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칼럼] 세종시 800억원 목탑, 기대보다 우려가 쏟아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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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세종시 800억원 목탑, 기대보다 우려가 쏟아지는 이유

박상준
기사승인 : 2025-02-03 10:40:40

불교문화의 영향을 받은 한중일의 탑 문화는 나라마다 다르다. 한국은 석탑, 중국은 전탑, 일본은 목탑이 두드러지게 발전해왔다.. 인도에서 시작된 목탑은 4세기경 한반도에 전래된 이후 고려시대까지만해도 목탑의 나라였지만 숫한 전쟁과 조선시대 숭유억불 정책을 겪으며 화재에 취약한 목탑은 거의 사라졌다. 반면 일본은 여전히 목탑의 나라다.

 

▲세종시가 800억원을 들여 추진하고 있는 목탑 이미지.[세종시 제공]

 

최근 세종시가 800억원을 들여 박물관단지 인근에 28층, 108m 규모의 세계 최대 한옥 목탑을 짓는다는 계획을 밝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8층은 훈민정음 28자를 상징하고, 108m는 훈민정음 서문 108자를 각각 의미한다고 하는데 그 의미를 탑 건립에 반영하려 하니 사이즈가 커질 수 밖에 없다.

 

세종시는 목탑을 건립하는 배경에 대해 "문자 민족의 자긍심을 높이고, 훈민정음에 대한 이해를 알리는 동시에 한글문화도시로서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것"이라고 밝혔다. 최민호 시장은 "이 탑은 민족의 자랑이자 세종시의 기념탑이고, 우리 역사의 큰 브랜드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역 여론은 입춘 한파에 못지않게 냉랭하다. 800억원에 달하는 예산 낭비 뿐만 아니라 목탑이 대체 세종대왕, 훈민정음과 무슨 관계가 있느냐는 비판과 비아냥이 쏟아지고 있다. 왜 하필 불교를 연상시키는 목탑인가에 대한 공감대도 부족하다.

 

세종시는 목탑뿐만 아니라 세종대왕이 안질을 치료했다는 '전의초수'도 성역화 사업에 나서고 있다. 세종시가 계획 중인 전의초수 역사공원 규모는 1만1275㎡ 수준으로 본격적으로 추진되면 만만치않은 예산이 투입될 전망이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세종대왕은 1444년 청주 초정에 행궁을 짓고 치료를 했다는 기록이 있지만 세종대왕이 세종 전의초수에 다녀간적은 없다. 다만 1년간 전의초수를 담아 궁궐로 매일 공급했다는 기록만 남아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가 '세종대왕'에서 따온 세종시로 이름을 지은것은 별다른 역사적 연고성이 있기 때문이 아니다. 지난 2008년 행복도시건설청이 도시명칭제정심의위원회와 국민선호도 조사를 통해 '금강' '세종' '한울' 중 30명이 제안한 '세종시'를 채택해 도시 이름이 정해졌다.

 

그럼에도 도시브랜딩을 추구하면서 '세종대왕'과 '한글'에 초점을 맞춰 '세계를 잇는 한글문화도시'를 비전으로 내세운 것은 나름 의미가 있다. 하지만 막대한 예산을 들여 거대한 조형물을 만드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시의회 뿐만 아니라 지역주민의 여론을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자칫하면 최민호 시장의 과욕으로 비쳐질 수 있다.

 

20년전 충북 괴산군은 세종시처럼 군예산과 주민성금으로 기네스북에 올리려 4만명이 먹을 수 있는 초대형 가마솥을 만들었지만 막상 밥을 지어본적이 없다. 공감할 만한 스토리와 명분도 없고 쓸모도 전혀 없는 '흉물 가마솥'으로 괴산군은 성금과 혈세만 날린채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최 시장은 목탑 건립이 과연 꼭 필요한 사업인지 성찰해봐야 한다. 혹시라도 치적쌓기를 위해 무리한 투자를 한다면 목탑은 밑빠진 독처럼 관리비만 줄줄세는 혈세낭비의 표본이자 애물단지가 될 수도 있다.

 

KPI뉴스 / 박상준 충청본부장 psj@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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