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풍 우려 등으로 빌드업 절차…강경파, 탄핵 압박
정청래 "멈칫거릴 이유없어"…김건희 석방여부 변수
탄핵 논의 주도권 문제도…혁신당, 소추안 與 전달
더불어민주당은 21일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 카드를 꺼내들었다. 최근 조 대법원장 탄핵소추 논의를 시작했는데 국조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사법부 수장에 대한 탄핵 직행은 부담스러워 국조 경유의 문을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 일종의 '빌드업' 절차를 밟아 탄핵소추 명분을 쌓겠다는 셈법이다.
하지만 정청래 전 대표 등 강경파가 반발하며 조속한 탄핵소추를 압박해 주목된다. 탄핵소추 속도를 놓고 이견이 커지면 계파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계원 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국정감사 이후 조 대법원장 탄핵의 구체적 근거들을 확인하는 절차로서 국정조사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탄핵용 국조냐는 질문에는 "탄핵 근거를 국민과 함께 더 조명하고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런 맥락으로 따지면 그렇게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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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병도 원내대표의 말을 듣고 있다. [뉴시스] |
민주당은 이달 말 국감이 끝나면 국조 여론 수렴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앞서 닷새 전 조 대법원장 탄핵 논의를 공식화했다. 김민석 대표는 지난 16일 당 공식 유튜브 방송에서 "탄핵의 ㅌ자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보면 된다"며 "이제는 '사퇴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하는 이유를 종합적으로 정리해 가고 있다"고 밝혔다.
조 대법원장 탄핵 주장은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여권에서 꾸준히 제기돼왔다. 그만큼 오랫동안 민주당이 별러왔던 사안이다. 당내에선 대법원이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에 대한 파기환송으로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구심이 강하다. 강경파는 "조희대 대법원이 내란에 가담했다"며 탄핵론을 펼쳐왔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역풍을 우려해 신중한 입장을 유지해왔는데, 입장을 바꾼 셈이다.
당은 물론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 박스권에 갇혀 위기감이 커지자 핵심(코어)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선회한 것으로 여겨진다. 지지율 저조에는 집토끼 이탈의 탓이 크다는 게 민주당 시각이다. 강성 당원·지지층은 조 대법원장 탄핵을 바라고 있다.
당의 기조 변화엔 탄핵에 필요한 여론이 조성됐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이번 정기국회 국정감사를 통해 조 대법원장의 대법관 재제청 거부와 대법관 장기 공백, 업무추진비 허위 기재와 부적정 격려금 지급 논란 등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원내 지도부를 비롯해 당내엔 신중론이 만만치 않아 민주당은 복잡한 분위기다. 지도부가 투트랙으로 국조 검토에 나선 배경이다.
민주당이 탄핵을 망설이는 이유로는 중도·무당층, 합리적 보수층의 반감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이들은 이 대통령이 중도·실용 국정 운영을 통해 외연 확장에 공들이는 타깃이다. 당장의 지지율 제고를 넘어 2028년 총선 승리를 위해선 최대한 끌어안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여당과 사법부의 정면충돌로 역풍이 불면 이들의 이탈이 가속화할 공산이 크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탄핵은 지지층을 결집해 현 위기를 모면할 수 있는 단기적 효과를 볼 수 있는 카드"라고 평가했다. 배 소장은 "반면 중장기적 영향으론 중도층, 수도권 이탈을 불러 총선 패배 가능성과 지도부 교체론을 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더라도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될 가능성이 높지 않은 점도 부담이다. 무리한 탄핵을 추진했다는 비판을 민주당이 오롯이 떠안아야한다. 법조계는 인용 확률을 낮게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대의 한 법학 교수는 "대통령 임명권과 대법원장 제청권은 상호 존중돼야한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인식"이라며 기각론에 무게를 뒀다.
조 대법원장 임기가 내년 6월 끝나 탄핵의 실효성도 제한적이다.
탄핵 논의를 주도해야한다는 점도 지도부의 숙제다. 조국혁신당은 이미 선수를 쳤다. 지난 19일 조 대법원장 탄핵소추안을 공개한 데 이어 전날 공동 TF(태스크포스) 구성과 5개 정당 공동 의원총회를 제안했다. 민주당이 동참하면 끌려가는 것으로, 안 그러면 개혁을 외면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혁신당 김준형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와 만나 조 대법원장 탄핵소추안을 전달하고 탄핵 추진을 촉구했다. 한 원내대표는 "내부적으로 심도 있게 논의하겠다. 사안의 심대함은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김 원내대표가 취재진에게 전했다.
혁신당은 국조엔 반대하지 않지만 이를 이유로 탄핵소추를 늦춰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차규근 최고위원은 KBS 라디오에서 "국정조사 이후로 또 탄핵 소추를 늦추면 대법관 공석 사태가 장기화하는 상황을 해결하는 게 더 늦어질 수가 있다"고 말했다.
신장식 대표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김건희 씨 구속 기간이 만료되는 오는 31일 이전 탄핵소추안을 의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조 카드는 탄핵론의 출구 전략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정조사안 협상과 처리 등에 드는 시간을 감안하면 조 대법원장 퇴임 전 국조에다 탄핵소추안 의결까지 소화하기에는 제약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탄핵을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는 강경파 요구가 거세지고 있어 당 지도부 고민이 크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조 대법원장 탄핵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친청계 한민수 최고위원은 공개 발언을 통해 "책임지지 않는 사법부 수장을 언제까지 감내해야 하나"라며 "결정을 미루다 때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친청계 최민희 최고위원도 페이스북에 "조희대 탄핵 신중론을 존중하지만 동의하기 힘들다"며 지도부 결단을 재촉했다.
김건희 씨 석방 여부도 탄핵론의 변수다. 특검팀은 김 여사의 이른바 '매관매직' 사건 상고심을 심리하는 대법원에 직권으로 구속영장 발부를 요청한 상태다. 하지만 김 여사가 풀려나면 대법원에 대한 강성 지지층 불만이 급속히 번지면서 탄핵론이 큰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청래 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러다가는 김건희도 석방돼 대로를 활보하게 생겼다"며 "김건희가 풀려난다면 그때 '민주당은 조희대를 탄핵하지 않고 무얼 했느냐?'는 강력한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전 대표는 "민주당이 멈칫거릴 이유가 없다. 후폭풍을 운운하며 국정조사 카드를 꺼내봤자 국민은 민주당의 의도를 눈치채고 있다"며 즉각적인 탄핵소추를 주문했다.
그러나 친석계로 분류되는 박범계 의원은 페이스북에 "조희대 탄핵과 김건희 구속 연장의 상관관계가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박 의원은 "그럼에도 왜 서두르지 말자고 하는가? 조 대법원장의 헌법 질서에 대한 태도를 꼭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일연 국민권익위원장은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조 대법원장의 업무추진비 오용 및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과 관련해 "사회적으로 관심이 큰 사건이기 때문에 면밀하게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조속히 조사해 결론을 내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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