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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산업부, '한국판 IRA' 설계 착수…"산업 공동화 방지"

박철응
기사승인 : 2025-08-14 11:13:43
'기업투자 촉진 방안 연구' 긴급 입찰
美 칩스법·IRA, 中 '제조 2025' 사례 조사
"자국 우선주의 시대, 기업 투자 촉진 긴요"

산업통상자원부가 '한국판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불릴만한 기업 투자 촉진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보호무역 강화와 국가 간 기술 패권 경쟁 환경에서 국내 산업 기반 및 기술력을 지키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 인센티브가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14일 조달청에 따르면 산업부는 전날 '지속적인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업투자 촉진 방안 연구' 긴급 입찰 공고를 했다. 소요 예산은 1억 원이며, 연구 기간은 3개월이다. 긴급 사유는 '경제 위기에 따른 내수, 민생 어려움 완화'를 위한 기획재정부 계약 지침을 기반으로 했다.  

 

▲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뉴시스]

 

미국의 반도체 및 과학법(칩스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중국의 '제조 2025' 등 주요 국가 사례 조사가 주된 과제 중 하나다. 자국 내에 생산 설비 투자를 하면 정부가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하는 제도들이다. 중국의 경우 2015년부터 제조업 현대화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가 전략으로 '제조 2025'를 추진해 왔다. 

 

이 같은 해외 사례와 국내의 세액 공제, 저리 대출, 연구개발(R&D) 지원 등 투자 촉진 제도를 비교 분석해 우리 실정에 맞는 새 지원 방안을 설계하려는 것이 핵심이다. 주요 기업들의 현장 목소리도 반영해 지원 방식, 대상, 요건, 절차 등을 구체적으로 수립할 예정이다. 

 

산업부는 "글로벌 통상 환경 변화, 기술 패권 경쟁 심화 등 대외 충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국내 투자 촉진 등 산업 경쟁력을 지속 높여갈 수 있는 국가 차원의 전략 모색"을 배경으로 설명했다. 

 

그러면서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의 자유무역 질서가 붕괴 위기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USTR)는 지난 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WTO 체제의 대체를 언급하며 "우리는 이제 트럼프 라운드를 목도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산업부는 "미국과 중국 등 주요 국가 중심으로 자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산업정책 시대'가 전개되고 있다"면서 "국내 산업 공동화 방지, 첨단 기술 확보 등 경쟁국과의 기술 경쟁에서 우리 '기술 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기업 투자 촉진 지원책 마련이 긴요하다"고 했다. 

 

특히 미국이 관세를 무기로 현지 투자를 종용하면서 한국 내 산업 기반이 약화되고 일자리가 축소될 것이란 우려가 큰 상황이다.

한국경제인협회 등 경제 8단체가 지난달 말 개최한 세미나에서 강태수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 이후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는 총 4500억 달러(약 621조 원) 규모"라며 "기업 투자라는 성장 엔진이 국내가 아닌 미국으로 이전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미국과의 무역 협상 결과도 결국 한국 내 투자 공동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앞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에서 국내 생산 촉진 세제 연구 관련 질의에 "전문가들과 검토를 하고 있다. 정부가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준비를 하도록 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후보자 때인 지난달 인사청문회를 앞둔 사전 답변서에서 "통상 리스크 최소화를 위해 경쟁국에 뒤지지 않는 인센티브 등 전략적이고 적극적 정부 주도의 산업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반도체·이차전지 분야에서 우선 생산 세액 공제 시행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생산 세액 공제는 특정 제품을 생산한 기업에 생산량만큼 세금을 공제해주는 제도다. 미국은 IRA를 통해 배터리, 태양광 패널, 청정연료 등 첨단 제품에 생산량 연동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보조금을 제공해 왔다.

 

이재명 대통령도 대선 때 생산 세액 공제를 공약했으나 지난달 말 발표된 '2025 세제개편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산업부의 이번 연구를 통해 국제 통상 규범과의 상충 여부 등까지 따져본 이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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