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같은 단지 같은 평 8억, 10억, 14억…임대차법이 만든 '삼중 전셋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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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단지 같은 평 8억, 10억, 14억…임대차법이 만든 '삼중 전셋값'

김이현 Google구글에서 선호하는 출처로 추가
기사승인 : 2021-08-12 16:24:57
5% 상승률 제한에 이중가격 보편화…시세 70~80% 재계약 속출
목동 신시가지⋅압구정 현대⋅대치 은마 등 대단지서 '다중가격' 확연
"임대차법 이후 과도기…전셋값 상승세에 가격 분화 더 생겨날 것"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이 심상찮다. 지난해 7월 새 임대차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 시행 이후 상승세가 멈추지 않은 상황에서 이중가격을 넘어 삼중가격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월세 또는 반전세 전환으로 전세 물량까지 줄어 전세난이 더욱 심해질 것이란 관측이다.

▲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 [UPI뉴스 자료사진]

12일 국토교통부에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전용 84㎡) 전세 매물은 총 5건이 거래됐다. 2건은 5억5650만 원(14층)과 5억7750만 원(11층)으로 5억 원대, 2건은 10억 원(13층)과 10억5000만 원(4층)에 각각 계약됐다. 1건은 중간 가격인 7억3000만 원에 거래됐다.

갱신권 못 쓰고 시세 70~80%인 중간가격에 협의

중간 가격 거래건의 경우 기존 세입자가 재계약을 하긴 했지만, 집주인과 협의해 '5% 룰'을 적용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재계약은 집주인과 협의하기 나름"이라며 "갱신권을 쓰더라도 집주인이 실거주 의사를 밝히면 나가야하니까, 인근 전셋값보다는 낮은 가격에 서로 합의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새 임대차법에 따르면 세입자는 통상 2년인 임대차 계약을 1회 연장할 수 있다. 이때 임대료 상승률은 5%로 제한된다. 다만 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권을 거부할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임차인이 갱신권을 쓰지 않는 조건으로 임대료를 수억 원 올리는 것이다. 신규 계약 시세 70~80% 수준의 재계약이지만, 사실상 임차인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9㎡의 경우 지난달 4억7250만 원에서 10억 원까지 전세거래가 다양하게 이뤄졌다. 6억 원대 1건, 7억 원대 1건, 8억 원대 2건, 9억 원대 5건 등이다. 두 평형(전용 84㎡⋅79㎡) 모두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5억 원대, 10억 원대 안팎 거래가 많았지만, 최근 들어 계단식으로 상승하면서 전셋값이 제각각으로 변했다.

목동 신시가지, 면적⋅층수 동일한데 8억-10억-14억 거래

다른 지역도 상황이 비슷하다. 지난달 24일 11억 원에 전세계약된 압구정동 현대14차(전용 84.94㎡)의 전달 거래가는 6억 원대 2건, 8억 원대 2건이었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전용 84.8㎡)의 경우 지난달 3일, 19일 각각 14억 원에 거래됐고, 17일에는 12억8000만 원, 23일에는 8억9250만 원, 9억300만 원 두 건이 계약됐다.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전용 101.2㎡)는 이달 11일 8억5570만 원(6층)에 거래됐다. 지난달 16일 같은 평형이 13억 원(6층)에 거래된 데 비해 4억5000만 원가량 차이가 난다. 지난 6월에는 14억 원과 10억5000만 원(6층)에 두 건 계약됐다. 똑같은 면적과 동일한 층수인데도 가격대는 8억 원-10억 원-14억 원대로 확연히 구분됐다.

강동구 고덕아이파크(전용 59㎡)의 경우 지난 6월 5억5560만 원, 7억 원, 9억 원에 3건 계약됐다. 고덕그라시움(전용 84㎡)은 지난달 5억7750만 원, 11억 원에 계약이 체결됐다. 전달 거래 가격은 8억5000만 원으로, 한 달 사이에 전셋값이 2배 가까이 껑충 뛰었다.

▲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UPI뉴스 자료사진]

"임대차법 이후 과도기 시점…다중가격 더 생겨날 것"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전세 계약을 갱신할 때 제한선이 있지만, 많이 올리는 집주인이 있고, 그렇지 않은 집주인이 있다. 이 과정에서 중간가격이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 임대차법이 시행된 이후 과도기적 시점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하반기는 전세 입주 물량이 줄어드는데, 전세 대기 수요나 정비사업으로 인한 이주 수요가 유지되고 있다. 물량 감소에 대한 우려가 가시적인 상황"이라며 "지난해 하반기처럼 급등세는 아니더라도 전셋값 상승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당분간 다중가격 현상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임대차 시장을 투명하게 하자는 것이 법의 취지인데 오히려 투명하지 않은 거래가 더 생길 수도 있다"며 "임대차법이 전국의 모든 주택에 적용되고 있는데 적용 범위를 줄여야 한다. 특히 향후 입주가 시작되는 신축아파트의 경우 실거주 요건을 해제하고, 임대차법 적용도 일단 보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결국은 시장에서 움직이는 전세 물량, 즉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며 "전세시장 상승세가 이어지는 만큼 삼중가격뿐 아니라 사중, 오중가격 등 다중가격이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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