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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1997년과 2019년

윤흥식
기사승인 : 2019-06-12 14:02:35

잇단 스포츠 승전보가 날아든다. 어딜 둘러봐도 답답한 현실. 그나마 숨통을 틔워주는 상큼한 뉴스다. 이 즐거운 소식 앞에서 괜한 트집을 잡을 생각은 없다. 그러나 떠오르는 상념이 있다.

 
▲ 윤흥식 사회에디터

지금부터 22년 전인 1997년. '코리안 특급' 박찬호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14승을 올렸다. 미국무대 데뷔 4년 차의 우완 정통파 투수가 시속 99마일(159km)의 광속구로 덩치 큰 타자들을 윽박지를 때 국내 야구팬들은 골리앗을 쓰러뜨리는 다윗을 보듯 즐거워했다.

같은 해 프로골퍼 박세리는 국내 무대를 평정하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LPGA 프로 테스트를 1위로 통과한 그에게 세계무대 정복은 시간문제로 보였다. 햇볕에 보기 좋게 그을린 그녀가 교과서에나 나올법한 스윙으로 경쟁자들을 압박할 때 국내 골프팬들은 기꺼이 태평양 건너에서 밤잠을 설쳤다.

그리고 그해 11월 21일,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외환위기가 닥쳤다. 기업들이 속절없이 무너지고 월급쟁이들이 거리로 쫓겨났다. 이후 4년에 걸친 길고 혹독한 구조조정의 시간이 예비되고 있음을, 박찬호와 박세리 경기에 환호하던 갑남을녀들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올해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은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9승을 올렸다. 리그 최고의 제구력으로 미국의 덩치 큰 타자들을 농락할 때 국내 야구팬들은 너나없이 엄지를 치켜세웠다.

프리미어리거 손흥민은 유럽 진출 이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정규리그에서 12골, FA컵에서 1골, 리그컵에서 3골, 챔피언스리그에서 4골을 넣었다. 눈물도 많고, 웃음도 많은 '쏘니'가 당대의 레전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소속팀을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올려놓았을 때 국내 축구팬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대서양 건너에서 날밤을 샜다.


그리고 마침내 오늘. 한국 축구 20세 이하 대표팀이 사상 최초로 FIFA 주관 국제대회 결승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경사스러운 일이다. 국민적 자부심을 느끼기에 충분한 사건이다.

야구팬들이 류현진의 호투에 응원을 보내고, 축구팬들이 U20 대표팀의 선전에 찬사를 던질 때 이 땅의 갑남을녀들이 발 딛고 있는 '삶의 현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를 돌아보는 일은 씁쓸하고 두렵다.

미중 경제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수출은 7개월 연속 감소를 기록했다. 반도체 수출은 30% 줄었고, 대중국 수출은 26% 급감했다. 지난달 실업자 수는 141만 명으로 5월 기준으로 19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자영업의 대명사 격인 동네 치킨집은 소리소문없이 문을 닫는 중이다.

누구나 입만 열면 '경제난국'을 말한다. 그런데 복병처럼, 점령군처럼 갑남을녀들의 삶의 터전을 잠식해가는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관해서는 누구도 답을 내놓지 못한다. 진보진영의 리더십은 실종됐고, 극우보수 세력의 몽니는 끝없이 이어진다.

박찬호가 14승을 올리고, 박세리가 미국 무대에 진출하던 1997년 여름 기자는 마침 해외연수 중이었다. 밖에서 보면 한보에서 시작해 기아와 대우를 거치며 조금씩 구체화돼가는 국가부도 징후가 한눈에 보였다. 그런데도 국내에서는 모두들 태평스러운 모습이었다. 정치인들의 관심은 온통 대선에 쏠려 있었고, 갑남을녀들은 스포츠 보는 재미로 살았다.

나이가 들면 쓸데없는 걱정이 많아진다고 한다. 22년 전 30대였던 기자의 귀밑에도 어느새 서리가 내렸다. 2019년 대한민국은 과연 1997년의 대한민국과 다른가. 이 불길한 기시감(旣視感)은 정말 근거 없는 것인가. 부디 그랬으면 좋겠다. 그러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KPI뉴스 / 윤흥식 사회에디터 jardi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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