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가석방에 씌운 '국익 프레임'…이재용 남은 재판에 영향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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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석방에 씌운 '국익 프레임'…이재용 남은 재판에 영향 줄까

박일경
기사승인 : 2021-08-19 17:26:01
19일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사건 재판 출석
형기 만료일인 내년 7월 이전 실형 확정 땐 재수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석방 6일 만인 19일 법원에 출석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의혹에 관한 재판에 출석하기 위함이다. 유죄가 확정된 '국정농단' 사건(횡령)과는 법률적으로 별개다. 오는 25일 재판이 열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서로 무관한, 독립적인 사건들로 보기 어렵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사건과 함께 이 부회장의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라는 '빅 픽처'를 구성하기 때문이다. 둘 모두 국정농단 사건과 연결된 셈이다.

이 사건에서 이 부회장 범죄 혐의의 핵심은 합병 과정에서 인위적으로 제일모직 주가를 띄우고 삼성물산 주가를 낮추는 등 부당 행위를 지시했느냐다. 당시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 지분 23.24%를 갖고 있는 반면 삼성물산 지분은 없었다. 최소 비용의 합병으로 최대 지배력을 확보하려는 꼼수. 이 사건의 핵심 의혹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별개의 사건 및 재판이지만 이 같은 연관성 때문에 이 부회장의 가석방이 남은 재판에 영향을 주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적잖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익을 위한 선택"이라며 가석방에 '국익 프레임'이라는 보호막을 씌운 마당에 연관된 재판에서 재판부가 실형을 선고하고 다시 법정구속할 수 있겠냐는 시각이 제기된다.

문 대통령은 이 부회장의 가석방에 대해 "재벌 특혜", "촛불정신 역행" 등의 비판이 잇따르자 최근 떼밀리듯 "국익을 위한 선택"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 삼성물산·제일모직 간 부당합병 의혹 등에 관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이번 가석방 명분인 '국익' 프레임이 남은 재판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단하기는 힘들다. 관련 재판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선고가 나기까지 갈 길이 멀다.

법조계에선 삼성그룹이 2012년 12월 작성한 '프로젝트 G'라는 문건을 비롯해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 부회장 승계계획을 짰다는 실체적 진실 규명에 있어 검찰과 변호인단 중 어느 쪽이 재판부를 설득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검찰이 무리한 기소를 했다는 일각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수사팀은 검찰에서도 손꼽히는 수사력을 가진 수사관들"이라고 설명했다. 2019년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과 한동훈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은 삼성바이오 수사팀을 사건 재배당을 통해 교체한 바 있다.

이때 사건을 넘겨받은 이복현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장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상대로 세 차례나 영장을 청구한 끝에 구속시킨 검사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국정농단' 수사에 이어 우 전 수석의 민간인 사찰까지 이명박·박근혜 정부 적폐청산 수사에 전부 참여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이 부장은 1998년 공인회계사 시험에도 합격했다. 경제·회계전문가의 수사부장 발탁과 사건 재배당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규명을 염두에 둔 인사로 풀이됐다.

법원이 법과 원칙에 따라 판단할 것이란 예상이 많지만, '국익 프레임'이 작동한 이상 정무적 판단을 일체 배제할 수 있겠냐는 의견 또한 존재한다.

익명을 요구한 재경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문 대통령이 이 부회장을 가석방한 배경을 설명하면서 '엄중한 위기 상황 속에서 특히 반도체와 백신 분야에서 역할을 기대하며 가석방을 요구하는 국민들도 많았다'고 발언했는데, 삼성바이오가 고의로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판결하면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한·미 정상회담 때 결정된 삼성바이오 송도 공장에서의 모더나 백신 위탁생산 건은 어찌 되는 거냐"라고 반문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분식회계 혐의가 무죄임을 입증하지 못할 땐 삼성의 미래 먹거리인 바이오산업 상장폐지 등 신(新)성장 동력에 '치명상'을 입게 된다"며 "검찰 역시 우리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에 대한 무리한 수사 및 기소로 국가경제적 부담을 초래했다는 후폭풍을 피할 수 없게 된다"고 내다봤다.

▲ 대기업집단 삼성의 부당 내부거래 제재.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앞으로도 수년간 계속될 재판·수사…삼성 피로감↑

형법 제74조는 "가석방 기간 중 '고의'로 지은 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그 판결이 확정된 경우에 가석방 처분은 효력을 잃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형법 제73조의2는 "가석방의 기간은 유기형에 있어서는 남은 형기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

8·15광복절 기념일 가석방을 받은 이 부회장의 잔여 형기는 내년 7월로 만료된다. 삼성바이오 회계 의혹 재판의 난해성을 감안하면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최소 2~3년 정도 소요될 것이란 예상이 많아 가석방 실효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고검장을 지낸 한 변호사는 "내년 7월 전에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나올 가능성은 낮다. 금융위원회는 물론 공정거래위원회까지 나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여러 의구심을 제기한 터라 이들 쟁점들을 둘러싸고 향후 수년간 재판 및 수사는 계속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박일경 기자 ek.par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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