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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화 작가 "욕망은 미래 위한 중요한 동기지만 과하면 재앙"

제이슨 임
기사승인 : 2023-11-21 15:14:48
개인전 ‘욕망의 방’, 젊은달 미술관서 내년 4월말까지
미술평론가·칼럼니스트·저술가로 각종 방송과 강연서 왕성한 활동
“예술, 자본가 허기를 채워주고 자본은 예술가들의 허기를 채워”

이은화 융합미술연구소 ‘크로싱’ 대표는 팔방미인이다. 미술평론가, 칼럼니스트, 저술가로 활동하며 여러 방송이나 대학에서 미술에 대한 깊은 통찰을 선사하고 있다. 이번엔 미술작가로 대중과 만나는 중이다.


전시의 화두는 인간 욕망에 대한 고찰이다. 이 작가는 개인전 ‘욕망의 방(The Room of Desire)’을 강원도 영월군 젊은달 와이파크 미술관 제4전시실에 꾸렸다. 전시 타이틀 ‘욕망의 방’은 지난해 이 작가가 펴낸 ‘그림의 방’의 챕터 가운데 하나와 동명이다.
 

▲ 이은화 작가는 지난달 말일 전시현장에서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SayArt(세이아트)]

 

전시 기간도 짧지 않다. 지난 5월 1일 시작한 전시는 내년 4월 말까지 이어진다. 이 작가는 미술 마니아 사이에선 '뮤지엄스토리텔러'로 이미 잘 알려진 유명 인사로 이른바 ‘미술 지성’으로 통한다. 이 때문에 정작 그가 ‘예술 감성’의 총아인 미술작가라는 사실을 관객은 더러 잊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독일과 영국에서 미술을 수학하고 적잖은 세월 미술작가로 자신의 미술 세계에 ‘시대정신’을 녹여내고 있는 주목할 만한 중견작가 가운데 하나다.

이은화 작가는 이번 전시와 관련해 “권력, 소유, 돈, 패권! 세상을 지배하는 혹은 망가뜨리는 다양한 욕망의 풍경들을 상징과 기호로 표현하려 했다”며 “은행가들이 모이면 예술을 논하고, 예술가들이 모이면 돈을 논한다. 예술은 자본가들의 허기를 채워주고 돈은 예술가들의 허기를 채워준다”며 미술에 기댄 자본에 대한, 혹은 자본에 기댄 미술에 대한 통렬한 화두와 인간 본연의 욕망에 대한 경구를 던지고 있다. 특히 그는 “예술을 위한 예술은 없다. 권력이든 자본이든 인간이든 셋 중 하나에 충실한 예술만이 있을 뿐”이라며 ‘불편한 진실’도 과감히 꺼내 들었다.

전시엔 그의 다양한 재능처럼 회화와 설치 등 여러 장르가 등장한다.
 
▲ 이은화 작품 '금지된 영역-안락한'. [작가 제공]

 

우선 전시장 한 면을 가득 채운 '러버콘'은 특별하다. 공사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명 ‘꼬깔콘’ 170여 개를 사용한 대형 설치작품이다. 이 작품에 등장한 오색의 러버콘들은 ‘안전과 보호’를 의미하지만, ‘차단과 봉쇄’도 상징한다. 개인 혹은 그가 속한 계급이나 사회를 보호하기 위한 ‘금줄’ 같은 표식으로도 읽힌다. 작가는 러버콘들 사이에 네모난 거울을 부착했다. 거울에 비친 관객은 자신이 안전한 방에 들어섰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돌연 관객은 자신이 관속에 있다는 절망에 빠지기도 한다. "과한 보호는 고립을 만들고 그런 고립은 결국 물리적 혹은 사회적 죽음을 야기할 수 있다"고 작가는 경고한다.

▲ 이은화 작가의 '화폐 회화' 시리즈. [작가 제공]

 

각종 화폐 기호들이 나란히 벽면을 채우고 있다. 화폐는 권력과 소유에 대한 욕망을 상징한다. “화폐를 통제하는 자, 모든 것을 지배한다”는 ‘화폐전쟁’의 저자 쑹훙빙의 말처럼. 하지만 세계 주요 기축통화인 달러 유로 파운드 엔화 등과 달리 코스타리카의 콜론, 콜롬비아의 페소, 아프가니스탄의 아프가니, 파키스탄의 루피, 카타르의 리얄 등 힘없는 제3세계 국가 화폐는 일종의 추상화처럼 보인다. 이 작가는 “모든 화폐 기호를 똑같은 무게와 규격의 그림으로 제작해 배열했다. 정치, 경제의 영역이 아닌 적어도 미술의 영역에서는 모두가 평등하길 바라는 이유다. 무지개를 연상하는 다양한 색은 결국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는 강자와 약자가 함께 협력하고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을 상징한다”고 전했다.

▲ 이은화 작가가 작품 '신바벨 도시: 욕망의 섬'을 설치하고 있다. [작가제공]

 

하얀 모래섬 위에 세워진 최고층 빌딩들. ‘슈퍼리치’들의 욕망이다. 세계는 지금 마천루 전쟁 중이다. 이 작품은 세계 도처의 유명 마천루들을 한데 모은 가상의 도시이자 섬이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두바이의 부르즈 할리파를 비롯해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딴 트럼프타워, 대한민국 최고층 빌딩인 서울의 롯데월드타워 등 50여 개의 유명 고층 빌딩들이 한 곳에서 궁상을 떨고 있다. 특혜와 비리의 상징이 된 부산의 엘시티는 이들과 달리 외딴 섬에 고립돼 있다. 하얀 섬엔 유령 도시처럼 사람도 길도 차도 없다. 오로지 건물들 하늘을 향해 경쟁한다. 이 작가는 자본이 흐르는 곳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비슷비슷한 고층 빌딩들의 무의미한 복제와 확산 그리고 언젠가 바벨탑처럼 한 순간 모래 속으로 사라져 버릴지도 모를 마천루들의 유약함과 허상을 지적한다.

작가는 ‘욕망의 방’에서 명확한 화두를 연거푸 던지고 있다. “욕망은 더 나은 삶으로 이끄는 중요한 동기지만, 과하면 재앙”이며 “각자 가진 욕망이 행복을 이끄는 것인지, 허황한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는 당부다.

이은화 작가는 영국 맨체스터 대학원 미술사학과에서 박사 수료, 영국 런던 소더비 인스티튜트 오브 아트 현대미술학과와 영국 런던 예술대학 순수 미술학(회화 전공)에서 석사 졸업했으며 영국 캐빈디쉬 칼리지 그래픽디자인 디플로마와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 미술사학과 수학했다.

▲ 이은화 작가는 1997년~2023년까지 매번 '카셀도쿠멘타'를 찾아 사진과 글로 현장을 기록했다. 사진은 2017년 도쿠멘타 화제작이었던 마르타 미누힌의 '책 파르테논' 설치 전경 [작가 제공]

 

이 작가는 영국 유학 시절인 2000년대 초반부터 해외 주요 비엔날레와 아트페어, 경매장을 취재하며 저술 활동에도 주력했다. 현재 그는 동아일보 미술 칼럼 ‘이은화의 미술시간’을 연재 중(2018~)이며 그동안 ‘사연 있는 그림’ ‘그림의 방’ ‘가고 싶은 유럽의 현대미술관’ ‘자연미술관을 걷다’ 등 주옥같은 미술 관련 책을 집필했다.

 

▲ 유럽 미술관과 행사 현장을 발로 뛰며 취재하는 이은화 작가. 지난해 여름 노르웨이 키스테포스 뮤지엄에서 열린 서도호 개인전에 참석했을 때다. [작가 제공]

 

▲ 두살 때부터 베니스비엔날레를 따라다녔던 딸은 이제 엄마만큼 자란 중학생이 됐다. 2022년 베니스 비엔날레 취재 여행 중에 찍은 사진. [작가 제공]

 

이 작가는 미술 작가로서도 왕성한 활동을 펼쳐왔다. 그동안 ‘욕망의 방(젊은달 와이파크 미술관 4전시실, 영월, 2023)’, ‘머니스케이프(Moneyscape, 복합문화공간 커피에스페란토, 서울,2022)’, ‘모노티콘-감정의 에스페란토 (Monoticon-Emotional Esperanto, 커피에스페란토, 서울, 2017 )’, ‘디지로그-감정의 에스페란토(Digilog-Emotional Esperanto, 갤러리 시:작, 서울, 2016)’, ‘웰컴-감정의 에스페란토 (Wellcomm-Emotional Esperanto, 아트스페이스 미음, 서울, 2004)’ 등 여러 개인전을 비롯해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KPI뉴스 / 제이슨 임 아트전문기자 Jasonyim@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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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 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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