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농부 철학자' 윤구병이 풀어쓴 불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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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철학자' 윤구병이 풀어쓴 불교 이야기

강혜영
기사승인 : 2019-06-24 09:16:22
<아픈 데 마음 간다는 그 말, - 윤구병이 곱씹은 불교> 출간

부처의 눈과 마음으로 세상을 살펴본다는 건 무엇을 의미할까. 농부이자 철학자인 윤구병 작가는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도달한 나름의 해답을 여러 편의 짧은 이야기 속에서 차근차근 풀어낸다. 불교와 세상사를 쉽고 유쾌하게, 그리고 동시에 예리하게 짚어낸 그의 시각을 담은 신작 <아픈 데 마음 간다는 그 말, - 윤구병이 곱씹은 불교>가 출간됐다. 

 

▲ 농부이자 철학자인 윤구병 작가는 신간 <아픈 데 마음 간다는 그 말, - 윤구병이 곱씹은 불교>를 출간했다. [호미 제공]


30년 걸친 사색, 29편의 글 한데 모아 


이번 신간은 윤구병이 불교 월간지 <해인>과 <불광>에 기고한 글 29편을 모아 펴낸 단행본이다. 1987년 3월 <해인>지 통권 제61호에 실린 글을 시작으로 2018년 1월 월간 <불광> 칼럼으로 마무리된 이 책은 30여 년간의 시차를 두고 쓴 글들이 한데 모여있다. 예나 지금이나 윤구병이 되새기며 적어낸 한 구절 한 구절은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무릎을 '탁' 치게 하는 시원한 통찰력을 선사한다.


▲ 호미 제공


아프지만 마음이 간다는 것은… 


책에는 불교와 세상사에 관해 던진 질문의 대답을 찾아 나가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바른 물음에 바른 답을 함으로써 이 시대의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바른 물음이란 "살길이 없고, 살릴 길이 없는 처지에서 살겠다고, 살리겠다고 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물음"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석가모니가 정말 성불하셨을까?"라는 '두말할 나위 없는' 질문을 통해 저자는 보리수 아래서 석가의 깨우침을 재조명한다. 그날의 깨우침은 곧 중생에 대한 사랑으로 귀결된다. 없이는 못 사는 그런 사랑. 석가는 세상에 나 아닌 것이 하나도 없다는 큰 사랑을 깨우친다. 석가는 이 같은 소망은 살아생전 이루지 못할 것임을 알고 있었노라고 저자 말한다. 


"앉은자리에서 숨을 끊고 죽으면 살생의 죄를 벗어날 수 있을까?", "벼 모가지를 빳빳하게 세워 속에 알맹이가 차지 못하도록 가로막는 것은 무엇일까?" 끝없는 물음에 답을 함으로써 불교적 세계관이 말하는 이 세상의 억압과 착취, 탐욕, 그리고 건전한 욕망과 사랑에 대한 혜안을 저자는 담아낸다. 그의 일화 속에는 해학이 가득하지만 '헬조선'에서 살아가는 중생에 대한 연민도 배어있다. 이들 중생에 대해 "아픈 데 마음이 갈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보살이 마음이라고 그는 이야기한다. 


어려운 불교 용어를 우리말로 읽는 묘미


본문 곳곳에서 저자의 우리말 사랑도 엿볼 수 있다. 한문을 배우지 않는 요즘 세대에게는 읽기조차 어려운 불교 용어를 순우리말로 재해석한 구절들이 눈길을 끈다. 우리말로 된 불교 용어가 얼핏 보면 낯설기도 하지만, 한글로 되살린 저자만의 용어 풀이는 절묘하게도 그 뜻을 더욱 정확하게 짚어준다. 


'더할 나위 없이 바로 고른 바른 깨달음'(아누다라삼먁삼보리 無上正等正覺), '빔이 아니고'(색불이공), '빔은 것이 아니다'(공불이색), '것이 곧 빔이고'(색즉시공), '빔이 곧 것이다'(공즉시색), '스스로 있음을 있는 그대로 보는 깨달은 이'(관자재보살), '하늘 위에도 하늘 아래에도 내남이 따로 없는'(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 등이 대표적이다. 


꼭 전문 용어가 아니더라도 순우리말을 고집해 글을 써 내려간 흔적이 돋보인다. 말머리(화두), 높은 쇠해오라기 (타워크레인), 배운 사람(학자, 지식인), 입 다물고(묵언) 몸 닦고(수행), 뭇산이(중생), 누리빛날(토요일), 한참(일 진一眞), 숨티(숨 쉬는 티끌), 깨다르미(보살), 깨달은 이 (보살), 알음알이(분별지)과 같은 단어들의 변주는 책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사회 병폐 구제는 공동체 회복으로


저자는 1943년 전남 함평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철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뒤 월간 <뿌리깊은나무> 편집장을 거쳐 충북대학교에서 철학과 교수를 지냈다. 1995년 정년이 보장된 교수직을 내려놓고 전북 부안으로 낙향한다. 논농사 밭농사를 지으면서 20여 가구 50여 명이 자급자족하는 '변산교육공동체'를 설립해 함께하는 삶의 소중함을 배우고 가르쳐왔다. 


그래서인지 책에서도 도시 문명의 교육에 대한 비판과 마을 공동체 회복을 향한 저자의 열망이 드러나 있다. 우리는 자본과 생산력이 '만드는 문화' 속에 살아간다. 자본주의 사회는 쓸모없으면 내치기 일쑤여서 필요 없어서 버려지는 '사람 쓰레기'까지 양산한다. 따라서 자연이 '기르는 문화' 중심의 공동체를 회복해야 한다고 꼬집는다. 자연을 스승 삼아 버릴 게 없을뿐더러 모든 살아있는 것과 나눌 수 있는 그런 곳 말이다. 


지난 스무 해 가까이 변산 공동체 학교 아이들과 생활 하면서 "핸드폰 없이도, 텔레비전 보지 않고도, 게임에 코를 박지 않고도, 머리 굴리는 시간에 손발 놀리면서도, 어른들 일손 도우면서, 제가 쓸 용돈 달라고 부모에게 손 벌리지 않으면서도 저희끼리 잘 어울려 지내는 모습"을 작가는 떠올린다. 우리가 풀어나가야 할 현대사회 문제의 해법이 마을 공동체 재건에 있다는 그의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KPI뉴스 / 강혜영 기자 kh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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