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이종우의 인사이트] 러시아의 '식량 무기화' 현실화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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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인사이트] 러시아의 '식량 무기화' 현실화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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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 2022-04-22 09:29:44
신흥국 수요 는 터에 코로나, 우크라 사태 겹쳐 곡물가 폭등
'식량 무기화' 노리던 러시아, "지금이 힘 보여줄 좋은 기회"
집값 상승에 이어 곡물가 폭등…체감물가 안정시킬 조치 시급
국제곡물가격 동향이 심상치 않다. 3월에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식량가격지수가 2월보다 12.6% 상승했다. 해당 지수가 만들어진 1996년 이후 최대치로, 2월에 이어 두 달 연속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

오랜 시간 국제 곡물가격은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해왔다. 2006년이나 2011년 같이 짧은 시간에 크게 상승한 경우도 있지만 흔한 사례는 아니다. 1970년대초 세계 각국이 식량위기를 경험한 후 곡물 증산에 힘쓴 결과로 경작지 확대와 품종 개발, 화학비료 투입, 관개시설 확충이 증산의 도구로 사용됐다.

이런 구도는 계속 유지되고 있다. 신흥국의 도시화 진전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경작면적이 꾸준히 늘어왔고, 주요 곡물 재배면적도 확대돼 왔다. 콩과 옥수수가 대표적이다. 2000년 이후 재배 면적이 각각 70%, 40% 늘었다. 밀은 그만 못하지만 그래도 2000년대초 수준의 경작면적을 유지하고 있다.

달라진 건 수요다. 수요가 예상보다 빨리 늘어 가격을 압박하고 있다. 신흥국이 대표적인 사례인데,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곡물과 육류 소비가 늘었다. 소고기 1kg을 얻기 위해서는 8kg의 곡물이 들어간다. 돼지와 닭은 그보다 작지만 그래도 4kg과 2kg이 필요하다. 육류 소비가 늘어날수록 더 많은 곡물이 들어가는 구조로 현재 신흥국이 그 상태다. 

여기에 코로나와 우크라이나 사태가 더해졌다. 코로나 발생 직후 야외활동 제한 우려로 국제 밀 가격이 1년간 80% 상승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식량 무기화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국제사회의 비난에 부딪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를 적대시하는 국가들에 대해 식량 수출을 계속할지 말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식량 무기화로 러시아는 오래 전부터 흑해에 있는 여러 나라를 묶어 곡물가격에 공동 대처하는 기구를 만들려고 시도해왔다. 미국의 반대에 막혀 번번이 실패했는데, 러시아는 지금을 힘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보고 있다.

1971년과 2010년 곡물 작황이 좋지 않았을 때 러시아를 비롯한 식량 수출국가들이 곡물 수출을 제한한 사례가 있다. 1년 사이에 곡물가격이 배 이상 오르는 등 파장이 커 중동에서 대규모 민주화 시위가 벌어지는 단초가 됐다. 이를 경험한 수입국 입장에서는 곡물 재고를 최대한 늘리려 시도할 수밖에 없다.

농업은 대표적인 비탄력적 산업이다. 농지가 한정돼 있어서 수요가 늘어도 빠르게 대처하기 힘들다. 한번 파종하면 반년 이상이 지나야 생산물을 얻을 수 있는 점도 다른 산업에서는 볼 수 없는 점이다. 그래서 한번 오른 곡물가격이 제자리로 돌아올 때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 과거 사례를 보면 최소 2년 길면 3년까지 높은 가격이 유지되는 게 일반적이었다. 

'칼국수 한 그릇에 8000원'. 최근 언론이 인플레로 든 사례다. 국제 곡물가격 상승은 식료품 가격 상승을 통해 사람들에게 영향을 준다. 다른 어떤 상품보다 인플레를 쉽게 체감할 수 있는 구조다. 의식주가 편안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분노한다. 몇 년 동안 이어진 집값 상승이 주(住)의 문제였다면, 곡물가격 상승은 식(食)에 관한 문제다. 사람들이 더 민감해질 수 있는 만큼 체감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   

▲ 이종우 이코노미스트

●이종우는

애널리스트로 명성을 쌓은 증권 전문가다. 리서치센터장만 16년을 했다. 장밋빛 전망이 쏟아질 때 그는 거품 붕괴를 경고하곤 했다. 2000년 IT(정보기술) 버블 때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용감하게 외쳤고, 경고는 적중했다.경제비관론자를 상징하는 별명 '닥터 둠'이 따라붙은 계기다.

그의 전망이 비관 일색인 것은 아니다. 거꾸로 비관론이 쏟아질 때 낙관적 전망을 내놓은 경우도 적잖다. 2016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 결정 직후 비관론이 시장을 지배할 때 정작 그는 "하루 이틀이면 진정될 것"이라고 낙관했고, 이런 예상 역시 적중했다.

△ 1962년 서울 출생 △ 1989년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 1992년 대우경제연구소 입사 △ 2001년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 △ 2007년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1년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5년 아이엠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8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 저서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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