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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이별은 없는가

김병윤
기사승인 : 2018-11-26 11:50:22
정운찬KBO 총재 선동열 감독 사퇴 책임져야…정치인도 스포츠를 이용하면 안돼

▲ 선동열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 질의를 듣고 있다. [문재원 기자]

 

국보가 떠났다. 선동열 감독이 사라졌다. 하얀 연기처럼 흔적도 없이. 아쉬움만 가득 안고 갔다. 아쉬움보다 원망이 컸을 게다. 믿었던 장수에 대한 배신. 정치인의 한마디에 받은 모멸감. 말로 못할 아픔이었을 게다. 속은 숯덩이가 됐을 터이고. 머릿속은 하얗게 됐을 게다. 혼 술로 밤을 새우진 않았을까. 아마도 그랬을 게다.

 

우리는 또 한명의 스타를 이렇게 보냈다. 선동열이 누구인가. 불세출의 투수 아닌가. 그래서 국보라 칭했다. 국보에 어울릴 만큼 큰 활약도 했다. 프로야구에서의 활약은 제외하자. 1982년 세계야구선수권대회 우승의 주역이었다. 한국야구 최초로 잠실구장에서 세계정상에 올랐다. 이 대회 최고의 장면은 한.일 결승전이었다. 누구도 한국이 이길 거라 예상 못했다. 선동열은 이 경기에 선발로 나섰다. 혼신의 투구를 했다. 9회까지 완투했다. 팔이 빠져라 던져댔다. 잇몸이 아플 정도로 이를 악물고 공을 뿌려댔다. 단 2점만 내줬다. 결과는 5대2. 한국 승리. 선동열은 한국 우승의 일등공신이 됐다. 한국야구의 금자탑을 세웠다. 선동열은 한국야구에 할 일을 다 했다. 이 대회 하나만의 활약으로도. 이런 선동열이 옷을 벗었다. 불명예스럽게. 야인으로 돌아갔다. 하고픈 말을 가슴에 안고. 누가 이렇게 만들었을까. 결론은 없다. 각자의 주관적 판단에 맡기자. 변치 않는 진리는 있다. 세상사 모든 것은 본인이 책임진다. 선동열 감독도 이런 결과에 책임을 져야한다.


그래도 과정 없는 결과는 없다. 정말 과정이 안 좋았다. 아시안게임 선수 선발에 잡음이 따랐다. 당연히 따를 만했다. 군 면제용 선발의혹을 살 만 했다. 잡음 속에서도 우승을 했다. 우승을 했는데 죄인이 됐다. 고개를 숙인 채 입국했다. 정말 우스운 일이 벌어졌다. 축구팀은 열광적 환영을 받았다. 금메달의 가치가 틀려 보였다. 


여기까지는 그런대로 넘어가자. 팬들의 관심이고 판단이었으니까. 곰곰이 생각해 보자. 왜 스포츠가 정치의 희생양이 돼야 하는가. 선수 선발은 감독의 고유권한이다. 누구도 시빗거리를 걸면 안 된다. 축구의 황의조를 보자. 김학범 감독이 뽑을 때 모두 비난했다. 비난을 무시하고 뽑았다. 끝내는 황의조가 해줬다. 황의조가 없었으면 축구팀 우승도 물 건너갔다. 스포츠는 이런 거다. 책임은 감독이 지는 거다.

 

▲ 지난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는 정운찬 한국야구위원회 총재(왼쪽), 질의하는 손혜원 의원 [뉴시스]


이런 스포츠의 불문율을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이 깼다. 손 의원은 선동열 감독을 국감장에 세웠다. 선수선발에 대해 캐물었다. 세차게 몰아쳤다. 끝내 넘지 말아야할 선을 넘었다. "우승이 어려운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사과를 하시든지 사퇴를 하시든지" "버티고 우기시면 2020년까지 계속 가기 힘듭니다" 


선동열 감독은 벌거벗겨진 자신의 모습에 괴로워했다. 국가대표팀 감독 자리가 가시방석이었다. 자존심 상한 선동열 감독은 지난 14일 끝내 무거운 짐을 미련 없이 던져 버렸다. 선동열 감독은 어쩌면 축구감독이 부러웠을 게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정치개입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축구대표팀 감독이 국감장에 섰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한국은 국제축구대회 참가를 못할 수도 있다. FIFA의 강력한 제재로. FIFA는 국가보다 힘센 체육단체라는 평가이다. 손혜원 의원은 선량이 할 말이었는지 곱씹어 봐야 할 발언이다. 선 감독이 손혜원 의원 발언에 큰 상처를 입은 거는 확실하다. 또 다른 이유가 있을까. 짐작이 간다. 부하를 지켜주지 못한 장수일 게다. 현재 한국야구의 수장이 누구인가. 


정운찬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이다. 이력이 화려하다. 제23대 서울대학교 총장. 제 40대 대한민국 국무총리. 제22대 한국야구위원회 총재. 역대 프로야구위원회 총재 가운데 손꼽힐 만큼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이런 정운찬 총재가 갈팡질팡하고 있다. 취임사에서 밝힌 장밋빛 청사진은 이미 빛을 잃었다. 정운찬 총재는 선동열 감독의 사퇴에 한 몫을 했다. 지켜주지는 못할망정. 때리는 시어머니 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미운 꼴로 야구인들에게 미운털이 박혔다. 정운찬 총재도 국감장에 섰다. 국감장에서의 자세가 정말 초라했다. 야구인들은 말한다. "정운찬 총재에게 더 이상 희망은 없다. 부하의 고통을 막아주지 못하는 약졸. 빨리 임기를 끝내고 나가주는 길이 한국야구 발전에 도움이 될 뿐"이라고 울분을 터뜨린다. 


야구인들은 왜 이리 분노할까. 선동열 감독에 대한 책임회피성 발언 때문이다. 정 총재는 국감장에서 전임감독의 불필요성을 밝혔다. 전임감독제는 야구인들의 오랜 숙원사업 이었다. 정 총재는 "TV 중계를 보고 선수 지도하려는 것은 잘못"이라며 이번 사태를 선 감독에게 미루는 비굴함을 보였다. 정운찬 총재는 거액의 연봉과 판공비를 받고 있다. 아마도 역대 총재 가운데 최고의 대우일 것이다. 본인은 인센티브 받는 총재가 되겠다고 취임사에서 밝혔다. 이런 당찬 포부는 이미 난파선이 됐다. 취임 1년도 안 돼 야구인들의 가슴에서 멀어졌다. 믿음이란 단어도 없어졌다. 전임 총재들과 비교하고 싶지는 않다. 그래도 사람인지라 모두들 비교해 본다. 전임 구본능 총재는 6년5개월 임기 동안 돈 한 푼 안 받고도 수많은 결과를 일궈 냈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NC와 KT 두 개의 신생구단을 탄생시키는 역량을 발휘했다. 800만 관중도 일궈냈다. 정운찬 총재는 이제라도 지난 1년간의 언행을 뒤돌아 보고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꼭 감독 퇴진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아니다. 


우두머리란 무엇인가. "부하의 잘못은 장수의 책임이요. 장수의 공적은 부하의 것"이라는 아주 쉬운 덕목이 정운찬 총재에게서는 멀리 느껴진다.

 

KPI뉴스 / 김병윤 기자 bykim7161@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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