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과학기술원(UNIST)이 혈액 속 암 전이 촉진 물질을 걸러내 대장암 전이를 억제하는 치료기술 개발에 나선다. 종양을 직접 공격하는 기존 치료법에 더해 암이 퍼질 길목까지 차단하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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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구진 사진. 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강주헌·주진명·이세민 교수. [울산과기원 제공] |
UNIST는 '항종양 혈액정화기술 연구단'이 보건복지부·한국보건산업진흥원 K-헬스미래추진단이 전담하는 한국형 ARPA-H 프로젝트에 선정됐다고 2일 밝혔다. '한국형 ARPA-H'는 기존 방식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보건의료 난제를 대상으로 고위험·고혁신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국가 연구개발 사업이다.
연구단은 '암 관리를 위한 혈액정화 기술 개발' 과제를 수행한다.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강주헌 교수가 총괄연구책임자를 맡고, 주진명·이세민 교수가 참여한다. 연구는 4년 반 동안 진행되며, 정부지원금 약 80억 원이 투입된다.
대장암은 다른 장기로 전이되면 치료가 어려워지고 생존율도 크게 낮아진다. 현재 치료는 원발 종양을 제거하거나 이미 퍼진 암세포를 공격하는 데 집중돼 있다. 암세포가 이동해 다른 장기에 자리를 잡는 과정을 미리 차단할 방법은 아직 부족하다.
연구단은 이 빈틈을 '체외 혈액정화'로 공략한다. 환자의 혈액을 몸 밖으로 순환시키면서 전이를 촉진하는 물질과 신호를 골라 제거한 뒤, 정화된 혈액을 다시 체내로 돌려보내는 개념이다. 암세포가 다른 장기에 뿌리내리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기 전에 전이의 연결고리를 끊는 것이 핵심이다.
이번 연구의 출발점은 패혈증 치료를 위해 개발해 온 혈액정화 기술이다. 강 교수 연구팀은 혈액 속 병원체와 염증성 물질을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기술을 개발해 왔다. 전임상 대동물 패혈증 모델에서 유효성도 검증했다.
이번 과제에서는 이 기술을 감염질환에서 암으로 확장한다. 수술 후 재발 위험이 높거나 전이 가능성이 큰 대장암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치료법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기존 항암 치료와 병행했을 때 새로운 전이와 이미 퍼진 암의 추가 성장을 억제할 수 있는지도 확인한다.
연구단은 대장암을 시작으로 여러 전이성 암에 적용할 수 있는 혈액정화 의료기기 플랫폼을 구축할 예정이다. 최종 목표는 탐색 임상 진입이다.
공동·위탁연구기관으로 참여하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과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은 암 전이 기전과 임상 적용 연구를 맡는다. ㈜아트블러드와 ㈜세비카는 혈액정화 의료기기 생산을 담당한다. ㈜에버트라이는 임상연구 계획 수립과 인허가를,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은 의료기기의 안전·성능 평가를 지원한다.
강주헌 교수는 "암 환자의 혈액은 암세포의 이동 통로일 뿐 아니라 전이를 촉진하는 다양한 물질이 오가는 공간"이라며 "혈액을 정화해 암 전이의 연결고리를 끊는 새로운 치료 개념을 확립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장암에서 효과를 입증한 뒤 여러 전이성 암으로 적용 범위를 넓혀서 연구 개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최종 단계에서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혈액정화 의료기기로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KPI뉴스 / 최재호 기자 choijh1992@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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