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조홍균의 금융경제 읽기] 미·중 패권 전쟁과 한국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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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균의 금융경제 읽기] 미·중 패권 전쟁과 한국의 길

조홍균 객원논설위원
기사승인 : 2025-06-23 11:11:10
미·중 양강 가치와 힘 충돌 속 한국의 길···'성장 전략' 전환
AI 등 글로벌 첨단기술 생태계 참여···혁신과 실용주의 실천

한국 경제는 대내외적으로 격변의 파고와 마주하고 있다. 순풍으로 성장을 뒷받침해 주었던 글로벌 통상 환경은 역풍으로 바뀌고 있다. 국가간 첨단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하고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있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은 자국 중심 국제경제질서를 강화하며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가운데 중국은 첨단 범용 기술에 토대를 둔 생산 자립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은 미·중 양강의 가치와 힘이 충돌하는 전장의 한복판에 서 있는 형국이다. 대내적으로는 과거 뜨거웠던 한국의 성장 엔진이 장기간 누적된 구조적 문제 등이 표면화함에 따라 식어가면서 성장잠재력이 약화하고 있다.

 

▲ 미·중 패권전쟁과 한국의 길 관련 이미지 [챗GPT 생성]

 

한국 경제가 안팎의 거센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즈음에 '미·중 패권 전쟁과 한국의 길'이라는 시의성 있는 주제로 언론기관 포럼이 열렸다. AP, 로이터, AFP와 더불어 세계 4대 통신사인 UPI의 한국 매체 UPI뉴스로 출범한 이래 도약의 역사를 써온 KPI뉴스 창간 7주년을 기념하는 포럼이었다. 이번 포럼에서 다루어진 이슈들이 눈길을 끈다.


먼저 글로벌 경제에서 중국의 부상이다. 최근 포춘지가 선정한 글로벌 500대 기업 중 중국 기업이 135개로 미국 기업 136개와 비슷한 수준에 이르렀다. 세계 2500대 연구개발(R&D) 기업 중 중국 기업이 678개로 미국 다음인 2위이며 투자 규모도 2위이다.

미국과 중국의 빅테크 경쟁도 심화하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력은 독보적인 양강 구도로 압축되는 국면이다. 국가별 생성형(generative) 인공지능 특허 점유율은 2014년 기준 미국이 65%, 중국이 7%였지만 2024년 기준 집계에서는 중국이 74%, 미국이 15%로 전세가 뒤바뀌었다. 2024년 한국은 4%에 그쳤다. 한국, 일본 등이 노동비용 상승으로 노동집약적 제조업에서 밀려난 반면 중국은 적극적인 산업용 로봇 투입 등을 통해 노동비용 상승 부담을 극복하고 있다. 전세계 산업용 로봇 55만 대의 절반이 넘는 29만 대를 중국이 도입했다.

그러면 미·중 패권 전쟁 파고에서 한국의 길은 무엇인가. 포럼에서 제언된 국익 중심 실용주의는 공감할 수 있는 방향이다. 역사학자 노르베르그가 저서 '피크 휴먼(Peak Human: What We Can Learn from the Rise and Fall of Golden Ages)'에서 강조한 바와 같이 한 국가의 흥망성쇠는 운명이 아니라 선택의 결과이다.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는 우리 앞에 주어진 절체절명의 과제다. 현재 그 선택지는 많지 않다.

최우선적으로 성장 전략의 전환이 긴요하다. 한국은 최근까지도 중국, 반도체 등에 의존하는 성장 전략을 유지해 왔다. HBM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등 상당한 기술경쟁력을 확보하며 산업구조를 고부가가치형으로 전환하였고 글로벌 공급망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중국 성장의 특수를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급변하는 글로벌 기술 및 통상 여건은 우리에게 성장 전략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 중국 등 기술 선도국을 중심으로 인공지능 등 신(新)산업기술 생태계가 형성되는 가운데 중국은 국가 주도로 인공지능 경쟁력 제고에 앞장서고 있다. 중국의 산업고도화, 기술 자립 추진으로 한국의 중간재에 대한 수입 수요가 기조적으로 줄어들고 있고 글로벌 공급망도 자유무역 퇴조의 흐름으로 재편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정책 향방에 따라 글로벌 통상 환경은 불확실성에 노정되어 있다.

이와 같은 제반 여건에 비추어 볼 때 한국의 과거 성공 경험이 대전환의 시기에 필요한 새로운 변신을 외려 가로막을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한강의 기적이라고 일컫는 지난 성장의 역사는 자랑할 만하지만 향후 전개될 높은 불확실성 속의 신기술 투자와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라는 당위성 앞에서 우리가 잘해왔던 것만을 선택하려는 편향에서 벗어나야 한다.

미·중이 주도권을 경쟁하는 인공지능 등 첨단기술 생태계에서 한국도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도록 하는 민관 협력 스퍼트가 절실하다. 이 과정에서 자유시장주의적, 기업가적 혁신의 창달을 기하는 가운데 정부의 적극적 모티베이션과 인센티브 촉진 또한 요청된다.

이번 포럼에서 제시된 중국의 인공지능 산업이 강한 일곱 가지 이유는 일면 시사점을 준다. 정치인들의 공부, 일관성 있는 과학기술정책, 강력한 과학기술 투자, 파격적인 보조금, 거대한 시장, 공급망 생태계, 과학기술 인재전략 등이다. 발전을 위한 돌파구 모색 관점의 실천적 이슈에 관한 시사점이라 할 수 있다.

첨단 산업 육성에 총체적 역량을 모아야 할 시기다. 과거 제조업 중심의 수출 성장 모델로 성공했던 전략은 격변하고 있는 대내외 환경 속에서 비판적인 시각으로 돌아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세계 교역에서 상품 교역 비중이 줄어들고 있고 서비스 교역 비중은 2011년 19%에서 2023년 24%로 확대되었다. 제조업의 서비스화 또한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반면 한국 경제는 생산구조가 제조업에 치중되어 있고 서비스 수출은 잠재력이 있지만 성장세가 더딘 모습이다. 글로벌 첨단기술 생태계에 적시성 있게 참여하며 과거의 성공 경험에 얽매이지 않는 창의적 도전과 혁신 노력이 요청된다. 혁신을 향한 기업 및 정부 문화를 함양하고 창달하며 기술과 교육 투자에 힘을 쏟아야 한다.

한국 경제는 대전환기에 직면해 있다. 항로를 제대로 잡지 못하면 표류하는 항해자가 될 위기이다. 이데올로기나 이념적 대립을 버리고 국익 중심의 실용주의에 바탕을 두는 실천 전략이 긴요하다. 성장 전략의 전환을 위한 과학기술정책, 교육정책, 사회문화정책, 경제정책 등을 포괄적으로 추진해 나아가야 할 때다.

 

▲ 조홍균 객원논설위원

 

●조홍균은

법·제도경제학자이자 35년 경력 중앙은행가. 경제, 금융, 기업 관련 정책과 제도를 주로 천착했다. 통화금융정책, 금융체제, 금융감독, 금융산업, 기업정책, 법경제 실무와 이론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중앙은행과 정부, 국제기구, 학계, 언론계 등에 걸쳐 폭넓게 이력을 쌓았다.

△ 미 워싱턴대 법학박사(J.D./J.S.D., 법경제학) △ 1989년 한국은행 입행 △ 1990년 조사제1부 조사역 △ 1999~2012년 정책기획국 과장 차장 팀장 △ 2016년 금융감독원 거시감독국 파견국장 △ 2017년 한국금융소비자학회 부회장 △ 2018년 한국금융연수원 교수 △ 2022년 경제연구원 부원장 △ 현재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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