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단독] "불발탄 사고"라던 軍, 유족에겐 "죽으려고 지뢰 밟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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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불발탄 사고"라던 軍, 유족에겐 "죽으려고 지뢰 밟았다"고 했다

정현환
기사승인 : 2024-04-18 10:46:02
1985년 이 일병 사망…군 "불발탄 폭발" vs 동료들 "박격포 오폭"
'불발탄 사고'라던 당시 대대장, 유족에겐 "죽으려고 지뢰 밟았다"
이 일병 부친 "군을 믿었다. 39년 동안 지뢰 밟아 죽은 걸로 알았다"
신원식 장관 "사망 현장이나 환자도 보지 못했다"면서도 '불발탄' 주장
당시 군 기록 "30만원 조의금 전달"…유족 "조의금 받은 적 없다"
사망확인조서, 사건보고서 남아 있는데도 국방부 "관련 문서 부존재"

그 시절 군 의문사는 비일비재했다. 전두환 군부독재정권 치하의 엄혹한 세상이었다. 숱한 청춘이 군에서 삶을 마감했다. 죽음의 이유는 감춰지고 조작됐다. 죽은 자는 말이 없고 진실은 은폐됐다. 1985년 10월 포천 이 모 일병 사망 사건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당시 군은 '불발탄 폭발 사고'로 결론 내렸다. 그러나 37년 흘러 원인이 바뀌었다. 2022년 말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군사망위) 재조사 결론은 '박격포 오폭 사고사'였다.

 

그럼에도 이 사건은 종결되지 않았다. 지금도 논란 중이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 때문이다. 그는 당시 이 일병이 속한 중대 지휘관(중대장)이었는데, 장관이 된 지금도 여전히 "불발탄 사고"를 주장한다. 아예 "(사고 당시) 박격포 사격도 없었다"고 한다. "보병기동 훈련 중 보병 머리 위로 포사격 훈련을 하는 경우는 없다"는 것이다. 국가 공식 기구의 재조사 결론을 부정하는 건데, 그러려면 확실한 근거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뚜렷한 근거는 없다.

 

▲ 지난해 9월 27일 국회 국방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신원식 장관. [뉴시스]

 

오히려 신 장관의 주장은 여러 증언, 팩트와 어긋난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김 모 중사는 박격포 사격 훈련을 증언했다. 그것도 중대장(신 장관)의 지시로 발포했다는 것이다. "당시 훈련 상황에서 중대장(신 장관)으로부터 박격포 발포 명령이 하달됐고, 임 모 포반장에게 박격포 한 발을 쏘라는 명령이 떨어졌으니 쏘라고 지시했다"는 게 김 중사의 군사망위 진술이다. "당시 군 지침은 박격포의 경우 중대장 지시 및 지휘하에 화기소대장이 포반장에게 지시해 발포하게 돼 있었다"고, 당시 화기소대 기관총 사수 조평훈(62) 씨는 말했다.

 

이 일병과 같은 소대원이었던 이 모 상병도 군사망위 조사에서 "망인(이 모 일병)은 발포한 박격포 포탄에 의해 사망했는데 중대장이 '망인은 훈련 중 불발탄을 밟고 사망했다'고 보고하는 것을 지켜본 부대원들이 분개했다"고 진술했다. 신 장관은 "사망 현장이나 환자도 보지 못했다"(2022년 11월 군사망위 진술)고 했다.

 

▲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가 기록한 사건 발생 경위. 김 모 당시 중사는 "중대장(신 장관)으로부터 박격포 명령이 하달됐다"고 진술했다.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제공]

 

당시 대대장 김 모 씨의 진술도 '진실'을 담보했는지 의문이다. 그는 군사망위 조사에서 "병사(이 일병)가 유탄발사기 불발탄을 자기가 발로 찬 것 같다고 들었다"고 했다. 그게 사실이라면 그렇게 전한 이가 있어야 할 텐데 그렇게 말했다는 이는 드러나지 않았다.

 

게다가 대대장 김 씨는 당시 유족에게는 다른 말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일병 부친은 KPI뉴스 인터뷰에서 "당시 중령이었던 대대장이 우리 아들이 죽으려고 풀밭에 기어들어가 지뢰(를 밟아) 터져 죽었다고 했다"고 말했다. 부친은 "그때 군을 지금까지 믿었다. 그래서 39년 동안 불발탄이 아니라 지뢰로 죽을 줄 알고 있었다"고 했다. 

 

사고 경위 조사만이 아니다. KPI뉴스 취재 결과 후속 조치 기록도 유족 설명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해당 부대 헌병대 중요사건보고에는 '유가족 동향'이라는 이름으로 "유가족 대표 부(父) 이 모 씨는 담당 수사관으로부터 사고 경위를 설명 듣고 사인을 수긍하며 부대에서 성대한 장례식을 치러주고 잘 보살펴준 부대원들에게 고맙다고 한 후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각서 제출 후 귀가"라고 기록돼 있다.

 

이와 함께 '조의금 관계'로 "연대장 10만 원, 대대 간부 일동 15만 원, 유족 여비 5만 원 등 도합 30만 원을 유가족에게 전달"이라고 돼 있다. 

 

그러나 유족들은 조의금 자체를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고 이 일병 부친은 KPI뉴스 인터뷰에서 "난 그 사람들한테 (조의금을) 받은 게 없다, (각서) 쓴 적도 없다"고 말했다. 

 

▲ 사건 기록을 펼쳐보는 고 이 일병의 아버지. 그는 "39년 동안 아들이 죽으려고 풀밭에 들어가 지뢰를 밟고 죽었다는 당시 대대장의 말을 믿었다"며 "뒤늦게라도 진실을 규명해 달라"고 말했다. [정현환 기자]

 

이와 관련 신 장관은 2023년 8월 30일 직접 보도자료를 내고 "유족 대표의 이의 제기치 않겠다는 각서와 부검부동의서는 8사단 헌병대가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면서 종합 작성한 '사건부'의 '사건기록 목록'에서 확인 가능하다"고 밝혔다.

 

KPI뉴스는 국방부에 관련 서류 공개를 요청했지만 "부존재(존재하지 않음)하다. 8사단 변사사건 기록과 같은 1993년 이전 기록은 보존돼 있지 않다"는 답변을 받았다. 신 장관은 기록 확인이 가능하다는데 국방부는 "기록이 없다"고 모순된 답변을 한 것이다.

 

신 장관의 '불발탄 사고' 주장에 일말의 진실이라도 담겨있는 것일까. 그렇다고 믿기엔 당시 군 조사가 너무 허술하다. 팩트와 어긋나는 모순점이 적잖다. 장관은 해당 분야 공직의 최정점이다. 그 자리의 무게를 감안할 때 근거 없는 주장은 위험천만하다. 본인뿐 아니라 정권의 신뢰를 허무는 일이다.

 

KPI뉴스 / 정현환 기자 dondevo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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