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사고 즉시 통신 마비되는 'D급 시설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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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즉시 통신 마비되는 'D급 시설 90%'

남국성
기사승인 : 2018-12-03 11:34:50
도시전체 통신마비 재난 예측 불가능…지하지도 없어
대응력 높여 빠른 시스템 복구 방안 서둘러 마련해야

KT 아현지사와 같은 D등급 통신시설이 전국에 835곳이나 돼 도시 전체 통신망 마비사태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A~D등급 통신시설 915곳 중 90% 이상이 D등급이다. 정부는 영향을 미치는 범위에 따라 통신시설을 A, B, C, D 등급으로 구분하고 있다. A등급은 수도권·영남권·호남권 등 광역 권역 전체, B등급은 광역시·도, C등급은 3개 이 상 시·군·구, D등급은 시·군·구다.

 

A~C등급은 백업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만, D등급에는 백업 시스템이나 우회로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D등급이라 해도 사고 시 피해 범위는 결코 작지 않다. 이번 아현지사 화재의 경우 서울시 서대문·용산·마포·중·은평 5개 구와 경기도 고양시 일부 지역의 통신이 즉시 마비됐다.

 

▲ KT 아현지사는 통신시설 D등급으로 백업 시스템이나 우회로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병혁 기자]

 

등급만이 아니라 통신구의 길이도 피해를 확산시킬 수 있다. 통신구는 통신케이블과 전화회선 매설을 위해 지하에 설치된 시설물이다.

 

소방시설법 시행령 제5조는 특정소방대상물을 수도·전기·가스 등이 집중된 지하 공동구이거나, 폭 1.8m 이상, 높이 2m 이상, 길이 50m 이상(전력·통신사업 용은 500m 이상)인 지하구로 규정하고 있다. 이 경우 자동화재탐지설비, 연소방지설비, 소화기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아현지사 통신구는 150m로 현행법상 소방시설 설치 대상이 아니다. 소화기 1대만 비치돼 있어 화재 진압과 통신망 복구까지 3일이 걸렸다.

 

소방청 관계자는 "연소방지설비는 화재 범위를 350m로 제한해 화재를 막는 방법"이라며 "설계비용과 복구시간 등 타협점을 고려해 수치를 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500m 미만은 화재 예방 사각지대이지만 정확한 수치조차 파악할 수 없는 상태다. KT 관계자는 "500m 미만인 곳을 정확하게 알 수 없다"고 답변했다.

 

▲ KT 아현지사 통신구는 150m로 현행법상 소방시설 설치 대상이 아니어서 달랑 소화기 1대만 비치돼 있었다. [정병혁 기자]

 

지방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D급 통신시설 70%가 지방에 있고 재난 발생 시 동원 가능한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지역별 D급 통신시설 현황'에 따르면 D등급 통신시설 70%가 서울·인천·경기도를 제외한 지방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라도가 148곳으로 가장 많았고 경상도가 141곳, 강원도가 64곳, 충청도가 56곳, 제주도 6곳이다.

 

지난 11월 2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긴급 현안 보고에서는 지방의 경우 지하에 각종 케이블이 얽혀 위험성이 더 크다는 지적도 나왔다.

 

설훈 의원은 "서울시의 경우 최근 각종 케이블 매설 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지하 지도'를 만들었지만, 다른 지역은 이조차 갖춰지지 않아 사고 시 체계적인 대응이 어렵다"고 주장했다. 류상일 동의대학교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아현지사도 소방 설비 설치 대상이 아니어서 화재 진압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며 "대도시보다 중소도시 관리가 미흡해 화재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994년 7월 소방법시행령은 자동화재탐지설비를 설치해야 하는 지하구 길이를 500m 이상으로 (전력 또는 통신사 업용 외의 경우로 동일구내 설치돼 특수 장소간 연결하는 건 50m 이상)으로 규정했다. 500m 이상이라는 규정이 처음으로 정립된 것이다.

 

류 교수는 "통신은 국가기반 시설로 사회적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일정 구간이 아닌 전 구간에 소방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법 사각지대를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정기신 세명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위험 물질이나 사람이 많은 지역 등 중요도에 따라 소방 설비를 설치해야 한다"며 "시민단체와 정부 그리고 전문가가 함께 안전 기준에 대한 협의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양선 목원대학교 융합컴퓨터미디어학부 교수는 통신시설 등급 기준을 언급했다. "이번 사고는 통신두절과 같은 일상의 불편함으로 끝났지만, 첨단 서비스가 확대될수록 피해 범위는 커질 것" 이라며 "신기술 도입에 따른 등급 기준 재선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통신구 안전 강화, 백업 체계 구축 등 예방 대책을 함께 만들어갈 예정"이라며 "통신사들이 가진 전국 통신구에 대한 안전점검과 시나리오별 실태 파악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주파수는 국가재산이고, 통신사가 그것을 빌려서 하는 공공재 성격이 강한데 개별 기업의 경영 활동에 맡겨왔다"며 "통신 공공성 측면에서 멀리 보고 확실히 점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KT는 통신대란 재발 방지를 위해 전국 네트워크 시설 특별·상시점검을 강화하고 500m 이내에도 스프링클러와 CCTV 설치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통신 3사(SK텔레콤, LG유플러스, KT) 간 로밍 협력으로 이동 기지국과 와이파이 상호 지원을 통해 이용자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했다.

 

통신은 가스, 전기, 수도와 함께 4대 라이프라인으로 현대사회 필수 요소다. 우승엽 도시재난연구소 소장은 "참사나 재난의 원인은 예측 불가능하지만, 초연결사회에서는 그 결과가 누구에게나 미칠 수 있다"며 "대응력을 높여 시스템을 빨리 정상화할 수 있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KPI뉴스 / 남국성 기자 nks@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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