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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직설] '정치 팬덤', '손흥민 팬덤'과는 다르다

UPI뉴스
기사승인 : 2022-06-27 10:06:56
기량·페어플레이로 족한 스포츠, 국리민복 책임지는 정치
유권자의 광범위하고 적극적인 참여는 민주주의 이상이나
소수 극렬파가 정치를 지배할 때 문제는 어떻게 볼 것인가
이 문제를 외면하는 정치팬덤 옹호론은 무력하거나 허망
"우리편의 큰 잘못은 감싸고 상대편의 작은 잘못은 비난하는 잘못된 정치문화 바꾸겠다. 민주당을 팬덤정당이 아니라 대중정당으로 만들겠다." 6·1 지방선거를 1주일 앞둔 5월 24일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 박지현이 긴급 기자회견에서 민주당 지지를 호소하며 한 말이다. 선거는 민주당의 대패로 끝났지만, 민주당이 팬덤정당을 넘어서야 한다는 지적은 계속 이어졌다.

6월 7일 <한겨레>는 "팬덤에 갇힌 '그들만의 정치'…민주당은 왜 민심과 멀어졌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강경파가 정치적 입지를 다지기 위해 팬덤에 기대고, 팬덤은 자신들의 의사를 관철하기 위해 이들에 대한 지지 강도를 높이면서 당내 의사결정 과정 자체가 형해화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했다. 이 기사에 인용된 한 재선 의원은 "지금 나타나는 팬덤 정치의 양상은 민주당과 대중의 연결고리 자체를 끊어 우리끼리만 폐쇄적으로 돌아가게만 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고 했고, 한 3선 의원은 "문재인·이재명 팬덤과 민주당 지지층이 괴리되는 현상을 바로잡지 않으면 정당정치의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6월 14일 민주당 초·재선 의원들이 공동주최한 대선·지선 평가 2차 토론회에서 정치 컨설턴트 유승찬을 비롯한 외부 패널들은 팬덤정치를 선거 패배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유승찬은 팬덤현상에 대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시작됐으나 문재인, 이재명을 거치며 점점 정치 훌리건으로 흑화했다"며 "이재명 의원 출근때 화환이 늘어서 있는 것은 대체 무슨 풍경인지, 이런 문화를 지지층 중도층이 좋아할까"라고 반문했다.

사실 정치팬덤을 제외하곤 정치팬덤에 대해 좋게 말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런데 뜻밖에 이를 옹호하고 나선 목소리가 있어 흥미롭다. 민주당 의원 정청래다. 그는 6월 14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팬덤정치'와의 결별을 주장하는 당내 의원들을 향해 "팬덤은 무죄다. 시기하고 질투하는 정치인이 문제"라며 "팬덤을 욕할 시간에 왜 나는 팬덤이 형성되지 않는가 성찰해 보라"고 말했다.

정청래는 "축구장에서 손흥민 팬클럽의 응원소리가 시끄럽다고 팬들을 입장시키지 말자고 주장할 것인가"라며 "손흥민이 부러우면 실력을 쌓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원들도 이재명을 응원하는 팬덤이 부러우면 이재명처럼 실력을 연마하고 지지받을 생각을 해야 한다"며 "괜한 시기와 질투심으로 이재명을 응원하는 국민과 당원을 향해 눈 흘기지 마시라"고 했다.

정청래가 무슨 말을 하고자 했는지 그 취지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정청래의 국회의원 사용법>(2016)이라는 책에서 "국회의원을 움직이는 최고 단위 정치 행위는 팬클럽이다"고 하지 않았던가. 실제로 그가 공천에서 탈락했을 때 그의 팬클럽이 전화, 문자 폭탄, 탈당계 팩스 등의 공세를 퍼부어 거의 일주일 내내 중앙당과 17개 시도당의 업무가 마비되었다고 한다.

그런 일도 있었던만큼 그가 팬클럽을 중시하는 건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사실 정치인이 자신의 팬덤을 갖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도 흔쾌히 인정할 필요가 있겠다. 그럴 만한 역량과 더불어 엄청난 공을 들여야 한다. 정치인 개인의 경쟁력에 국한시켜 말하자면, 강력한 팬덤을 가진 정치인을 시기하고 질투할 게 아니라 열심히 실력을 쌓으면서 노력하는 게 필요하다는 그의 말은 백번 옳다.

그러나 팬덤정치 비판은 정치인 개인의 경쟁력을 넘어서 정치의 정상화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임을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겠다. 즉, '정치 팬덤'은 '손흥민 팬덤'과는 전혀 다르며 달라야만 한다는 것이다. 스포츠는 좋은 기량과 페어플레이를 보여주는 것으로 족하지만, 정치는 그것 외에도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책임져야 한다. 정치는 스포츠와 다를 게 전혀 없다고 주장하려는 게 아니라면, 그런 무리한 비유는 삼가는 게 옳다.

'시민 없는 민주주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날이 갈수록 참여가 희귀해지는 세상에서 팬덤의 적극적 참여는 일견 아름답게 보이긴 한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내심 문제가 많다고 여기면서도 정치팬덤에 대해 쓴소리를 자제하는 이유는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일 게다. 그런데 그간의 오랜 경험이 말해주는 문제의 핵심은 참여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참여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참여는 가난한 사람들보다는 부유한 사람들이 더 많이 한다. 이걸 바람직하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어떤 사람이나 집단에 대해 증오와 혐오를 발산할 기회를 몹시 바라는 사람일수록 참여를 많이 하더라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이런 경우에도 어떤 참여냐를 따지지 않은 채 무조건 참여는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보수(박근혜)나 진보(문재인) 모두 강경노선을 부르짖는 팬덤에 눈이 멀어 오판을 저질렀고 그래서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던 건 아닐까? 요컨대, 유권자의 광범위하고 적극적인 참여는 모두가 다 인정하는 민주주의의 이상이지만, 전반적으로 정치 혐오가 팽배한 사회에서 소수 열성적인 극렬파가 정치를 지배할 때에 나타나는 문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게 쟁점이다. 이 문제를 외면하는 정치팬덤 옹호론은 무력하거나 허망하다.

▲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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