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김윤석 인터뷰②] '미성년' 기막힌 장면들? "3년간 머리 쥐어뜯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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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 인터뷰②] '미성년' 기막힌 장면들? "3년간 머리 쥐어뜯어"

홍종선
기사승인 : 2019-04-12 16:50:56
장면의 응축, 드라마-캐릭터-감정-전후사정 '한눈에'
저예산, 쉬운 스토리…승부처는 밀도, 밀도는 배우다
김윤석이 들려주는 염정아의 맨발, 덕향오리 포장지

얘기는 자연스럽게 감독 김윤석에서 영화 '미성년'(제작 영화사 레드피터, 배급 쇼박스)으로 넘어왔다. 영화를 보면 장면들이 기막히게 구성돼 있다. 어느 장면도 허투루 들어간 게 없다. 장면 하나에 해당 인물의 캐릭터와 인물들 간의 관계와 감정 상태,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앞뒤 사정이 응축돼 있다. 기능적 역할만 하는 것도 아니다. 마치 도미노처럼 장면이 흐를수록 비극이 희극을 낳고 웃음이 더 큰 웃음을 낳는다.

"저는 그게 가장 중요했어요, 백지 상태에서 이 영화를 대하는 시선이 가장 중요했어요. 모든 감독이 다 그러지 않나요, 어차피 관객을 위해 영화를 만드는 건데요. 크랭크인 후 준비하는 게 장면구성이잖아요. 텍스트가, 신(Scene)의 구성이 시간 낭비가 되지 말아야 한다. 드라마와 캐릭터를 가지고 가는 영화들이 기본 상황 설명에 너무 많은 소비를 해요, 이걸 최대한 줄여야 한다. 시간만 소비되는 게 아니라 배우의 연기도 소비되더라고요. 최대한 압축시키고, 캐릭터의 감정 속으로 관객이 쑥 들어갈 수 있도록 신을 구성하는 게 중요했어요. '미성년'에는 무기가 그것밖에 없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죠. 저예산에 단선적 스토리, 결국 (승부처가) 밀도밖에 없어요. 그럼 밀도는 어디서 나오는가, 배우에서 나오는 거거든요." 

 

▲ 영화 '미성년' 제작보고회 현장 [쇼박스 제공]


역시 감독이다. 자신을 설명할 때보다 영화 얘기를 하니 눈빛에서 신난 게 보인다. 기본 상황 설명에 여러 장면들을 낭비하지 말고 압축 구성하는 게 관객을 위한 길이며, 배우의 소비를 막는 일이라는 대목에 무릎을 쳤다. 구체적 장면으로 설명해 주니 이해도 깊어졌다. 먼저 남편 권대원(김윤석 분)의 외도를 알게 된 영주(염정아 분), 엄마보다 먼저 알았고 엄마가 알게 됐다는 사실을 아빠에게 알리려 도시락도 잊고 달려나온 딸 주리(김혜준 분). 딸아 아빠의 차는 놓치고 엄마와 마주치는 장면부터 얘기가 시작됐다. 엄마는 맨발로 도시락을 들고 아파트 마당까지 나왔다.

"영주의 맨발을 본 딸 주리의 표정, 맨발 하나로 이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를 설명하려 했어요. 영주의 다급한 손길에 냉동실 해물 덩어리가 떨어져 발등을 찍어요, 그러다 탁! 덕향오리(남편의 애인이 하는 음식점) 포장봉투를 식탁에 올려놓죠. 권대원이 얼마나 허술한 사람인가, 모를 줄 알고 집에까지 가져온 거죠. 영주는 그땐 그냥 넘긴 것 같지만 기억을 손끝으로 더듬어 탁 찾아내고요. 저는 관객께 계속 주는 거예요, 저는 이렇게 풀 거고요, 더 이상 설명을 평면적으로 드릴 시간 없고요. 여기에 집중하세요, 힌트는 다 드립니다." 

 

▲ 영화 '미성년' 스틸컷 [쇼박스 제공]

맞다. 영주의 맨발 하나, 영주가 찾아낸 덕향오리 포장봉투 하나에서 우리는 영주의 황망함, 주리가 엄마에게 품는 연민과 아빠에 대한 분노, 무뎌서 더 꼴사나운 남편의 뻔뻔함을 본다. 남편의 외도로 나는 다칠지언정 딸만큼은 지키고자 하는 영주의 심지가 보이고, 애인 미희(김소진 분)의 집에서 저녁을 먹는 대원, 남은 오리를 포장하는 미희의 손과 들고 왔을 대원의 손이 보인다.

감독 김윤석은 영주가 주리와 윤아(박세진 분)를 본 뒤 "싸우지만, 너희들이 왜 싸워"라고 말하는 장면, 미희를 만난 영주가 어떤 사건을 겪은 뒤 자신의 차 뒷자리 피를 닦는 장면 그때 덕향오리 포장봉투에 묻어 있는 피와 미희가 하혈하는 피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풀었다.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장면을 구성했는지 설명을 보탠 것이다. 영화를 보면 관객이 알고 느낄 수 있게 잘 펼쳐 놓았기에 영화 보는 재미를 위해 생략한다.

누구나 드라마와 캐릭터가 응축된 장면을 추구하지만 생각처럼 되지 않는다. 재미와 웃음까지 싣는 건 더욱 어렵다. 레시피가 궁금했다.

"정밀한 계산밖에 더 있나요,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했죠(웃음). 2014년 12월 아이디어와 에너지가 좋은 이 작품을 만나서, 미완성 희곡을 가지고 시나리오화(化)를 시작했어요. 2018년 2월 크랭크인했으니까, 정확히 한 3년, 만 3년을 장면 구성만 생각했죠."

"제가 연극 베이스부터 하다 보니, 연극은 작품분석이 아주 오랫동안 이뤄지는데 덕분에 자연스럽게 훈련된 것 같아요. 책으로 쓰인 활자를 (연기로) 표현을 해야 하니까 '가장 효과적 방법은 무엇일까'의 딜레마에 빠지는데, 그것을 오래 하다 보니 익숙해진 것 같아요."

 

(기사 이어집니다.)

 

KPI뉴스 / 홍종선 기자 dunasta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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