이세규가 1972년 10월 유신 이전에 실미도 부대원들은 '국군 소속 특수부대원'이라고 폭로하면서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실미도 사건에 대해 정부가 진실규명에 착수한 것은 오랜 시간이 흐른 뒤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1월 국방부는 '실미도사건 진상조사 TF'를 구성했다. 그리고 같은 해 5월 발족한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과거사위)에 '실미도사건 진상조사 결과'를 보고했는데 과거사위는 실미도 사건을 2호 조사대상으로 선정했다.

과거사위는 2005년부터 실미도 사건 공작원 유해 발굴 작업에 나섰다. 국방부 TF의 실미도 사건 진상조사 결과, 1971년 8·23 사건 나흘 후인 8월27일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서울시립 벽제 공동묘지에 사건 당일 사망한 공작원 20명이 가매장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2005년 11월 이곳에서 20명의 유해가 발견됐다. 유전자 검사 결과 20명 가운데 9명만 유족 확인을 거쳐 신원을 파악할 수 있었다. 나머지 11명의 유해는 유전자 분석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발굴된 유해는 모두 경기도 고양시 벽제 군 제7지구 봉안소에 안치됐다.

과거사위는 서울 구로구 오류동 소재 공군 2325부대 사격장에서 사형 당한 공작원 4명의 유해 발굴 작업도 함께 진행했다. 하지만 유골을 찾는 데 실패하고 만다. 어느 곳에 매장됐는지도 규명해내지 못했다.

4인 공작원 유족의 아픔과 분노는 매우 컸다. 과거사위 조사를 통해서 고인의 명예회복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고 유해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故) 김병염·임성빈 공작원의 유족은 그동안 청와대와 국방부, 국가보훈처 등에 "실미도 훈련병의 명예회복과 유해 인도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 달라"며 꾸준히 민원을 제기해 왔다.

'국가유공자 VS 살인범'…정부도 '갈팡질팡'

이번 진실화해위 2기가 활동을 시작하면 2005년 국방부 과거사위 조사 이후 16년 만에 실미도 사건을 재조사하는 셈이다. 실미도 사건 유족이 정부에 바라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사라진 유해를 찾는 것이고 유해를 찾을 수 없을 시 사형당한 공작원들의 위패를 국립묘지에 봉안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동안 국방부는 "(유해를 찾지 못한) 4명은 국립묘지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 제3호(형법 250조 사람을 살해한 자로서 사형된 자)에 해당돼 국립묘지 안장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실미도 공작원들이 기간병 18명을 살해했기 때문에 '살인범'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2008년 4월 '대한민국 특수임무수행자보상심의위원회'가 실미도 유족에게 보낸 '보상금 결정통지문'엔 "여러분(실미도 공작원 24명)은 목숨을 국가안보를 위해서 바쳤으며 하나밖에 없는 개인의 생명을 담보로 특수임무를 수행한 국가유공자이며 조국을 위해서 충성을 다한 진정한 애국자"라고 적시돼 있다. 실미도 공작원을 바라보는 정부의 입장과 대책이 여전히 갈지자 행보다.

KPI뉴스 / 탐사보도팀 =김지영·조현주·남경식 기자 tamsa@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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