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무너져 가는 고택 속 진실...연극 ‘사막 속의 흰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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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져 가는 고택 속 진실...연극 ‘사막 속의 흰개미’

이성봉
기사승인 : 2018-11-10 11:23:32
흰개미 떼 서식지가 되어버린 100년 고택 배경
'파격과 실험' 선보인 세종S씨어터 개막기념 공연

김광보 연출과 박상봉 무대디자이너가 과감히 실험무대에 도전했다. 작품은 서울시극단의 <사막 속의 흰개미〉.

세종문화회관(사장 김성규)이 개관 40주년을 맞아 새로 선보인 ‘세종S씨어터’(UPI뉴스 10월 17일 보도)에서 9일 첫 공연 막이 올랐다. 

일반적인 액자형(프로시니엄)에서 벗어나 박스형 무대를 채택한 만큼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공연을 내세우고 있다. 이번 공연은 무대의 구성에 관심이 쏠린다. 

작품의 모티브는 ‘페이리 서클(Fairy Circle)’. 사막에서 주로 발견되는 원형 모양의 현상으로, 그 곳에 수분과 양분이 밀집되고 흰개미의 생태계가 생겨난다는 점에 착안한 이야기다.

▲ 박상봉 무대디자이너는 세종S씨어터의 특징을 최대한 활용해 가변형 객석을 줄이고 무대의 길이를 늘였다.[세종문화회관 제공]


박상봉 무대디자이너는 "세종S씨어터의 특징을 최대한 활용해 가변형 객석을 줄이고 무대의 길이를 늘였다"면서 “시각적 해결이나 형태적 이미지보다 같은 선상에 어떤 세트를 두는지, 예컨대 대청마루와 한옥을 어떻게 배치할지, 이런 점을 고민했다”라고 밝혔다. 또 “오래된 집과 둥근 원의 페어리 서클, 현재와 과거, 집과 마당, 그리고 마당 밑 흰개미 떼들로 텅 비워진 이미지 등 이 모두가 하나의 의미로 작용하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 연극은 병든 자연현상과 사회현상을 교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고택의 주인 ‘공석필’은 실력파 배우 김주완, 석필의 아버지 ‘공태식’은 강신구가 맡았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박 디자이너는 2017년 〈옥상 밭 고추는 왜〉(서울시극단)로 제3회 한국문화공간상 무대디자인 부문을, 2013년 〈가모메〉(두산아트센터)로 제50회 동아연극상 시청각디자인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광보 연출은 “집을 갉아먹고 있는 흰개미와 무너져가는 고택, 그리고 그 안의 불안과 위태로움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세종S씨어터의 무대 변화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 김광보 연출은 이번 작품이 당초 일반 액자형 무대를 기본으로 하는 공연으로 구상됐으나, 새로운 극장에서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무대에 변화를 줘 지금과 같은 형태로 변모됐다고 밝혔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그 결과 두 사람은 인물의 긴장감과 거리가 중요한 작품의 성격을 감안해 객석을 반으로 나눈 양면무대를 선택함으로써 관객과 만나는 방식을 과감하게 바꿨다. 아울러 객석 전체 공간을 무대로 활용해, 객석이 무대 안에 공존하고 반대편 객석도 보인다. 무대 안으로 관객을 초대한 셈으로, 좀 더 적극적으로 극 속 상황과 메시지를 사유할 수 있게 했다. 

김 연출가는 “덕분에 더욱 흥미로운 극 해석이 가능해져 남다른 연극적 의미를 갖는 공연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높였다.

1층 객석은 배우를 무대 안에서 보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밀착한 느낌이 있고, 2층 객석은 전체를 입체적으로 보는 면에서 차이를 보였다. 특히 2층 객석은 바닥을 영상으로 활용하는 이번 공연 내용을 파악하기에 더 나은 점도 돋보였다.

이번 작품은 황정은 작가의 창작극으로, ‘2018 서울시극단 정기공연 창작대본 공모’를 통해 최종 선정된 작품이다. 아프리카 사막에서 발견되는 페어리 서클 현상을 바탕으로, 흰개미 떼의 서식지가 되어 버린 고택과 그 안에 무언가를 감추려는 사람들의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그린다.

▲ 공연 포스터는 사막에서 발견되는 페어리 서클을 이미지화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황 작가의 연극은 독특한 극 구성을 통해 쉽게 설명할 수 없는 사회현상을 이해해보는 관점을 관객에게 제시한다.

연극은 국제곤충아카데미 연구소 연구원이자 입양된 한국인 에밀리아 피셔가 한국으로 파견된 후 그곳에서 발견한 흰개미 생태계에 관한 학술보고회를 여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에밀리아의 학술논문 발표 현장과 공석필의 고택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을 A-B-A-B-A 병렬구조로 판단 없이 보여준다. 

작품은 오랜 세월을 버티고 있는 고택처럼 우리 사회도 안팎으로 흰개미가 집과 대지를 갉아먹고 있는 현상처럼 병들어 가고 있음을 고발하고 있다. 

 

▲ 비밀을 파헤치는 ‘에밀리아 피셔’ 역은 최나라가 맡았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고택의 주인 ‘공석필’은 배우 김주완, 비밀을 파헤치는 ‘에밀리아 피셔’ 역은 최나라가 맡았다. 석필의 아버지 ‘공태식’은 강신구, 어머니 ‘윤현숙’은 백지원이 함께 호흡을 맞춘다. 묘령의 여인 ‘임지한’은 섬세한 연기를 펼치는 황선화가 맡고, 문화재연구소의 총괄 관리감독 팀장 ‘노윤재’는 베테랑 배우 한동규, 그리고 문화재연구소 인턴사원은 신예 배우 경지은이 열연한다. 

티켓은 2만~3만원. 세종문화티켓과 인터파크 등에서 예매할 수 있다.(문의: 세종문화티켓 02-399-1000)  

 

KPI뉴스 / 이성봉 기자 sblee@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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