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법률+] 전세금 반환소송 "결코 집주인 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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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전세금 반환소송 "결코 집주인 편이 아니다"

UPI뉴스
기사승인 : 2018-12-11 14:30:45
기간과 비용 뿐만 아니라 상황에 따라 손해배상까지도 각오해야

 

▲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정병혁 기자]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오면 전세금을 돌려준다고 할 뿐 돌려주지 않아요.”

 

전세금 반환소송 상담을 하다보면 자주 듣는 이야기다. 시간이 지나도 임대인(집주인)은 차일피일 미루기만 할 뿐 전세금액을 낮추는 등의 새로운 세입자를 찾으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시간은 자기편이라 생각하고, 임차인(세입자)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오판이다. 실제로 시간은 임차인편이지 임대인편이 아니다.


얼마 전 임차인(세입자) A가 법률상담을 위해 필자를 찾아왔다. 아파트 보증금은 6억원이었고 등기부등본에 선순위 채권자는 없었다. 경매에 넘어가더라도 A는 선순위 임차인이기 때문에 전세금을 돌려받는데 문제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법률상담을 시작했다. 하지만 기간을 장담할 수는 없었다. 임대인(집주인) B가 최대한 시간을 끌기 원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임차인 A도 처음부터 소송을 고민하지는 않았다. 최대한 서로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집주인 B의 사정을 생각해 충분히 기다려 왔다. B는 ‘새로운 세입자를 구할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할 뿐 그 이상의 노력을 하지는 않았다. 계약만료일이 6개월이나 지났고 1년이 더 지나는 시점에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결국 A는 변호사를 찾았다.


임대인 B는 어떤 방식으로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려는지 그 계획이 궁금했다. B에게 계획이 어떤지 보증금을 언제쯤 줄 것인지를 직접 물어보자 돌아오는 대답은 황당했다. 새로운 세입자가 잘 구해지지 않는 이유가 임차인 A때문이라는 것이다. A가 집을 잘 보여주지 않고, 협조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지 못했으니, 그 책임을 세입자인 A가 져야 한다는 논리였다. 


이런 B의 태도로 보아 전세금반환은 대화로 해결 될 수 없을 것으로 진단했다. 결국 경매절차로까지 이어지는 강제집행이 진행되어야만 해결이 될 사안이었다. 강제집행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전세금반환소송을 진행하여야 한다. 소송에서 승소판결을 얻은 뒤에야 비로써 경매절차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전세금반환소송을 진행 할 때도 임대인 B의 태도는 바뀌지 않았다. 일관되게 임차인 A의 잘못이 크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임대차계약 기간만료일에 보증금을 내줘야 하는 의무를 가진 임대인으로서 책임은 간과한 채 오직 세입자 탓으로 인해 새로운 세입자가 구해지지 않았다는 주장을 반복할 뿐이었다.


결과는 소송 전부터 임차인 A가 승소할 것임이 예견되어 있었다. 소송기간이 얼마나 걸리느냐의 문제일 뿐이었다. 마치 전쟁에서 승전할 것은 당연한데, 기간이 얼마나 걸리는지의 문제만 남은 상황과 같았다. 하지만 B는 왜 자신이 질 것을 알면서도 이런 황당한 주장을 소송에서 펼칠까? 소송상 질 것을 아는 싸움임에도 소송에 대응할까? 그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주된 이유 중에 하나는 소송기간을 최대한 끌기 위함이다. 소송기간을 최대한 끌어 시간을 버는 것이다. 소송기간 동안에라도 부동산을 매각하든지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기만 하면 이 문제는 해결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사건에서는 B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그의 의도대로 소송기간이 그리 오래 지연되지 않았다. 6월에 소송이 개시되어 11월에 판결 선고 받았으니, 대략 5개월이 소요되었을 뿐이었다. 시간끌기를 작정하고 소송에 임할 때 2년이 넘어가는 사건도 있는 것과 비교할 때 적은 기간이었다. 그 사이 임차인 A는 임차권등기명령을 마치고 이미 아파트를 인도했다. 때문에 소송촉진등에 관한 법률에 의하여 소송기간 동안에도 연 15%의 지연이자까지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을 수 있었다.


판결이후에도 B는 전세금을 반환하지 않아서 결국 경매절차가 진행되었다. 절차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경매개시결정이 되고 등기부에 경매개시등기 사항이 등재되자, 강제경매에 의해 부동산 매각이 예상되는 시점에 도달했다. 이때가 되자 B는 필자에게 달려왔다. 아파트가 경매에서 저가로 매각될 것이 현실로 보이자 그때서야 태도로 바꾼 것이다. B는 아파트를 자신이 생각했던 금액보다 많이 낮추어 개인적으로 처분했다. 그리고 보증금을 마련하여 A에게 지급하겠으니 경매신청을 취하해 달라고 부탁해왔다. 결국 세입자 A는 보증금과 그동안 지출했던 소송비용과 판결문상 인정된 연 15%의 지연이자까지 모두 받았다. 이 사안에서 임대인 B는 지연이자와 소송비용등의 필요 없는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처음부터 전세보증금 반환에 적극적인 태도로 나왔더라면 손해를 줄일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질 못하였고, 비록 상대방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입장에서도 안타까웠다.


약속. 우리 사회에서 약속은 중요하다. 임대차계약서에 만료일이 기재되어 있다면, 계약연장의사가 없는 한 그날에 임차인은 부동산을 비워주어야 하고, 임대인은 전세금을 돌려주어야 한다. 자신의 사정에 의해 계약만료일에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는다는 것은 약속을 위반하는 것이므로 결코 시간은 자신의 편이 되어주지 않는다. 전세금반환소송 기간과 비용까지 감내해야 할 뿐만 아니라 때에 따라서는 손해배상까지 감내해야 한다.

 

KPI뉴스 / 엄정숙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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