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교육청 찾아와 물품 설명 뒤 예산 세워라" 요구
"70대 기자로 긁어 부스럼 만들기 싫어 납품 도와줘" 실토
"제품을 납품해달라고 팸플릿 가져오고, 업자로 불린지 오래됐어요"
전남교육청과 일선 교육지원청이 특정 업체의 '음압변기시스템'을 수년간 수의계약 방식으로 납품받은 가운데, 해당 업체의 영업을 수십 년 동안 교육청을 드나든 특정 유류 판매업자가 맡아온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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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재 전남광주통합특별시교육청 화장실에 설치된 음압변기시스템과 안내문. [강성명 기자] |
10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무안 소재 전남청사와 8개 교육지원청은 2024년부터 A업체와 '음압변기시스템'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
KPI뉴스가 확보한 자료를 보면 전남교육청은 2024년 12월부터 6개월 동안 두 차례에 걸쳐 음압변기시스템 46대를 2024만원에 계약했다.
계약은 본청에 그치지 않았다.
여수교육지원청 1441만 원, 장성 1298만 원, 보성 1089만 원, 영암 858만 원, 나주 633만여 원, 완도 429만 원, 무안 330만 원, 순천 264만 원 등 2024년부터 이듬해까지 전남교육청과 8개 교육지원청이 납품받은 물량은 모두 227대, 8366만 원에 달했다.
이마저도 학교 계약 분은 제외한 수치다.
계약은 조달청 벤처나라와 학교장터를 통해 특정 업체를 지정하는 수의계약 방식으로 이뤄졌다.
납품된 제품은 모두 2024년부터 2025년에 이뤄진 것으로 대당 33만 원과 44만 원 등 두 종류였다.
물품이 설치된 전남청사와 교육지원청 화장실에는 '민망한 소리를 감춰준다'는 내용의 안내 스티커도 부착돼 있다.
해당 업체의 소재지는 전북 전주로, 홈페이지에는 해당 변기시스템을 '용변 시 발생하는 악취를 제거해주는 고유 기술'이라고 소개하며 '가짜 탈취비데 이제는 NO'라고 홍보하고 있다.
문제는 교육청 영업 과정에서 업체 직원이 아닌 70대 B 씨가 직접 교육청을 찾아다니며 판촉을 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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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0대 B 씨가 운영하는 주유소. [로드뷰] |
취재 결과 B 씨는 영암군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유류 판매업자이면서 전국지역아동센터 지역협의회장, 1인 기자, 교회 안수집사 등으로 활동해온 인물이다.
B 씨는 교육청을 취재한다는 명목으로 수십 년 동안 드나들며 각종 물품 납품을 위한 영업 활동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복수의 교육청 관계자는 "B 씨가 직접 찾아와 제품 안내 책자를 보여주고 설명한 뒤 설치를 요구했다"며 "우편으로 팜플릿을 보낸 뒤 며칠 뒤 전화로 예산을 확보해 보라며 수차례 말한 적이 있다"고 당시 상황을 토로했다.
한 교육지원청 교육장도 "당시 B 씨가 찾아와 물품 설명을 하길래 처음 들어보는 잘 모르는 물건이라 재정과장을 연결해줬다"고 인정했다.
B 씨의 영업 물품은 한 가지 품목에만 그치지 않았다.
한 간부는 "지역교육청에 근무할 당시 '변기시스템' 납품을 도와줬더니, 코로나 이후 또다시 마스크 계약을 요구하는 등 각종 물품을 판매하려는 업자였다"며 "공기청정기와 사무용품도 납품했다는 말도 들린다"고 혀를 내둘렀다.
B 씨가 납품을 도와주면 수수료 명목으로 돈을 주겠다는 취지의 제안을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학교나 교육청에 변기시스템 설치나 마스크를 팔 수 있도록 도와주면 (수수료 명목의) 돈을 주겠다"고 주변에 제안했다는 것이다.
교육청 한 간부공무원은 "70세의 기자로 활동하며 윗분을 만나다보니, 긁어 부스럼을 만들기 싫어 납품을 도와줬다"고 털어놨다.
실제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서 기사 검색이 제대로 되지 않는 이른바 '나홀로 기자'였지만, 교육청에서는 B 씨 직분을 무시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수수료 규모를 둘러싼 논란도 제기됐다.
업계에서는 물품마다 차이가 있지만 공공기관 납품 과정에서 계약액의 15~30% 수준이 리베이트로 지급되는 경우가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이번 납품액 8366만 원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수수료가 30%일 경우 2500만 원, 20%일 경우 1670여만 원에 해당한다.
취재가 지속되자 B 씨는 취재진에게 "넘지 말아야 될 선을 넘으려 하고 있다.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말하며 욕설과 협박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B 씨가 해당 업체의 전남 지역 영업을 맡았다는 사실은 업체 관계자의 설명에서도 확인됐다.
변기시스템 회사 관계자는 "아는 분의 소개를 통해 B 씨에게서 (납품을 해보겠다는) 전화가 직접 왔다"며 "직원은 아니고 현재 전남을 담당하고 있는 총판 개념의 협력사로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B 씨가 기자로 영업하고 있는 것도 알고 있다"며 "수수료는 조심스러운 부분이어서 서로 대면을 한 뒤 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업체 측이 B 씨를 전남 지역의 '총판 개념 협력사'라고 설명하고 수수료 지급 여부와 관련한 협의가 있었다고 밝히면서, B 씨가 해당 업체의 납품을 알선하고 일정액의 수수료를 챙긴 점이 드러난 것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남지부는 이번 사안이 특정 업체의 납품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전교조 전남지부는 "비단, 이번 사안만의 문제가 아니라. 학교 현장에서는 구매 절차가 시작되기 전 특정 업체가 사업에 관여하는 등 공정성 논란이 반복돼 왔다"며 "교육예산이 학생의 배움과 학교 교육을 위해 쓰일 수 있도록 전남광주통합특별시교육청은 계약 전반을 철저히 점검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전교조는 앞서 지난달 7일에도 "학교와 교육청이 영업장으로 변질되고 있다"며 "교육청이 특별 감사를 실시해 사실관계를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KPI뉴스 / 강성명 기자 name@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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