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바이든, 반도체산업육성법 서명…복잡해진 글로벌 반도체 지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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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반도체산업육성법 서명…복잡해진 글로벌 반도체 지형도

김윤경 IT전문기자
기사승인 : 2022-08-10 14:09:19
미국, 반도체 공급망 강화…종주국 부활 야심
거세게 반발하는 중국, '칩4'에 보복 예고
한국 기업들, 패권 경쟁서 "기술만이 살 길"
미국의 반도체산업 육성법(CHIPS Act)이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마침내 발효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총 2800억 달러(약 364조 원) 규모의 반도체산업 육성을 핵심으로 한 '반도체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에 서명했다.

반도체산업육성법(이하 반도체법)은 미국 반도체 생산 및 연구에 527억 달러(약 68조 5100억 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390억 달러(약 50조7000억 원)의 예산으로 자국내 제조 반도체에 25%의 세액공제(인센티브)를 해주는 내용이 담겨 있다.

미 상무부가 보조금 심사 규칙을 마련하는 일이 남았지만 법이 발효되면서 반도체 회사들의 투자와 생산 전략에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법이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전쟁을 전제로 하고 있어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글로벌 지형도는 복잡한 셈법과 기술 경쟁으로 재편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총 2800억 달러(약 365조6800억 원) 규모의 반도체 산업 지원용 '반도체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에 서명하고 있다. [미 백악관 유튜브 캡처]

미국, 반도체법에 담은 '종주국 부활'의 꿈

반도체법을 통해 미국은 반도체 종주국의 부활을 꾀한다. 법안 마련엔 반도체 생산과 부품 수급 등 주요 공급망이 아시아에 집중돼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

미 반도체산업협회(SIA)에 따르면 1990년 세계 시장에서 37%에 달했던 미국의 반도체 생산 점유율은 오늘날 12%로 낮아졌다. 반도체 생산의 75%가 대만과 한국, 싱가폴 등 동아시아에 집중돼 있다.

반도체 생산 원가는 더 심각하다. 미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면 동아시아 국가들보다 무려 37~50% 돈이 더 든다.

미국이 한국과 대만, 일본에 '칩4 동맹'을 제안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도체 생산 시설을 미국에 유치하면 미래 기술 개발에 필요한 반도체와 관련 부품을 적기에 공급받을 수 있다. 물류 비용도 절감된다.

미국 반도체 기업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보조금과 각종 지원 혜택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8일(현지시간) 퀄컴은 글로벌파운드리 뉴욕 공장에서 추가로 42억 달러(약 5조4600억 원)의 반도체 칩을 구매하기로 합의했다. 2028년까지 74억 달러(약 9조6200억 원) 규모의 칩 구매 약정이다.

같은 날 마이크론은 메모리 칩 제조에 400억 달러(약 52조 원)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내 시장 점유율을 2%에서 10%로 높이겠다고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법에 서명하며 "미래는 미국에서 만들어질 것"이라며 "(반도체법이) 미국 자체에 대한 한 세대의 투자"라고 말했다.

반도체법 반대하는 중국, '칩4'에 보복 예고

미 반도체산업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반도체 점유율은 급상승하고 있다. 일본(현재 3위)과 유럽연합(4위·EU)을 제치고 3위 자리까지 넘본다. 패키징과 후공정 분야에서는 중국이 대만에 이어 2위다.

중국은 반도체법에 거세게 반발한다. 반도체법 통과를 저지하고자 중국은 반대 로비도 치열하게 펼쳤다.

10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워싱턴 주재 중국대사관은 "(반도체법이) '냉전 사고방식'을 연상시킨다"며 "중국 정부가 '단호히 반대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칩4 동맹' 대상국인 한국과 대만, 일본에 대한 보복도 예상된다. 각종 경제 보복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금액은 768억달러(약 100조원)에 이른다. 중국의 한 관영매체는 우리나라의 칩4 동맹 가입을 두고 '상업적 자살행위'라고까지 경고했다.

시장 전문가들도 "중국의 전방위적인 무역제재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국가적, 기업적 차원의 대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 기업들, 패권 경쟁서 "기술만이 살 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법의 주요 수혜 기업으로 지목된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에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 11곳을 신설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도 미 투자금 중 150억달러(약 19조5000억 원)를 반도체 후공정인 어드밴스트 패키징(Advanced Packaging)의 제조와 관련 연구개발(R&D)에 투자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미 정부가 지급할 보조금과 인센티브, 동맹에 따른 우선 지원책을 기대하고 SK하이닉스는 중국이 강점인 후공정 분야를 파고들며 미국내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에 생산 시설이 있고 대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기업들은 고민이 많다. 삼성전자의 경우 전체 매출은 미국이 높지만 반도체는 중국 비중이 더 높다. 미국과 중국 어느 한쪽도 소홀히 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기술개발과 원가혁신만이 살 길"이라고 입을 모은다. "초격차 기술을 보유한 1위는 미국과 중국이 눈치를 보도록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다"는 논리다.

황민성 삼성증권 애널리스트(팀장)는 "2030년까지 미 정부의 중국 제재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국 대응이 우선이고 중국 공장은 손실 관리에 들어가는 것이 유리하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더 중요한 것은 앞선 기술력으로 미국을 활용하는 것"이고 "국내 기업들로선 연구개발에 더 많은 투자와 노력을 기울여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고 원가 혁신을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원 KB증권 애널리스트(상무)도 "중국의 제재 움직임이나 중국에 제시할 이권 등이 아직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가 반도체 강국이라는 점을 활용하라"고 주문한다.

그는 "초격차 기술로 외교적 변수에 대응해야 한다"며 "미국과 중국이 모두 삼성을 필요로 하도록 기술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KPI뉴스 / 김윤경 기자 yoo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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