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에 기대던 양극재 제조, '계산'으로 설계…더 오래가는 전기차배터리 기대
포스텍 연구팀이 양극재를 굽는 과정에서 산소 농도를 바꾸는 시점을 조절해 전기차 배터리의 수명을 늘리는 제조법을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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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스텍 친환경소재학과 김경덕 교수(왼쪽부터), 포스텍 배터리공학과 박사과정 박현호 씨, 포스텍 친환경소재학과 Sushil Kumar 박사후연구원, 강원대 김영진 교수, 강원대 김상범 석사. [포스텍 제공] |
포스텍은 친환경소재학과 김경덕 교수, 배터리공학과 박사과정 박현호 씨, 친환경소재학과 Sushil Kumar 박사후연구원 연구팀이 강원대 배터리융합공학과 김영진 교수, 김상범 석사 연구팀, 포스코홀딩스, 인도공대 봄베이 연구진과 함께 양극재를 굽는 도중 산소 농도를 단계적으로 바꿔 입자가 자라는 정도를 조절하고 배터리 수명을 늘리는 제조법을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사이언스'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전기차 배터리의 성능과 수명은 양극재에 달려 있다. 양극재는 배터리가 얼마나 많은 전기를 담고 얼마나 오래 쓸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핵심 소재다.
기존 양극재는 작은 알갱이 여러 개가 뭉친 '다결정' 구조로 충·방전을 반복하면 알갱이 사이에 금이 가면서 성능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하나의 큰 덩어리로 이루어진 '단결정 양극재'가 대안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단결정은 950℃ 안팎의 높은 온도에서 굽는 동안 입자가 단단하게 뭉치는 일과 덩치가 커지는 일이 동시에 벌어져 제조가 까다롭다.
이 균형이 조금만 어긋나도 입자 안에 빈틈이 갇히거나 입자가 지나치게 커져 버린다. 심지어 이 과정은 경험과 감에 의존해 왔다.
연구팀은 굽는 공간의 산소 농도에 주목하고 양극재를 실제로 구워 보는 실험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함께 진행했다. 진행 결과, 입자 성장의 열쇠는 입자와 입자 사이 경계가 얼마나 빨리 움직이는지에 있었다.
경계가 너무 빨리 움직이면 빈틈이 빠져나가기도 전에 입자끼리 합쳐져 빈틈이 안에 갇히고 반대로 너무 느리면 입자가 충분히 자라지 못해 단결정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산소가 많을수록 이 경계의 움직임은 느려졌다.
실제로 6시간 동안 구웠더니 공기 속에서 구운 입자는 2.75μm까지 자란 반면, 산소 속에서 구운 입자는 1.04μm에 머물러 약 2.6배 차이가 났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공기로 굽다가 산소로 바꾸는' 방법을 고안했다. 950℃에서 굽는 6시간 가운데 처음 4시간은 공기 속에서 입자들이 빠르게 뭉치게 하고 남은 2시간은 산소로 바꿔 입자가 더 이상 커지지 않도록 붙잡아 두었다.
이렇게 만든 양극재는 빈틈없이 단단한 단결정이 됐고 45℃에서 100번 충전과 방전을 반복한 뒤에도 처음 용량의 83.04%를 유지했다. 공기나 산소 한 가지로만 구운 양극재가 약 77%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훨씬 오래 버텼다.
반대로 산소를 먼저 넣고 나중에 공기로 바꾸자 입자 속에 빈틈이 남았고 용량 유지율도 80.89%에 머물렀다. 같은 재료, 같은 시간이라도 순서 하나가 결과를 바꾼 것이다.
이번 연구는 '감'에 기대던 양극재 제조를 '계산'으로 설계해 더 오래가는 전기차 배터리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경덕 교수는 "실험만으로는 구분하기 어려웠던 확산과 입계 이동의 역할을 시뮬레이션으로 나눠 분석하고 모델링으로 찾은 최적의 전환 시점을 실험으로 검증했다"며 "계산이 실험을 이끄는 공정 설계로 시행착오에 의존해 온 기존 양극재 제조 방식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KPI뉴스 / 장영태 기자 3678jyt@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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