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용산 참사' 무리한 진압 정황 드러나…작전연기 요청도 묵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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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참사' 무리한 진압 정황 드러나…작전연기 요청도 묵살

김광호
기사승인 : 2018-09-05 13:43:16
경찰, 안전장비 턱없이 부족한데 작전 개시
실무자 "연기하자" 건의에 "겁먹었냐" 묵살
MB 청와대, 강호순 사건으로 물타기 시도

용산 참사 당시 경찰이 안전대책이 미비했음도 진압을 강행한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현장 중간관리자의 작전연기 요청까지 묵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5일 용산 참사 사건에 대한 인권침해 조사결과를 발표한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경찰청에 순직한 경찰특공대원과 사망한 철거민 등에게 사과할 것, 유사사건 재발방지 및 인권증진을 위한 제도 및 정책 개선 등을 권고했다.

 

▲ 지난 2009년 1월 20일 새벽 서울 용산 4구역 철거민대책위원회 회원들이 밤샘 농성을 벌이고 있는 한강로 재개발지역의 한 건물 옥상에서 경찰의 강제 진압이 진행된 가운데 시위대가 옥상에 설치한 망루가 불에 타고 있다. [뉴시스]

 

용산참사는 지난 2009년 1월19일 철거민 32명이 용산 남일당 빌딩 옥상에 망루를 세우고 농성을 시작하자, 이튿날 새벽 서울경찰청 경찰특공대가 강제로 진압하는 과정에서 철거민과 경찰특공대원 6명이 숨지고 30명이 부상당한 사건이다. 


조사위는 당시 경찰이 철거민들과의 충분한 협상 노력 없이 진압작전을 개시했다고 판단했다. 조사위에 따르면 특공대원은 철거민들이 농성을 시작한 지 25시간만인 20일 오전 6시30분께 옥상으로 투입됐다. 경찰 지휘부는 농성자들을 '범죄자', '꾼' 등으로 지칭하며 협상의 여지가 없는 진압의 대상으로만 바라보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작전계획에는 우발상황을 대비한 안전장비로 300t급 크레인 2대와 에어매트 3개, 소방차 6대 등이 필요하다고 적시돼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100t 크레인 1대만 왔고 에어매트는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으며 고가사다리차와 유류화재 소화에 유용한 화학소방차는 현장에 오지도 않았다. 또한 지난 2005년 오산세교지구 망루농성 진압작전에서 소방차를 23대 배치했던 것과 달리 일반소방차 2대만 불렀다.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한 당시 경찰특공대 제대장은 경찰특공대장과 서울청 경비계장에게 작전이 불가능하니 작전을 연기해달라고 건의했으나 모두 거절당했다.

서울청 경비계장이 제대장에게 "겁먹어서 못 올라가는 거야? 밑에서 물포로 쏘면 될 것 아냐"라며 거절했다고 조사위는 밝혔다.


이후 경찰특공대가 옥상에 진입하자 농성자들이 화염병을 던지는 등 저항하는 과정에서 1차 화재가 발생했다. 그러나 특공대원들은 소화기를 교체하지도 못한 채 2차 진압에 투입됐다.

조사위는 "진압작전계획상 안전 조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고 1차 진입 후 유증기 등으로 화재발생 위험이 커졌는데도 경찰 지휘부는 작전의 일시중단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사건 발생 이후 경찰 조직을 동원해 대응여론을 조성하기도 했다. 전국 사이버수사요원 900명에게 1일 5건 이상의 반박글을 올리고 각종 여론조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지시했다. 경찰 내부 문건으로 확인된 바로는 1월24일 게시물과 댓글 약 740건, 여론조사와 투표 참여는 590여건이 이뤄졌다.

특히 경찰 지휘부가 검찰에 기소될 위기에 처하자 당시 '강호순 사건'으로 물타기하려는 시도도 포착됐다. 조사위에 따르면 청와대 행정관이 경찰청 홍보담당관에게 강호순 연쇄살인사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라고 이메일을 보낸 사실이 확인됐다. 

장모 집에 불을 질러 장모와 아내를 살해한 뒤, 경기도 서남부 일대에서 7명의 여성을 연쇄납치해 살인했던 강호순은 2009년 1월24일 검거됐다. 이 시기는 용산참사가 발생한 지 얼마 안됐을 때로, 당시 경찰은 그 동안의 관행을 깨고 강씨의 얼굴과 신상을 공개한 바 있다.

 

조사위는 "순직한 경찰특공대원과 사망한 철거민들에게 사과하고 경찰이 조직적으로 여론을 조성하는 활동을 금지하라"며 "철거용역 현장에서 경찰력의 행사, 변사사건 처리 규칙과 경찰특공대 운영규칙 등을 개정하라"고 권고했다.

 

KPI뉴스 / 김광호 기자 kh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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